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굴착이 필요없는 ‘친환경 드릴형 접지봉과 시공법’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를 개발한 주인공은 한전 서울사업본부 서부지점 설비관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근환 팀장.

현재 한전은 최초에 전주 및 개폐기, 피뢰기, 변압기 등을 시설하는 경우에 도로를 굴착해 전주에 이를 시설하고 땅속에 접지극을 시설한 다음 아스팔트 또는 콘크리트로 포장해 왔다. 이렇게 설치된 접지극 시설은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접지저항이 상승, 접지보강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 이럴 경우 기존에는 아스팔트 및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파쇄해 시공해야 했다.

하지만 전동브레카를 이용해 도로를 파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큰 소음과 진동으로 건물과 벽에 균열이 생겼다는 피해보상 민원이 발생하는 등 주민들이 소음으로 인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 또 도로를 파쇄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 도로굴착 허가를 득해야 했다.

아울러 도로 파쇄시에 발생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파쇄 덩어리는 환경폐기물로 분류돼 지정된 장소 및 허가업체에서 폐기해 처리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어 이에 따른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돼 왔다.

하지만 김 팀장이 개발한 접지봉과 시공방법에 따르면 이런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다. 새로 개발된 접지봉은 타격용 전동공구와 연결부를 맞춰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압축부와 리드단자의 본체를 800mm로 제작해 리드단자의 본체를 동결을 예방할 수 있는 땅속 0.75미터까지 무굴착으로 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신개발 드릴형 접지봉은 무소음과 무진동으로 도심 상가지역에서 영업에 지장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언제든지 접지보강 공사가 가능하다. 또 도로를 파쇄하지 않아 관련 허가가 불필요하고 도로굴착 노무비 및 굴착 복구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아울러 폐기물이 발생치 않아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 또한 필요치 않는다.

현재 이 공법은 한전 서부지점 관내 400개소에 적용됐다. 연말까지는 접지저항 미달이 100Ω 이상인 2,000개소에 시공될 계획이다.

서부지점 관내에서 접지보강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성지엔지니어링의 강병일 현장대리인은 우선 “기존과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접지저항 기준치인 25Ω을 확보하기가 용이해 졌다”고 설명했다.

강 현장대리인은 “기존 접지봉은 다수를 박아도 기준치 이하로 접지저항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개발된 접지봉은 특수재질로 암반지역도 활용할 수 있어 저항치를 확보하는 데 매우 용이해 졌다”고 강조했다.

또 “시공과정에서도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은 적이 아직은 없다”며 “시작단계이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 공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도로포장 복구비용 등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향후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지난 94년 제주지사 근무 당시부터 14년 동안 접지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무굴착 접지봉을 개발한 김 팀장은 그동안 장수명 심타용 접지봉과 접속용 접지스리브 등을 개발한 바 있다.

한편 김 팀장은 오는 7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4개국 학술대회에 참석해 ‘접속용 접지스리브’ 개발 관련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학술대회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등의 전기관련 기술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