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전의 민영화를 원점서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와 차별적인 조건의 특이한 해외 사례 등을 이유로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올 한해를 관통할 59가지 핵심 이슈를 정리하면서 그 현황과 대응방안을 피력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 중단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현행의 시장구조는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전제한 잠정적 구조에 불과할 뿐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며 “따라서 2단계 구조개편으로의 이행을 막아버리고 현행의 구조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방향의 공동연구단 결론은 현 구조가 안고 있는 특성상 수급상의 불안과 이에 따른 가격 불안 등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보다 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에경연은 “전력산업구조개편에도 당연히 역기능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의 위험이 수반된다”며 “이를 알고도 구조개편을 추진하게 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후생과 국익을 생각한 것이며 역기능 부문도 점진적 접근과 정책적 보완 및 개선을 통해 상당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밝힌 올해 주요 이슈 중 전력 및 원자력산업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진행 중단 상황에 대한 견해는?

2004년 5월 31일 노사정위원회 공동연구단의 배전분할 중단 결정 이후 전력산업구조개편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노사정위원회의 핵심 결론은 배전분할을 전제로 한 도매시장경쟁의 도입이 가격문제, 공급안정성 등에 있어 기대편익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예상위험이 상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배전분할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의 핵심 결론을 평가해 보자. 우선 가격문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단계별 구조개편 이행 과정에서 한계공급비용 기준의 도매시장가격이 기존의 공급(평균)비용을 초과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행과정에서 정부의 별도 조치가 없다면 경쟁으로부터의 편익이 소비자의 추가 부담 하에 투자자의 초과이윤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시장정산규칙을  조정해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양방향 입찰시장에서는 시장가격과 차이가 나는 강제적 계약(Vesting Contracts)을 통해 최종소비자가격을 안정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조개편 초기부터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다면 가격은 상승할 수 있지만 가격안정을 위한 정부개입은 구조개편 과도기의 필수적 사안이고 실제로 정부의 구조개편 보완대책하의 전력가격은 구조개편 시작 이후 계속해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 개입과는 별도로 시장균형으로의 복귀를 향한 가격신호는 현행의 발전경쟁시장에서도 생성되고 있고 사업자간 경쟁에 의한 효율 개선으로 가격인하 여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 구조개편이 수년간 진행된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격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구조개편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공급안정성의 문제와 관련해 외국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광역정전 사례는 기술적 요인에 의한 것이며 민간의 설비투자 불충분이 이유로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것도 전기설비기술 기준이나 소비자에 대한 전기품질 등에 관한 규제의 문제로서 구조개편 여부와 무관하게 규제가 계속될 독점사업부문인 송배전 부문의 문제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계통 확대가 수반되는 구조개편의 경우 분리되어 있던 계통을 연계 운영하는 과정의 초기에 사업자들 간의 이해상충으로 계통 불안정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구조개편 이후에도 계통 규모의 변화는 없으며 전기품질 및 안전에 대한 적정 규제가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에 구조개편으로 계통의 안정성이 저하될 이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현행의 시장구조는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전제한 잠정적 구조에 불과할 뿐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2단계 구조개편으로의 이행을 막아버리고 현행의 구조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방향의 공동연구단 결론은 현 구조가 안고 있는 특성상 수급상의 불안과 이에 따른 가격 불안 등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보다 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정책적 의사결정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수반되기 마련이며 환경과 상황 변화라는 시간적 개념을 가지고 정책시계내의 순편익이 상대적으로 큰 방향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역기능에 대한 보완 대책을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전력산업구조개편에도 당연히 역기능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의 위험이 수반된다. 이를 알고도 구조개편을 추진하게 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후생과 국익을 생각한 것이며 역기능 부문도 점진적 접근과 정책적 보완 및 개선을 통해 상당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추진해 오던 구조개편을 우리나라와 차별적인 조건의 특이한 해외 사례 등을 이유로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요금체계 개선과 전기요금 조정

연료비 인상요인에 따른 전기요금의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 고려에 의한 요금수준 결정으로 수용가간의 공평성 저해, 경제적 효율성 감소, 공정경쟁시장 조성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또 주택용 요금의 과다한 누진단계 및 누진율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원가 이하 수준의 산업용, 일반용의 경부하시간대 요금과 심야전력요금으로 인한 계통부하 왜곡도 문제다.

최근에는 유가상승으로 등유, 도시가스 가격은 크게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큰 변화가 없어 부문별로 전력과 타에너지 간의 상대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체의 여지가 큰 열사용 부문에서 타에너지의 전기로의 대체 가능성이 크게 늘어나 이번 동절기를 시작으로 산업용, 일반용, 농사용, 심야 전력이 예상 밖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선방안으로는 전기요금 조정을 위한 요금체계 개편의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 원가주의 요금제로의 점진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공급비용을 적정하게 반영한 전기요금의 현실화,종별구분의 합리적 개편, 주택용 누진제 완화, 종간 교차보조 축소, 계시별 요금제의 확대 및 시간대별 차등 적정화 등이 요구된다. 또 원가구조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전압별 요금체계로의 전환도 필수다.

종별 구분체계 재정립을 위해 종별 구분의 우선 순위 재조정, 계시별요금 적용 가능시 용도별 구분 폐지·통합 등이 필요하다.

지역별 요금 차등제 도입도 검토되어야 한다. 종별 원가 반영체계의 점진적 도입, 공급비용 차이를 반영하는 지역간 차등요금제로의 이행 등이 그것이다.

■FTA/DDA 협상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은?

발전산업은 한국전력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 확대(현 40%?51% 이상)요구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구조개편이 중단상태에 있고 향후 전력산업 규제완화 조치를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므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외국인 지분참여를 확대할 경우 외국기업이 한전 주식의 일정수준 이상을 취득함으로써 발전자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 지배권 행사가 가능하다.

송·배전부문은 현재 한전이 송·배전부문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지분참여가 확대될 경우 한전은 민간기업으로 지위가 변경되고 이는 결국 적정투자보수에 대한 문제 제기나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판매부문에서 현행 요금제도는 계약종별간 교차보조가 있는 용도별 요금체계다. 따라서 현행 요금체계 하에서 판매부문 개방시에는 새로운 판매사업자는 원가회수율이 높은 일반용, 주택용 고객만을 대상으로 수익을 추구하게 되고 교차보조 의무가 있는 일반용, 주택용고객의 급격한 이탈은 산업용, 농사용 고객을 지원하는 현행 공급시스템의 급격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발전부문은 전력산업의 건전한 경쟁과 안정적인 공급기반 구축을 위해 매각대상인 5개 발전 자회사의 절반 미만인 2개까지만 외국인의 경영권 지배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송·배전부문은 전력망과 관련, 네트워크산업의 특성상 독점을 유지하는 것이 국제적 대세이므로 전력망 부문에 대한 개방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매부문의 경우 아직 국내의 경우 소매경쟁, 즉 판매경쟁을 통한 소매자유화가 진행되지 않은 관계로 판매부문에 대한 성급한 개방은 시장의 혼란과 더불어 시장의 왜곡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소매경쟁의 추진상황과 맞물려 이에 대한 경과를 지켜본 뒤 판매부문에 대한 개방 양허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현황과 추진방향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공급원으로서 안정적 전력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전 국가다. 2016년까지 8기의 신규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따라서 2017년 이후 원전의 경제성 및 적정비중에 관한 심층분석이 요구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안정적·경제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중장기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다각적인 논의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공개적, 투명한 원자력 정책방향 설정과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신고유가, 기후변화협약, 자원확보 경쟁 심화로 세계 각국은 원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추세다.

■원전의 경제성과 적정비중

원전의 경제성에 관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환경단체들은 불충분한 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폐로비용의 반영 결과임을 주장하고 있다.

발전설비 이용률 20∼30%에서는 LNG가스발전이, 40∼50%에서는 석탄발전이, 이용률 60%이상에서는 원자력 발전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국제수준의 원전사후처리비용을 적립하고 있으며 원전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원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의 미래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 감소 등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원전의 미래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주요 에너지문제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민주적 절차와 시민참여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와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한 공개적, 투명한 원자력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 원전의 경제성 및 적정비중에 관한 심층분석이 필요하다. 원전정책에 관한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원전의 경제성과 여건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정 전원구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행 에너지자원 조직 확대강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대처하기 위해 2006년부터 산자부내 제2차관 제도 도입?운영되고 있으나 인력 및 조직체계가 크게 확장되지 못하고 있어 늘어나는 에너지정책 수요 대응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외국의 경우 독립된 행정부서에서 에너지자원정책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 캐나다는 천연자원부,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 에너지청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내외 에너지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자원조직 강화가 필요하다. 독립된 에너지행정조직 신설 혹은 기존 조직 확대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강화되어야 할 조직확대의 범위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의 지속적 강화, 신고유가시대 도래 및 세계에너지시장의 불안정 심화에 따른 대책수립 기능 확충, 지속가능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 보급 확대, 기후변화협약 및 Post-2012 협상대비를 위한 체제구축, 전력산업 및 가스산업 구조개편, 원전부지 및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 양자 및 다자간 에너지협력 기능 강화, 에너지복지 행정 기능 확립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