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계가 남병주 회장을 선장으로 3년간의 힘찬 항해에 나섰다. 남병주 회장은 오는 19일 전기공사협회장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있는 업계를 살려 도약의 발판을 놓겠다는 남병주 전기공사협회장에게 거는 업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업계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남병주 회장체제의 출범은 ‘변화와 개혁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남병주 회장을 선택한 회원사의 표심은 현 난국을 뚫고 새로운 협회상을 정립하고 업계의 비전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남 회장은 협회의 명운을 가늠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 위기에 빠진 업계를 살리는데 우선적으로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견된다.

남 회장은 지금까지 협회가 걸어온 행보(行步)세월과는 지난 50년과는 다른 패러다임이 다른 정책과 방향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먼저 업계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해외시장 개척이다. 협소하고 전망이 불투명한 국내시장에서 ‘제살깎기식 과열 경쟁’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는 있으나 협회가 앞장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놓지는 못했다. 한전과의 협력 MOU를 맺긴 했지만 이를 구현해낼 태세가 갖춰졌는지는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한전 의존형’ 체제’를 그대로 둔 채 ‘해외사업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치밀하고 탄탄한 장단기 해외 사업 로드맵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글로벌 인재를 과감하게 영입하는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협회 자체의 운영시스템을 국제화시켜 한전과 동반자적인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분리발주 수호는 견고하게 지켜 나아가야 할 현안이다. 업계의 토양이라고 할 분리발주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외부의 공격이 거세지고 여건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정부는 건설기본법의 틀 안에 전기공사와 통신공사, 소방공사 부분을 담아내는 것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이 방안은 교모하게 ‘규제 완화’ 라고 하는 ‘포장’에 둘러싸여 기존의 분리발주 논리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대응이 만만찮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건설사 CEO출신이라 정부의 정책이 건설 위주로 흘러 분리발주의 존속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논리의 재무장과 정치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분리발주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조기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분리발주 수호는 남병주 회장이 안정적인 협회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전기공사협회는 전문기술협회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기공사협회는 행정 관리위주의 협회에 머물러 기술협회로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술이 뒷전으로 밀리다보니 기술 우선의 정책이 실종되고 연구원에서도 실용적인 기술의 개발과 전파에 소홀했다. 연구원은 업계에 긴요한 기술의 독자적인 연구보다는 정부에서 과제를 수주해 용역을 주고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간부분의 시공기술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원이 독자적인 연구 영역을 구축하고 업계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 핵심인력을 뽑아 첨단빌딩, 플랜트, 유비쿼터스 등 새로운 기술 트랜드에 맞는 고급 기술을 개발하고 업계에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전기공사업체의 자생력을 담보하는 것은 기술이다. 기술력을 확보해야 시장을 사수할 수도 있고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된다. 기술로 승부하는 기술협회의 탄생을 기대한다.

남병주 회장의 리더십이 뿌리내리고 효과적으로 개혁이 실현되어야만 앞으로의 협회 앞날에 쾌속 항해가 보장된다. 남 회장의 합리주의에 바탕한 추진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회원사와 협회 직원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회원 각자가 방관자로 머물고 열정과 공명심이 식어버린 협회 직원의 정신상태와 마음가짐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변혁의 시대 사명을 공유하고 남 회장의 선진 공사협회의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하면서도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남병주 회장 체제가 국가경제의 근간인 공사업계의 재도약 디딤돌을 놓는 3년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