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한국전기공사협회 신임 회장에 당선된 남병주 (주)보국 대표가 설진근 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선거 스케치
남병주 후보의 압승은 사실상 예고된 시나리오였다. 선거 이전부터 남병주 후보의 당선은 이미 ‘떼논당상’이고 표차이가 얼마나 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던 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선거 속설처럼 선거 당일까지 당락이 바뀔 변수는 존재했지만 선거 결과는 예고된 시나리오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후보 등록 때부터 이미 승패는 갈렸다. 협회장 선거 투표권이 주어지는 전국 시도지회 대의원 386명중 200여명이 남 후보를 추천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후보 등록때 남 후보를 추천한 대의원 중 소수의 누수가 있었지만 절대 다수가 남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느 때보다 조용한 가운데 진행된 선거전 레이스 막판에 오두석후보측에서 남 후보의 학력 문제를 쟁점화했지만 전세를 뒤엎지는 못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비전 제시보다는 후보자의 허물을 문제 삼아 목청을 높인다”는 역풍을 만나 주저 앉았다.

특히 오두석 후보 측 관계자가 남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중의 한사람을 폭행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오 후보의 패인 중에는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후 선거까지 기간이 짧아 회원사들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

주 창현 회장의 출마 권유로 오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시점이 충분한 선거 운동을 펼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었다.

주 회장은 남 후보의 ‘대항마’로 오 후보 이전에도 몇 사람에게 출마를 종용한 바 있지만 모두 고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승 배경
협회는 태생적으로 정치집단이며 정치력이 협회의 위상을 좌우한다. 협회장의 리더십과 역량에 따라 정치력에 따라 협회의 명암이 바뀔 정도로 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하다.

내치(內治)보다 외치(外治)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자리다. 뜻만 좋다고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회원들의 지지와 공감대위에 대외적인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뜻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다.

현재 공사업계는 대폭적으로 들어든 내수 물량 때문에 어려운 난국에 봉착해 있다. 더욱이 업계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분리발주 제도가 다시 거론되면서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건설사의 CEO라는 점 때문에 정책방향이 건설 위주로 흘러 분리발주의 존속여부도 불투명해 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협회의 구조적인 특성과 업계의 암울한 현실이 남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평가된다.

‘더블 스코어’의 큰 격차를 보이며 당락이 갈린 배경에는 남 후보가 지명도나 무게감에서 월등하게 앞섰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위기감이 감도는 업계의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남 후보가 대외 정치력을 발휘할 적임자라는 판단을 회원사가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힘있는 후보가 힘있는 협회를 만들 수 있고 회원사의 요구가 잘 반영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 이다.

이번 선거의 표심은 변화와 개혁, 파워풀한 협회를 열망하는 회원사의 마음이 베어있다.

덕망가로 업계의 존경을 받고 정관계 등 요로에 두터운 인맥을 쌓아온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갈망한 것이다.

이는 전임 회장들에 대한 ‘염증’과 ‘실망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창현 회장의 경우 대과없이 협회를 이끌었지만 회원사의 욕구를 해갈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선 김창준 회장을 승계한 주창현 회장은 발전특위를 만들어 변화를 꾀하려했지만 전임 김회장을 부정해야 하는 한계등이 작용해 회원에게 피부로 와닿는 개혁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김창준 회장의 경우도 초기 3년은 나름대로 개혁적인 협회상을 정립했지만 후기 3년동안 업계를 양극화하는 등 ‘독선적 회장’의 행태를 보이면서 민심이 이반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때문에 협회의 개혁을 바라던 회원사들이 리더십과 포용, 친화력을 겸비한 선 굵은 남 후보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여겨진다.

■향후 전망
새로 출범한 남병주 회장은 앞으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남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회원사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토대를 마련했다.

일을 추진할 때는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 남 회장의 업무 스타일로 볼 때 개혁의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남 회장의 한 측근은 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되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면서도 당장 요란법석을 떨며 알맹이 없는 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모든 개혁은 빠르면 실패 가능성이 크고 리더 혼자 1만1천여 회원사의 생각을 다 알 수 없다”며 “싱크탱크인 정책부서에서 모든 함수들을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고 회원사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면서 실효성있는 개혁을 펼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남 회장의 개혁방향은 이번 선거전에서 주창한 3신(新信臣)의 슬로건에 잘 나타나 있다. 변화와 혁신의 新, 회원이 신뢰하는 信, 회원을 섬기는 臣의 협회를 만들겠다는 게 남 회장의 구상이다.

‘新의 협회’는 분권화와 업역 확대, 협회 조직의 개편으로 요약된다. 먼저 부회장 제도를 도입, 집단지도체제로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남 회장의 의지다.

남 회장은 “대관업무나 정부를 상대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협회장의 짐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며 “부회장과 업무를 나눠 책임지고 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형식에 치우쳐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는 위원회는 폐지하고 현장 위주의 전문 분야별로 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는 게 남 회장의 구상이다.

고부가가치업종으로의 기반을 조성하고 신성장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남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남 회장은 한계에 다달은 국내시장에서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고 신재생, 에스코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시장의 볼륨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남 회장은 관련제도나 법을 바꿔 3년 임기내에 전기공사업 시장규모를 2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주장했다.

소비적이며 소모적인 협회의 모습도 새롭게 달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협회의 조직은 업계의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소수 정예화하고 슬림화될 전망이다.

기술정책연구원, 재해예방기술원, 직업전문학교 등 부설 및 산하기관은 독립화도 생산성 제고의 연장선상이다.

‘信의 협회’는 협회장의 독단을 배제하고 회원사와 발걸음을 맞춰 협회를 운영하겠다는 남 회장의 의지가 베어있는 슬로건이다.

남 회장은 임원이나 위원장에게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 직책을 주고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방침이다.

“업계에는 경륜과 능력을 갖춘 회원들이 많다”는 남 회장은 “ 회원사가 협회의 역할에 힘을 보태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자금 집행 내역도 상세히 공개하고 집행부의 감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투명경영으로 회원사에게 다가가는 협회를 만들겠다는게 남 회장의 복안이다.

특히 회장의 독단적인 전횡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제도적인 장치로 회원소환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회원소환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일을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 남병주 신임회장은 당선소감을 밝히면서 "초심을 갖고 협회와 회원사의 발전을 위해 신명을 다 받치겠다"고 말했다.

‘臣의 협회’는 남을 배려하는 남 회장의 철학이 녹아있다. 평소 김 회장은 협회는 권력기관이 아니며 회원에서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협회 직원의 고과를 회원이 참여해 평가하고 회원의 고충을 처리하는 신문고제도도 도입된다.

한편 남 회장과 함께 집행부를 이끌 신임이사와 감사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직위 생략)

함남홍 동림전력(주), 김태민 태승전력(주), 전강환 케이피포인트(주), 송재운 오성이엔씨(주), 박동천 종로전기(주), 임병해 (주)삼협전기, 백남길 (합)서전사, 조상욱 (주)태림전설, 최춘범 범우전기, 송영태 (주)대주엔지니어링, 이해용 일신전기(주), 장준찬 (주)새한전기, 송삼홍 (주)삼하전력, 이석진 (주)성진전설, 양우석 (합)금강전기공업사, 오영수 원남기업(주)(이상 이사). 이덕록 (주)서보(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