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

3월 6일 전력 노동자들의 축제나 다름없는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가 펼쳐졌다. 이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3선 노조위원장이 탄생해 관심을 모았다.

·17대에 이어 18대 위원장으로서 다시 노동현장에 서게 된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 6년 동안 조합원들이 믿고 성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3년을 맞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의 3년을 또 다시 시작하는 3년이 아니라 새로운 3년으로 만들어 가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새로운 노동운동을 실천하는 개혁 노조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다면 동지들과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3선의 기쁨은 잠시 잊은 채 걱정이 깃든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전의 구조개편과 민영화 정책은 지난 10여년간 한결같이 김 위원장을 고민에 빠뜨리는 문제였다.

“배전분할 정책이 중단된 후 발전민영화와 구조개편 정책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초기의 개혁적 이미지를 가시화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과 결합해 사실상 폐기됐던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 정책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영화 주장과 관련해 “실제로 전력산업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 궁금하다”며 “경쟁이 성공한 나라가 한 나라라도 있는지, 정부안에 진심으로 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과와 효율로 공기업을 개혁하겠다는 발상은 이미 그 실효성을 잃었다며 공기업 민영화가 국민에게 박수를 받는다고 하는데 냉정하게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물가안정과 서민경제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때”라며 “고유가 등 연료비 상승분이 제 때 반영되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자산 8조원의 회사가 올 1분기만 하더라도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전이 민간기업 이라면 이미 한계기업에 도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김 위원장은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국민에게 이득을 제공하기 보다는 오히려 특정 재벌의 배를 불리는 것이 분명하다”며 “답답하다”고 허탈해 했다.

김 위원장은 “전력산업 민영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보험 민영화 등보다도 더욱더 민감한 문제”라며 “전기가 물과 공기와 같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공공재인데 너무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다 보니 사람들이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그 짧은 시간에 ‘압축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근간에 바로 안정적이며 고품질의 전기 공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3사 통합이후 500여명의 전력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민간기업과 한전을 놓고 냉정하게 비교해 보자”고 힘을 줬다.

김 위원장은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2004년 6월 17일 노사정위원회 공동연구 결과를 통해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세계 9개 국가 32개 기관을 방문해 실익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저장이 되지 않고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전력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조개편을 찬성하는 일부 사이비 학자들은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한 욕심으로 경제원론 수준의 구조개편을 언급하며 한전의 민영화를 주장한다”며 “한전을 민영화 시킨다면 대기업만 배불리고 국민들은 얻는 것 없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오히려 국민에게 부담만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김 위원장은 “과거 한국통신의 이동통신 사업부를 대통령의 사돈기업에 매각했는데 지금 통신요금이 싸 졌느냐, 3조 가치에 달하는 한국중공업을 3,000억원에 매각했는데 과연 국민 후생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느냐”고 반분하며 “전력산업 민영화가 국민후생을 증대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주장은 전부 허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석연료 고갈에 따라 전기분야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등을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한전을 제대로 키워서 세계 전력시장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산·현대중공업과 같은 전력산업계와 공동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에 대한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민영화라는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는 것 보다도 더욱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물러났을 때 열심히 했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