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차 타면 대우받는다

  살아가면서 품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B씨는 유명만화가의 그림을 하청 받아 대신 그려주는 이름 없는 만화가였다. 자기 이름을 달고 작품을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열심히만 하면 그런대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B씨는 일에 매달렸고 수입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변두리의 연립주택 지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B씨가 돈을 많이 모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는 빈털터리였다.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유흥비로 탕진하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차였다. B씨는 항상 ‘좋다’는 급의 차를 몰고 다녔다. 비록 중고차를 구입하지만 그의 수입에는 과분한 차였다. 더 큰 문제는 어떤 차든 1년을 넘기지 않고 바꾼다는 데 있었다. B씨는 늘 할부금 갚는데 시달렸다.

  그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B씨가 수입이 엄청 많은 ‘잘 나가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친구는 B씨에게 “쓸데없이 차에 신경 쓰지 말고 돈 모아서 전세금을 올릴 생각을 하라”는 충고를 했다. 그럴 때마다 B씨는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밖에 나가서 차가 좋으면 사람대접을 받는다. 어차피 돈 모아 집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지하에 사는지 최고급아파트에 사는지 모른다. 안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푸대접 받는 것보다야 이왕이면 폼 나게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대우받는 게 낫지 않느냐.”

  B씨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그것은 개인의 뜻이다. 그러나 차는 소비품이고, 좋은 차를 타기 위해 다른 한 쪽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 좋은 차에 목숨 거는 사람들

  의외로 차에 과분한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좋은 차를 보면서 ‘저 사람들은 얼마를 벌기에 저런 차를 타고 다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난해 4/4분기 도시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수입은 373만원이다. 훨씬 많이 버는 사람도 있고, 적게 버는 사람도 있다. 부부 중 한명만 돈을 버는 가구도 있을 것이고, 맞벌이를 하는 가구도 있을 것이다.

  373만원이란 돈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것이지만 도시에서 한 가구가 살아가기에는 그리 넉넉한 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녀교육비와 생활비, 용돈, 공과금, 경조사비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돈을 제하고 나면 저축이 쉽지 않다. 여기에 낭비벽이나, 낭비벽까지는 아니어도 체면을 중시하고 생색내기를 좋아하면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카드와 마이너스통장으로 메워나가다가 그 한도가 차면 연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게 누적되면 급기야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낸 것도 아니고, 오로지 소비에만 치중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현실이 그런데도 과소비는 멈추지 않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과소비라는 것을 아는데 본인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승용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차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부모를 잘 만난 사람은 수입이 없어도 차를 끌고 다니고, 설사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취업을 하면 바로 차부터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편리함도 있지만 ‘멋져 보이기 때문’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왕 사는 김에 싼 차보다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차를 사는 것도 일반적인 경향이다.

  ■ 차는 돈 잡아먹는 귀신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차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까? 어느 재테크 전문가는 본인 연봉의 40% 정도 수준의 차를 구입해야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40%라고 기준을 두는 경우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지출이 없을 때 일 것이다.

  예를 들어 월세를 내야 한다거나, 취미생활로 지출이 많다거나, 부모님의 생활비를 보조해야 한다거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거나, 유흥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 고정적인 지출이 있다면 연봉에서 그 금액을 뺀 것의 40%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40% 이상의 차를 구입하려고 한다.

  납입기간을 늘리면 할부금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고정적인 지출이 된다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 또한 차를 구입하면 단지 찻값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유지비라는 것이 필요하다.

  초기비용으로 등록비와 보험료가 들어간다. 비싼 차일수록 많이 들어간다. 그 다음에 차를 굴리려면 연료비가 들어간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한 주차비와 정비에 따른 비용도 고정적인 지출로 잡아야 한다.

  차에 따라 다르고 이동거리에 따라 그 비용이 달라지겠지만 차에 따른 지출비용은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쩌면 지출에서 단일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비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차라는 것은 부동산처럼 세월이 가면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똥값’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먹고 마시는 소비재와 같다. 어쩌면 차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자칫 차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저축은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차를 모시고 다니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 ‘폼’이 10년 후를 망친다

  자신의 수입에 비해 무리한 차를 다닌다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부자가 되려면 저축이 지름길이다. 그런데 저축할 여건이 안 된다면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흔히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사실이다. 돈이 벌어들이는 돈은 어쩌면 근로자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땀 흘려 일하는 돈보다 많을 수도 있다. 금액이 크면 클수록 벌어들이는 양도 많아진다.

  옆자리의 동료가 펀드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친구가 땅으로 한몫 잡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에게는 그런 종자돈이 없어 돈을 못 번다는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댄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다른데서 찾는다.

  돈을 벌어들이는 돈을 만들려면 종자돈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종자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다. 저축이다. 저축은 쓸 것 다 쓰고, 폼 잴 것 다 재고, 생색낼 것 다 내고 난 뒤에 남는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하고도 돈이 남는다면 그는 이미 부자다.

  저축을 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집이라도 가지고 있고,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놓고도 여유롭게 사는 노년층은 과거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먹을 것마저 아껴가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사는 게 궁상맞다고 이야기 하며 자기는 죽었다 깨나도 그렇게 살 수 없다는 사람이 있다. 그건 자기 마음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 같은 수입이라고 봤을 때 궁상떨며 산 사람과 폼 나게 산 사람의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

  그때 폼 나게 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같은 금액이 있을 때 조금 덜 좋은 차, 조금 좁은 집에서 살며 나머지 돈으로 재테크를 한 사람과, 있는 돈을 차에 쏟아 붓고 넓은 집을 얻느라 대출까지 받았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간격은 더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때 가서 부러워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아끼고 저축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