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열린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에서 에너지가격체계를 합리적으로 가다듬어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고유가 시대에도 에너지 낭비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에너지 소비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에너지가격체계를 고쳐 전기 도시가스 요금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기요금 현실화 조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발전 단가중 46%를 차지하는 석유와 석탄 연료비가 천정부지로 뛰었고 한전이 투자보수율을 확보하기 못하면 적정한 투자의 길이 막혀 전력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의 고공행진에 걸맞게 시장이 절약 마인드를 가지도록 요금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전기료가 정부의 물가 정책에 발목이 잡혀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못해 전기의 시장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한전과 발전회사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져 국가경제의 근간인 전력산업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향후 전력대란 등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려져 있는 상태다.

전력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적절한 투자보수율은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우리가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전력회사의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전기료 동결정책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해쳐 자칫 제2의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광역정전사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회사가 경영합리화를 통한 자구노력에 한계가 노정된 가운데 전기요금 현실화에 족쇄를 채우는 부조화가 지속될 경우 에너지위기를 극복하는 대응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전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7년까지 3,773만kW의 발전설비와 1만km에 달하는 송전선로를 확충하고 여기에는 총 100조원의 전력설비투자재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의 이익 규모는 전력공급설비 투자를 위한 최소이윤에도 크게 못미쳐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력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키 위해 매년 4내지 5조원을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연료비 등 공급비용 상승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할 경우 한전의 신인도가 하락하고 자본조달 비용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전기공급 비용의 대폭 상승이라는 후폭풍을 맞게될 것이다. 전기요금 현실화 조치가 지금이라도 추진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반기는 것도 향후 충격파를 줄일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차재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처럼 전기료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조정하는 원가 연동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료비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따라 변동분을 반영해 요금이 오르고 내는 것이 당연하며 시장경제에도 부합한다. 국내에도 가스 열요금 등 다른 에너지요금에는 연동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연료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유독 전기료만 예외로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고유가 현상은 1,2차 오일쇼크처럼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에너지가격구조도 ‘유가 100달러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공공요금 정책의 지향점도 ‘낮은 수준’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에 맞추는 것이 ‘공동선(共同善)’이다. 공공요금이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표류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담보할 수도 없고 에너지이용 효율 제고도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물론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것이 서민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반발이 예상되지만 지식경제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전기 소비자들도 전기가 남아도는 에너지가 아니라 값비싼 에너지라는 점을 재인식해야 할 때이다. 고유가 시대에는 약간의 불편이나 부담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에너지 가격이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신호)을 주는 가격으로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되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