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을 모을 수 없는 이유

해가 바뀌면서 A씨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부터는 돈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벌써 4개월여가 지나갔지만 A씨는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가 저축을 할 수 없는 합당한(?) 이유는 늘 있었다. 1월에는 방학 중인 아이들과 스키장을 다녀오느라 지출이 많았다. 2월에는 설날이 있어서 돈을 많이 써야 했다. 3월에는 중학교에 진학한 딸의 학원비와 각종 교재비, 유치원에 들어간 늦둥이 아들의 입학금 등 교육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또한 결혼축의금으로 몇 건을 지출해야 했다.

그것만 넘기면 한숨을 돌릴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4월이 되자 차가 말썽을 부려 생각지도 못했던 목돈이 들어갔다. 5월이 되면서 A씨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서 또 다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A씨는 1년 중 지출이 적은 때가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가 내린 결론은 ‘없다’였다. 명절과 친부모, 처가부모의 생일, 각종 경조사, 각종 모임, 학비와 사교육비, 차량유지비, 휴가비, 외식비, 기념일에 따른 선물비 등등 눈만 뜨면 돈이 나갈 구멍은 도처에 깔려 있었다.

항상 ‘이번 달만 지나면 적금을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A씨는 돈 모으기를 포기했다. 어떠한 목적과 목표가 없이 막연한 계획만 있었기 때문이다.

■ 남아서 저축하는 게 아니다

자기보다 적게 버는 후배가 집을 마련하고, 같은 직장에서 비슷한 돈벌이를 하는 동료가 주식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 집을 샀을까? 그들은 어떻게 종자돈을 마련해 주식에 투자했을까? 재물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옆에서 ‘남 잘되는’ 모습을 보면 샘이 나기 마련이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상당수는 돈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간 뒤에야 ‘그때부터 모았으면…’하고 후회를 한다.

돈을 모으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저축을 못하고 있다. 물론 위에서 말한 A씨의 경우처럼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입은 적고 쓸 곳이 많아서 저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이유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축을 하는 사람들은 수입이 많아서, 쓰고 남아서 저축을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저축을 하는 사람은 수입이 많아서 저축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하려면 목적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따라야 한다. 저축도 마찬가지이다. 동기가 있어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 왜 모으는지 목적을 설정하라

돈을 모으려면 확실한 돈의 사용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을 설정하지 않고 무작정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막연한 생각은 실천으로 옮기기가 어렵다. ‘하루쯤 늦춰도 되겠지’. ‘이번까지만 쓰고 다음 달부터 하면 되지’라는 느긋한 마음을 먹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어느새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이 왜 필요한지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저축을 시작하게 된다.

결혼비용으로 쓸 것인지, 집을 살 것인지, 자녀의 학자금을 준비하는 것인지,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는 것인지, 투자를 위한 종자돈으로 쓸 것인지, 은퇴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인지 등 돈을 모아야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간혹 사용목적 없이 돈을 모으는 경우도 있다. 얼마를 모아야겠다는 금액을 정해놓고 매월 저축을 해서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목돈도 목적이 없으면 흐지부지 사라지기가 쉽다.

갑자기 생긴 목돈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많은 양의 식량을 주면 계획에 따라 먹기보다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한꺼번에 많이 먹게 된다. 그처럼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게 되고, 선물을 해도 통 크게 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잘 나가던 차를 바꾸기도 한다. 심지어 돈을 꿔달라는 사람도 나타난다.

목적이 없이 모은 돈이 쉽게 나가는 것은 돈이 없을 때는 무관심했던 것에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계획에 없던 곳에 지출을 하게 되고 어렵게 모은 돈은 흐지부지 나가게 된다. 돈을 모으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지만 쓰려고 들면 한순간이다.

■ 목표가 있으면 작전이 나온다

돈을 모으는 목적이 정해지면 얼마를 모아야할지 금액이 정해진다. 또한 지금부터 그것을 이루기 위한 기간을 정할 수 있다. 기간과 금액을 따져보면 매월 얼마씩 모아야 하는지 목표 나온다.

이러한 목표가 생기면 수입에서 얼마를 저축으로 잡아야 하는지에 따라 소비와 지출규모가 나오게 된다. 목표액을 많이 잡고, 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것은 지나친 부담이 따른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룰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지나친 부담은 오히려 쉽게 포기하게 만들 위험이 도사린다. 따라서 자신의 수입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한도를 파악해 저축액수를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와 함께 어떠한 방식으로 모을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실천방안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정기적금으로 할 것인지, 적금은 어떤 것에 가입할 것인지, 정기적금을 탔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굴릴 것인지, 주식투자를 할 것인지 등 ‘작전’이 나오는 것이다. 막연히 저축을 하겠다는 것과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과는 그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저축을 시작하려면 저축하는 금액만큼 덜 써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보고 싶은 것 다 보는 생활을 접거나 줄여서 그 돈을 모으는 것이다. 우선 소비욕구를 억눌러야 한다. ‘하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소비패턴을 바꿔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저축 위해서는 소비통제가 필수

소비를 통제하는 일은 단순히 큰 지출을 잡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에 따른 소비가 필요하다. 특히 저축금액이 많을수록 과소비 없는 소비계획은 필수적이다.

우선적으로 충동구매를 막아야 한다. 또한 소비에는 어떠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은연중에 소득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비용이나 문화·레저비용, 외식비를 줄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계부가 필수다. 꼼꼼하게 적은 지출은 어느 곳에서 필요이상의 지출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자료가 되고, 지출계획을 마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고자 한다면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을 되새겨 소비의 통제가 따르지 않으면 돈 모으기란 불가능하다. 전등 하나라도 덜 켜는 습관, 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는 습관, 종이 한 장도 아끼는 습관이 필요하다. 언뜻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을 한 달, 1년으로 따져보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모은 돈은 남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쌓이게 된다. 1차 목표를 달성하여 목돈을 쥐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더 쉬워진다. 그 돈이 종자돈이 되어 또 다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