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제 2의 신화창조’를 예고하고 있다. 철강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포스코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미래 에너지원인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으로 미래 천 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변신의 중심축은 포스코파워가 맡고 RIST, 포스콘, 포스코 건설, 포철산기 등을 포진시켜 범 포스코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의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포스코파워는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서 착공식을 갖고 오는 2010년까지 약 1200억원을 들여 2단계에 걸쳐 연산 100MW규모의 연료전지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착공식 기념사에서 “사업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인 2012년이 되면 연료전지로 인한 매출액이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료전지공장은 1단계가 끝나는 오는 8월까지 연산 50MW 규모의 생산공장 과 테스트 시설을 갖춰 세계 최초로 발전용 연료전지 제품을 양산한다. 이어 2010년까지 50MW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고 스팩 개발을 전담할 연구소를 세워 연료전지 핵심설비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키로 했다.

포스코파워는 올 하반기에 300kW, 1200kW, 2400kW급 발전용 연료전지 등 총 3종류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발전용 연료전지에 대한 대외 인식을 높이고 부가가치 산업의 창출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전방위 마케팅 활동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여기에 수소기반의 연료전지가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실현에 기여할 것이라는 포스코 경영 측의 믿음이 더해져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연료전지로 꼽히는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RIST가 국내 3개 연구소(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4개 대학(포스텍, KAIST, 연세대학교, 명지대학교) 및 해외 6개 연구소와 손잡고 연구를 진행중이다. 포스코파워는 오는 2012년 까지 676여억원의 개발비를 투입, 150kW급 SOFC 스택을 국산화시킬 방침이다. SOFC는 MCFC보다 용량 확장성이 좋아 발전용뿐만 아니라 가정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이다.

포스코가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고 향후 친환경 에너지 공급원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미리 읽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포스코의 주력 생산제품중의 하나인 스테인레스 스틸이 연료전지의 주 소재라는 메리트도 연료전지사업에 뛰어든 주인(主因)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승목 포스코파워 연료전지부문 사업개발팀장은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연료전지 개발과 연구가 활발하지 않아 우리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선진기업을 따라잡고 세계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포스코파워가 모회사인 포스코로부터 연료전지 사업부문을 이관 받은 후 첫 번째로 한 것은 미국의 FCE(Fuel Cel Energy)사, 한전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 입지를 확고히 다진 것이다. 미국의 FCE사는 세계 유일의 상용화된 MCFC(용융탄산염 발전용연료전지)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포스코파워는 FCE사와 기술제휴 및 10년간의 국내 독점판매권과 일본, 미국, 중동을 제외한 해외 판매권 계약을 맺었다. 이 제휴를 통해 포스코파워는 BOP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8월에는 한전과도 연료전지 사업의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력 협정서’(MOU)를 체결했다. 한전과의 ‘조우’는 수요 확대는 물론 차세대 연료전지의 국산화와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 회사는 실무협의회를 구성, 발전용 연료전지의 제조 및 판매, 연구개발, 시장 확대 및 정보교류 등 전 분야에 걸쳐 상호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가 연료전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전용 연료전지의 사업성을 검토하던 포스코는 2003년도에 포스코 산하  RIST, 포스텍과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 국책사업에 참여했다. 서울 탄천하수처리장, 광주 조선대학교 병원, RIST 등 3곳에 연료전지 시험설비를 설치, 사업성을 검증하는 등 독자적인 원천기술 착실하게 확보해 왔다.

신천지를 개척하는 만큼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6년 11월 발전회사인 한국남동발전에 상업용 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07년 6월 민간발전사업자(IPP)에 발전용연료전지시스템(2.4MW급)을 공급한 것도 국내 최초 기록이다. 이 설비는 현재 설치를 앞두고 있다.

신 팀장은 “실증설비 3기를 운전해본 결과에 따르면 약 85% 이상의 가동률을 보여 정상적인 상업 운전 때는 가동률이 9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수명은 일반 발전설비(20년 이상)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신 팀장은 “스택의 경우 현재 3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힘입어 곧 수명주기가 5년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미국 FCE사의 기술을 이전 받아  올 하반기 이후에는 부품 공급과 설비 개선이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신 팀장은 “발전용 연료전지가 수요처에 인접한 분산형 전원이라는 큰 장점이 있는 반면 고가의 제품이라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세계적 추이를 놓고 볼 때 앞으로 가격이 적정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신 팀장은 “향후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의 글로벌 메이저가 됨으로써 대한민국이 가까운 시일 내 도래할 수소에너지 사회의 선두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