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전남 남성기전 사장

국내 자동제어·계측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던 1978년. 남성기전주식회사(대표이사 최전남)가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우려 속에 창립됐다.

깐깐하기로 이름 난 삼성반도체 클린룸의 자동제어와 계측분야의 설비를 담당할 만큼 기술력과 영업력, 설비능력을 고루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파트로 25년간 자리를 굳게 하고 있다.

9월, 창립 30년을 맞는 최전남 대표이사는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의 틀을 완성하고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자동제어분야에서 리딩컴퍼니(Leading Company)로 존재해 온 만큼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명품회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도경영의 한 길, 30년

중소기업간 치열한 경쟁과 단체수의계약폐지로 기업들의 수주물량이 많이 줄어 대부분 건설사 하도급업체로 전락하는 요즘, 중소기업 경영 30년은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에는 경쟁 입찰을 대비하지 못한 기업과 관 중심의 영업활동을 벌여 온 업체들의 경우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퇴출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게 업계 실정이다.

그럼에도 남성기전이 30년 동안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도경영’에 있다.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도 바르게 하다 보면 기업의 연속성은 보장된다고 확신하는 최전남 대표이사.

그는 “과욕을 으로 능력 밖의 일을 하게 되고 매출과 수주실적에 연연해 우를 범한 결과 회사와 직원들, 업계에 해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업계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도경영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자동제어 1세대로, 창립 30년을 맞는 업계 리더로, 또 리딩 컴퍼니로서 존재해 온 만큼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명품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다.

오블리스 노블리제 정신 살려야

“오블리스 노블리제, 어려운 게 아니다. 단체수의계약도 사라지고 경영여건도 나빠진 마당에 조합이나 업계 리더들이 영세한 기업을 보호해주고 육성해 줄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최 대표는 MB정부가 ‘기업프랜들리’라고 해서 각종 규제를 없애고 하는데 조합이 최근(2월 정기총회) ‘직접생산 확인제도’ 실시에 따른 공장전용면적 기준을 턱없이 높게 잡아 중소기업간 경쟁 입찰에도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바로 잡는 것도 범주에 든다고 설명한다.

“조합이, 가진 자들이 영세한 기업들이 업을 영위 할 수 있는 진입의 문턱을 높였다”며 “ 카르텔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근절하고 조합원을 보살피는 것”이 진정한 오블리스 노블리제며 기업의 의무라고 단언한다.

소유주와 기업의 동반퇴출 아쉬워

“오너(소유주)와 기업이 함께 쇠퇴하고 있다. 창업 1대에서 2대로 점차 나아져야 한다. 발전이 있어야 한다. 기업은 연속성이다.”

남성기전을 비롯한 자동제어 분야 1세대로 꼽을 수 있는 8개 기업 가운데 이미 2개 기업이 시장서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연속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조합과 리딩 컴퍼니의 역할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시장서 퇴출되지 않으려면 중소기업의 CEO는 기술을 알아야 하고 기술자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유주는 퇴장해도 시장서 기업이 사라져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우리는 단순한 장사꾼,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는 말에 30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영철학을 접할 수 있는 언급이었다.

가격출혈 발주업체가 외면

“무한경쟁시대다. 과거에는 단체수의계약과 같은 정부보호제도와 담합이 존재했지만 이젠 투명화, 자유경쟁시대인 만큼 업계도 이에 맞는 사고가 필요하다.”

기업 환경은 변했다. 그에 따르면 발주업체가 저가경쟁에 따른 폐단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가격출혈은 발주업체가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가경쟁을 영업 전략으로 삼는 기업은 존재한다.

“몇몇 기업들이 수주실적 쌓기에 조급한 나머지 유혹에 빠져들어 저가덤핑을 영업 전략으로 삼는데 이런 행위가 업계성장을 저해하는 독버섯”으로 진단했다.

이 같은 문제는 누군가가 나서서 정화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업계 스스로 깨우쳐 정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전남 대표이사는 “품위 있는 경영으로 명품회사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작지만 단단 회사로 재무구조와 기술력 있는 회사로 외풍에 휩쓸리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 보이겠다”며 제2창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윤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