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1, 2호기 건설현장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행진과 지구온난화 현상 그리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전력수요 급팽창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OECD와 IEA(국제에너지기구) 집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35기에 달하며 오는 2030년까지 원전 건설 규모는 170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지난 1980년대부터 원전 르네상스를 예견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3세대 원전 개발을 마치고 이를 무기로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원전 강대국들은 425조원에 이르는 원전시장을 두고 국경을 넘어선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가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미쯔비시는 프랑스의 아레바와 연합했고 히다치는 미국의 GE와 연합을 이루고 러시아도 자국 내 원자력산업체를 수직 통합시키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막대한 건설비용과 안전에 대한 불안,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 방지와 에너지 안보를 함께 해결하는 대안으로 원전 건설의 필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으며 유가의 고공행진이 거듭되면서 원전에 대한 일반의 거부감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핀란드와 프랑스가 신규 건설에 먼저 나섰고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위협에 겁을 먹은 동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의 적극 건설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 건설센터는 중국과 미국일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30기 건설을 추진 중이며 웨스팅하우스가 현재 건설 중인 4기는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신규 건설을 보류해 오던 미국은 건설허가 신청을 지난해 9월부터 30년 만에 다시 받기 시작, 현재 17개사가 32기 건설을 위해 줄을 서 있다. 미국의 원전은 현재 103기가 가동 중이고 전체 전력의 20%를 충당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원전시설 용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며 일본도 원자력발전 비율을 25%에서 2025년까지 40%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59기의 원전이 전체 전력의 78%를 공급하는 원전 대국으로 원전 르네상스(Nuclear Renaissance)란 말이 엉뚱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자력이 ‘세계를 구하는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아직도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와 덴마크·아일랜드는 원전 건설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벨기에와 독일·스웨덴은 가동 중인 원전을 단계적으로 없애 나가도록 법제화했다. 그 이유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설 붐에 따른 전문 인력과 부품공급 장애도 발등의 불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원전국들의 경우 건설 및 운전에 경험 있는 인력이 태부족하다. 20여 년의 건설 공백 때문에 기술 인력의 신규 충원이 부진했고 기존 숙련인력들은 은퇴기에 접어든 상태이다.

이 때문에 건설노임도 치솟았다. 20년 전 원전부품 업체는 세계적으로 1,000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100개 미만이며 거대압력용기와 증기 발생장치 등 9개 핵심 부품은 일본 한 곳에서만 생산되고 있어 주문에서 납품까지 6년이 걸릴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가압경수로의 간판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일본의 도시바로 주인이 바뀌었으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제공을 받던 미국-프랑스 제휴 프라마톰은 아레바로 재편되면서 독일의 지멘스가 34%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의 GE와 일본의 히타치와 함께 얼마나 새로운 기술로 원전 건설의 경제를 실현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느냐에 원전 르네상스의 장래가 달려 있다.

원전 운영에서 단기 업적주의보다는 장기적 경영을 지향하고 원자로 설계를 표준화해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국제적 협력으로 경제성과 안전도를 함께 높여가는 것이 당면한 주요 과제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원전 종주국인 미국마저 영구적 해결책이 아직 없고 재처리 과정에서의 플루토늄 추출 등 핵무기 확산 우려도 원전 중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 최고 수준까지의 안전도를 지켜 나간다면 원전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고 체르노빌 이후의 세계 원전가동 실적이 바로 입증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20기로 전체 발전량의 40%를 충당하고 있으며 토종기술을 통한 국산화와 표준화로 원전의 해외수출까지 넘보고 있는 세계 6위의 원전대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고리 3, 4호기 착공은 3세대 원전 건설에 발 빠르게 착수함으로써 한국이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계 원전시장에서 주역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신고리 3,4호기의 건설을 통해 APR1400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정부는 그동안 외국에 의존해왔던 노심설계 및 안전해석 분야의 주요 설계 및 분석용 핵심 전산코드를 우리 손으로 자체 개발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오는 2016년부터 한국은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원전수출국으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지난해 APR+기술개발 사업 착수회의를 시작으로 미국 등 원전선진국 기술에 의존해 왔던 주요 핵심 기술의 설계 및 제작기술 완전 독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이번 APR+기술개발 사업은 그 동안 축적된 개발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경제성이 향상된 순수 100% 국산 첨단대용량(1,500MWe 이상) 고안전성 토종노형을 만들어 오는 2016년 이후 국내 원전시장에 건설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외국에 의존했던 노심설계 및 안전해석 분야의 주요 설계 및 분석용 핵심 전산코드를 우리 손으로 자체 개발하고 원자로냉각재 펌프(RCP) 및 MMIS 핵심 설비 등을 완전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착수회의 이후 APR+ 기술개발 사업에는 총 1,770억원이 투입돼 앞으로 9년간에 걸쳐 3단계로 구분돼 수행된다.

지난해부터 2009년까지의 1단계에서는 APR+의 개발타당성 평가를 거쳐 개념 및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2단계(2010～2012)는 핵심기술에 대한 실증실험과 상세설계를 수행하며 3단계(2013～2015)는 핵심기술을 최적화하고 표준상세설계에 대한 해외 인허가(DC)까지 취득할 예정으로 추진된다.

한수원은 APR+ 기술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오는 2016년부터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하는 원자력선진국으로 도약, 명실상부한 원전수출국으로서 글로벌리더로 우뚝 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수원은 이미 지난 1992년부터 10년간 2,300억원을 투입, 차세대 신형경수로인 APR1400을 개발해 신고리 3,4호기에 적용시킴으로써 오는 2013년에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에 있으며 성공적인 기술개발로 우리나라의 신형원전에 대한 기술개발 능력을 국내외에 널리 입증한 바 있다. 이 같은 세계 원전 붐에 따른 틈새시장 공략을 노려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