세계 최대 원자력 건설단지 ‘고리’…완공되면 국내 최대 원자력 운용단지
전태주 본부장 “안전성 강화 총력·적기 건설 주력…주민과 협력도 강화”

지난 5월 19일 오후 5시. 이날은 우리나라 원전 역사상 또 하나의 이정표가 기록된 날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이 1978년 4월 29일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 이래 총 누적발전량 2조kWh를 돌파하던 날 이었다.
원전 상업운전 30년을 맞는 올해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한 이날 기자는 우리나라 원전 효시인 고리원전 1호기가 위치해 있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를 다녀왔다. 상업운전 30년의 역사를 맞은 고리원전을 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고리원전과 함께 지난 30년간을 동거동락 해 온 월내리와 길천리 지역 주민들의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듯 보였다.
“고리원전이 가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월내시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원전과 함께 30년을 살아 왔어도 옛날이나 지금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월내와 길천리는 여전히 과거 모습을 간직한 채 최신식 건물로 지어진 고리스포츠센터와 사뭇 대비됐다.
월내시장을 따라 길천리 방향으로 내려가다 월내농협 옆으로 나있는 골목길을 따라 방파제가 있는 월내항으로 향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낚시꾼들이 월내 방파제에 올라 월내 등대와 고리원전을 앞에 두고 근심과 걱정을 풀면서 세월을 낚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같은 질문에 부산에 산다는 한 낚시꾼은 “고리원전 앞 바다에서 요즘 입질이 잘 올라 인기 있는 낚시터”라고 돌려 말했다.
방파제 끝에는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게 된 한수원의 한 직원은 신입시절 고리원전으로 발령받아 크게 실수를 저지르고 난 이후 달리 위로를 받을 사람이 없어 이곳에서 울분과 외로움, 그리고 슬픔을 풀어 놓았다고 한다.
월내교를 건너 길천리 월내 초등학교 골목길을 따라 고리원전으로 향해 걷기 시작할 무렵, 이미 시골마을에서 사라져 버린 한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반쯤 열린 마굿간의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어 밀고 보니, 이게 웬일인가? 암소 한 쌍이 기자를 마중이라도 하듯 포즈를 취하고 있지 않은가.
골목길을 따라 고리원전을 들러 31번 국도를 따라 언덕을 걸어 신고리 원전 1·2호기가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이게 웬일인가? 건설현장 입구에는 750㎾급 풍력발전기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건설되고 있는 고리풍력이 60미터 높이의 타워와 27미터 길이에 달하는 블레이드 설치를 끝내고 원자로 돔보다도 먼저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지난 2월 공사에 들어간 고리 풍력은 이달 27일 시운전 시험에 들어가 다음달 30일 준공할 예정이다.
100만㎾급 원전 2기와 140만㎾급 원전 2기가 건설되는 현장에서 풍력발전을 만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고리풍력은 원전에 건설되는 최초 풍력발전기다. 이번 풍력발전소 건설은 한수원이 지난 2004년 4월 7대 신성장동력의 과제로 선정된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한수원은 고리풍력외에도 이미 준공한 영광솔라파크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거기까지였다. 1급 보안시설에 해당하는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은 더 이상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펄펄 살아있는 원전 건설현장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기자의 의도는 빗나갔다. 사전에 취재 약속을 잡지 못한 것이 원인. 결국 고리원전 홍보부에 도움을 요청하고서야 최근에 촬영된 신고리 1·2건설현장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비학에 건설되고 있는 100만㎾급 신고리 1·2호기는 2010년 12월과 2100년 12월 각각 준공될 예정으로 4월말 현재 62.92%의 종합공정율을 기록하고 있다.
1호기의 원자로 건물은 올 6월 말 완공될 예정이며 2호기는 현재 9, 10단을 조립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조건물과 복합건물, 터빈건물, 원전연료건물 및 비상디젤반전기 건물, 심층취배수 구조물 등이 공정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신고리 1·2 인근 바로 옆에는 국내 최초의 신형원전인 신고리3·4호기 건설공사 역시 분주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이 공사는 4월 현재 부지정지공사 종합진도율 87%를 기록하고 있다. 올 4월에는 본관기초 굴착에 들어갔으며 3호기가 올 10월 최초 쿤크리트 타설을 계획하고 있다.
발전소 운영과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전태주 한수원 고리원자력 본부장은 “운영중인 발전소의 경우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직원들은 물론 협력업체와 함께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신규원전 건설과 관련해 전 본부장은 “예정된 공기를 맞추도록 노력 하겠다”며 “그래야 고유가 지속시대에 국가 에너지 수급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그는 또 “신규원전 건설이 완공되면 8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가장 큰 원자력발전 단지가 된다”며 “지역주민과의 신뢰강화 및 화합을 위해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로 건설되는 신규원전 단위로는 현재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이 유일하다”며 “30년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이미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건설과 운영경험을 토대로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