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감 넘치는 고수들의 함정

이런 유머가 있다. 카사노바가 성행위 체위 100가지를 자랑하듯이 읊어댔다. 아흔아홉 가지의 체위를 말한 뒤 100번째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100번째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100번째는 정상위였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은 것이다.

세상에는 고수내지는 달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감이 넘치는 그들이 빠지는 함정이 ‘가장 기본’이다. 비즈니스에서 기본은 약속을 통한 만남이다. 그런데 약속을 정함에 있어서 실례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씨는 어렵게 B씨와 약속을 잡았다. A씨가 약속시간에 맞춰 B씨의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B씨는 다른 업자와 외부에서 미팅 중이었다. 약속이 되어있으니 금방 돌아오겠지 싶어 기다리는데 두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른 직원이 “오늘은 어렵고 다음에 봤으면 한다”는 전갈을 전해줬다. 황당한 경우지만 A씨는 애써 기분 나쁜 표정을 감추고 사무실을 나왔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신뢰를 쌓는 주춧돌과 다름없다. 하지만 쌍방이 합의해 정한 약속일지라도 일방의 사정에 의해 취소되거나 변경될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예의와 방법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약속취소 또는 변경으로 인해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약속은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잡게 된다. 그 기간이 길었다면 상대방이 잊고 있거나 약속 당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2~3일 전에 전화를 걸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취소할 때는 상대방을 배려하라

약속을 취소 또는 변경하게 될 경우에는 즉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고 상대방이 차질 없이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안해서 또는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미루다가 약속을 못 지키거나 당일에 취소하는 것보다는 일찌감치 양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늦어도 하루 전에는 통보해야 상대방의 소중한 하루를 망치는 결례를 범하지 않게 된다. 변경되는 약속시간을 정할 때는 상대방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예의이다.

먼저 약속했던 상대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그 이후에 생긴 다른 약속을 위해 상대와의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대단한 결례이다. 상대방이 모르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곳에 밀렸다고 판단하게 되면 마음의 앙금을 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약속을 지키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스케줄을 조정해 짧은 시간 형식적으로 만났다면 본인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면 그 뒤의 또 다른 약속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정해야 한다.

약속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약속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을 말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실수한 것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자신이 한 실수를 실수로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상위를 잊은 카사노바처럼 기본을 잊고 비즈니스의 고수를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