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산업연구회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경쟁으로 가는 전력산업’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신중린 건국대 부총장이 외국출장중인 이승훈 회장을 대신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경쟁으로 가는 전력산업’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중단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특히 배전분할 중단으로 멈춰선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한전의 판매 분할을 통해 이를 발전사에 통합,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외국 출장중인 이승훈 회장을 대신해 개회사를 한 신중린 건국대 부총장은 “이번 세미나는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제기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다루었다”며 “특히 전력산업을 중심으로 경쟁도입과 민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신 부총장은 “1990년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전력산업 패러다임이 경쟁구도로 바뀌게 됐다”며 “따라서 국내 전력산업 또한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 지금의 구조를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여러 번의 토의와 연구를 거치면서 2000년도 봄에 전력산업연구회를 발족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신 부총장은 “이후 전력산업연구회는 다양한 토의와 분석, 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자 노력을 많이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 계획했던 대로 전력산업이 개편되지 못했지만 그러나 얻은 바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신 부총장은 “새로운 정부에서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만큼 앞으로 전력산업연구회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보다 좋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하는데 힘이 되고 싶다”며 “이번 세미나를 개최함으로 해서 이 계기를 통해 보다 더 활발한 토론과 더불어 전력산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력산업 경쟁도입에서 제기되는 구체적인 이슈를 거론하고 민영화 방안은 물론 전기요금의 체계 조정 등의 뜨거운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쟁도입과 민영화 세션Ⅰ에서는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공기업의 민영화 성과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개인적으로 민간기업이 공기업 보다 조금 더 나은 것 같다”고 연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공기업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참여정부에서 공기업개혁이 멈췄다”며 “한전의 배전과 판매를 분할, 판매분야를 발전사와 통합해 이를 민영화 하되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참여 확대를 주제로 열린 세션 II에서는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방향과 주요 이슈’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전력산업에 소매경쟁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소매판매사업자의 형태로 (한전의 판매부문이)발전과 통합된 형태가 위험분산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도매시장에 대한 의존도 감소는 물론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력산업 구조 및 용량요금 체계의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력산업 구조는 부문별로 다른 진화의 길을 갈 필요성이 있다”며 “화력발전과 판매는 민간 및 경쟁해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배전부문에 대해서는 민영화와 공공성이 50대 50으로 존재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4가지 주제들을 각각 핵심 내용만 요약 정리했다.

■김현숙 숭실대 교수(우리나라 공기업 민영화 성과분석)

김현숙 교수는 포스코, 한국중공업 등 7개 기업을 분석대상 기업으로 선정해 공기업 민영화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특히 부실기업의 성과가 두드러지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수익성 부문에서 민명화 순효과를 분석한 결과 민영화 이전과 비교해 상당히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고용 종업원 수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소비자 후생을 위해서는 유효경쟁 창출이 필요하다며 생산자 이윤 및 생산성 부문에서 대한송유관공사 등 민영화 이전 부실기업은 대체적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고용인력 감소와 관련해 김 교수는 두산중공업 등 민영화 이전 부실기업은 대체적으로 큰 폭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이것이 민영화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다른 산업을 비교해 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인 산업의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와 산업구조별 민영화 효과를 설명하면서 김 교수는 경쟁적 산업이나 독과점적인 산업 모두에서 민간기업이 공기업보다는 다소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대한송유관공사와 KT 등 네트워크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시사점으로 “네트워크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이용가격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으며 네트워크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유효경쟁이 어려운 편이며 장기투자의 문제, 특히 전력산업을 민영화 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낮은 수요탄력성에 따른 가격불안정성은 물론 소비자 후생 등을 꼽아 강조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공기업 개혁 방안)

조성봉 연구조정실장은 차기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위한 제언을 통해 “공기업에 대한 철저한 기능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할 때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공성과 상업성을 분리해 상업성을 추구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또 공기업에 대한 경영개입 최소화는 물론 교차보조와 가격규제 최소화 등으로 공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조 박사는 특히 자연 독점적인 네트워크 사업영역과 경쟁이 가능한 사업영역이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경우, 이를 수직적으로 분할해 경쟁이 가능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으로 분할할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전력산업의 경우, 발전과 판매, 배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그러면서 한전의 100% 자회사인 6개 발전자회사를 민영화 하되 그 첫 단계로 남동발전의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주식상장보다는 경영권 매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또 현재 송전과 배전 및 판매가 통합되어 있는 한전의 사업구조에서 배전과 판매를 분리하는 방안과 여기서 다시 판매를 발전사업자가 통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전력산업 구조개편 방향과 이슈)

김영산 교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기본방향을 발전과 판매 등의 에너지부문과 송배전망 부문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고 에너지부문에는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발전부문의 분할은 상당히 진전돼 있지만 소매판매부문은 여전히 송배전망과 통합돼 소매경쟁이 도입되지 않고 있다며 발전부문의 경쟁도입에서 오는 혜택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려면 판매부문의 소매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소매경쟁이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수요의 가격 반응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4가지 소매판매 사업자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발전과 통합된 형태를 언급하고 소매경쟁을 즉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발전과 판매를 통합한 이후 이를 민영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민영화 이전이라도 발전, 판매 사업자들을 한전의 자회사가 아닌 독립적 공기업 형태로 전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며 시장 경쟁이 정착되면 민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구조개편의 기타 이슈로 한수원을 다른 발전자회사와 같이 취급할 것인가를 언급하면서 판매를 허용해 장기적으로는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전력산업구조 및 용량요금체계의 발전방향)

박 교수는 전력산업구조는 부문별로 다르게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화력발전과 판매는 물론 배전 부문은 민간 및 경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전은 공공성과 민영화 요소가 50대 50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또 송전, 계통운용, 원자력 등은 공공 및 부문별 독점으로 가야 한다며 단, 규제의 방식은 인센티브 규제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과 배전은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에너지안보, 공급안정성, 기후변화협약, 적정 전력가격, 전력산업 발전이라는 전력산업 목표와 산업구조의 연관성을 살펴볼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화력발전과 판매 등의 민영화 정책, 기타 부문의 공기업 유지 및 규제제도 개선 등은 에너지정책, 세제정책, 기후변화 정책 등과의 연계를 통해 앞서 제기한 전력산업의 5가지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특히 국내형 전력산업 구조에서 국제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 한-일 계통연계, 남-북 계통연계, 파이프라인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력산업 구조에 한정된 결정보다는 가스와 열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기준에서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전력시장 및 용량확보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에너지 계약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물중심에서 강제금융계약으로 전환 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시장계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단기적으로 현재의 용량요금 수준 현실화와 시장제도의 개선이 뒤따라야 하고 주변 여건이 마련되면 선진 용량시장 제도 도입을 통해 전력공급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들은 “많은 논쟁과 공부가 필요하다”며 “정답이 없는 만큼 각 나라의 정치, 문화, 국민적 성숙 등의 수준을 감안해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