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맥으로 2만 명 관리
A씨는 친구의 친구인 B씨와 처음 단독으로 만났다. 대학시절 알기는 했지만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어 차례 얼굴을 본 정도인 두 사람은 관심조차 없었던 그저 그런 사이였다. B는 A를 만나자마자 친근감을 드러내며 사업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경력에 대해 잘 모를 테니 이걸 보라며 두 장의 이력서를 내밀었다. B가 내민 이력서에는 모임의 총무나 부회장 등 사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시시콜콜한 경력까지 다 적혀있었다. B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우쭐대며 말을 했다. “내가 인맥관리는 잘 하잖습니까. 지금까지 저와 연을 맺은 사람이 2만 명 정도인데 앞으로 더 늘려갈 생각입니다.”

A씨는 또 다른 C씨를 만나 같은 경험을 했다. 그 역시 ‘인맥형성’에 대단히 열성을 쏟는 사람이었다. 낡고 두툼한 수첩에는 수많은 사람의 연락처가 빼곡하게 적혀있었고, C씨는 그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 자리에서 A씨의 이름도 그 수첩에 등재되는 영광(?)을 누렸다.

A씨는 두 사람에 대해 신뢰하지 않았다. 그들이 형성했다는 인맥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방식대로라면 A씨 역시 인맥에 편입된 상태이다. 하지만 A씨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내보였던 인맥은 제대로 형성된 인맥이 아닌,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 인맥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B와 C의 공통점은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나를 도와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어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온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수시로 사업 아이템이 변했다. 그들은 마치 다방면에 재주가 많아 사업을 확장한 것처럼 떠벌였지만 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제대로 한 것이 없고, 밥값 한번 내기조차 어려운 실패자들일 뿐이었다.

사업에 있어서 인맥이란 소중한 자산이고 강력한 에너지이다. 그런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인맥이란 내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받으려고만 하려는 인맥은 부모자식 간에도 성립되기 어렵다.

그런데 B씨와 C씨처럼 그저 얼굴이나 아는 것도 인맥이라 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다. 사실 어느 술집에서 웨이터와 명함을 주고받은 것을 놓고 인맥을 형성했다고 할 수는 없다.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뿌린 명함의 숫자만큼 득표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인맥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많은 사람과 안면을 트는 것이 아니라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알고지내는 사람과 인맥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명함 한 장 돌렸다고, 통성명을 했다고 인맥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말 몇 마디 나눠보면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대충은 안다. 진심이 없다면 그것은 인맥이 아니다. 인맥은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