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연말,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한 '기후변화 협약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속한다는 명분아래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를 차일피일 미룰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제 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려, 교토의정서 발효가 끝나는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을 2009년 말까지 끝내기로 합의한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발리 로드맵의 채택으로 그 동안 비준하지 않고 있던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를 포함한 개도국들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협상을 본격적으로 이끌어 내게 됐다.

에너지 시민연대는 지난해 12월 말 ‘기후변화협약,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주제로 포스트 교토의정서체제 전망 및 COP13 보고대회를 개최, 눈길을 끌었다.

“시대의 흐름상 온실가스의 감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며 정부가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좀 더 뚜렷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 라는 게 포럼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발표내용을 요약정리 했다.

▲ 김정인 중앙대 교수

■김정인 중앙대 교수
발리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로드맵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로드맵은 새로운 교토의정서 체제로 불린다. 로드맵은 모든 국가가 감축 목표 설정과 행동 의지를 2009년도까지 완성하도록 못 박았다. 모든 선진국과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개도국의 지위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은 내년 3월 회의를 거쳐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15차 기후변화 총회에서 결정된다.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온실가스 감축ㆍ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술 이전 및 재정지원 방법이 개발된다. 이를 위해 가칭 AWG-LCA (Ad-Hoc Working Group on Long-term Cooperative Action)이 구성 되었고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각종 혁신적인 경제적 수단이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 공동의 탄소세 도입이나 배출권 거래 제도의 확산 및 세제 도입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가와 나머지 국가들 간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의 설정 이 크게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이 부분은 향후 2년동안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의 핵심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 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사용에서 친환경 에너지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속돼온 생산, 소비 등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이는 새로운 탄소 산업의 등장을 초래할 것이다. 동시에 국가별로 혁신적인 기후정책의 도입과 함께 이를 위한 경제적 수단이 도입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적응문제는 시급한 문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태풍이나 홍수,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보험 제도의 변화와 함께 재정 금융부문의 지원이 급증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협약의 협상에서 항상 답보 상태였던 기술이전 문제가 급진전을 할 가능성 높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발리 제 13차 회의가 명실상부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인 것을 인식한 것이다. 물론 향후 2년 동안 합의 하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인류는 현명하게 대처하리라고 본다.

▲ 유승직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유승직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Post-2012 협상은 크게 미국의 복귀, 개도국의 참여, 의무부담의 방식 개발 등 3가지 요소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미국은 선진국 배출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복귀는 협상의 필수 요소다. 개도국들은 감축의무에 참여해는 선결조건으로 미국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어떠한 형태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Post-2012 대응체제 구도가 결정될 것이다. 비용의 불확실성과 국제경쟁력 등이 미국이 복귀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배출량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개도국의 참여도 협상의 관건이다. 전체 배출량이 선진국 배출량을 초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앞으로 의무감축에 참여시키고자 하려는 선진국의 압력이 강화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선도적 감축 실천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선발, 다 배출 개도국의 의무 참여를 위한 압력으로 인센티브 제공을 주장하고 있다.

의무부담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체제 하에서는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 형식, 시기, 범위 등 40여개의 방식에 대해 다각적 논의와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 경제, 공평성 등에 있어서 조화를 이뤄 선-개도국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기존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를 확대 적용하는 ‘교토 플러스’방식이 유력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싸고 주요 국가별 입장차가 크다.

유럽연합(EU)은 선-개도국이 광범위한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참여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기존 교토의정서 방식에 의한 적극적 감축목표 채택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EU의 입장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하, 온실가스 농도 550ppm 이하로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기존의 Cap&Trade 방식을 거부한다. 기술개발, 이전, 확산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워싱턴 회의에서 에너지안보, 기후변화, 경제성장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국가별로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17개국 간의 부문별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도국은 역사적 책임과 경제발전의 우선순위에 입각해 선진국이 선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선진국의 기술, 재정 및 적응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고 지원이 전제된 상태에서 자발적이면서 비구속적인 감축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개도국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와 같이 재정, 기술적 지원을 전제로 한 감축에 참여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각국의 경제-사회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대응체제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도 선진국에 준하는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단순 조치뿐만 아니라 계량적인 공약 설정이 필요하다. 목표 설정, 방식, 국제사회의 환경 등을 반영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 및 확산을 위한 실질적 노력 및 국제 협력 강화도 필요하다. 완화 및 적응의 실질적 방안으로 기술개발 및 확산, 협력 연구개발을 통한 국내 저감비용 최소화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 이유진 녹색연합 팀장

■이유진 녹색연합 팀장
이번 회의에서 눈여겨 볼 사안은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국가의 절박한 상황들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협상장 밖에서는 국제적인 NGO들이 기후정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대결 양상을 보이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이들의 역할과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정의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17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는 전혀 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발리 회의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정부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동안 당사국 총회에서 취해왔던 ‘드러내지 않기’전략을 그대로 고수했다. 국제 NGO들과 기후행동네트워크도 한국정부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미국, EU,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주요 나라를 대상으로 활동을 하면서, 현재 세계온실가스배출국 9위이자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이상 증가한 한국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다만 회의장에 있는 그 누구도 한국이 포스트 교토체제의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발리 회의가 끝나고 일부 언론에서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의무감축 국가가 된다”고 보도했으나,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가군인 아넥스 I(부속서 I국가, 선진국)으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발리 로드맵을 통해 개도국 모두 ‘측정 가능한 감축목표’를 세우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자발적 목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의무감축”도 아니다. 한 마디로 한국정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결과에 편승했다.

한국 NGO들은 이번 회의에 처음으로 개별단체가 아닌 COP13 대응 공동 참가단(녹색연합, 대항지구화행동, 민주노동당, 생태지평, 시민발전, 발전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을 구성해 회의를 모니터링 했다. 한국 NGO들도 이번 회의를 통해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의 한국 NGO의 역할과 그 한계에 대해 뚜렷이 인식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 발리회의를 계기로 CAN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대만, 일본, 한국 NGO들이 모여 ‘아시아CAN' 구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 NGO에게도 향후 2년간이 기후변화 운동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새로 구성될 정부는 `환경보좌관'을 신설,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정과제를 총괄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으로 대운하를 통해 물류에 사용되는 석유 에너지의 양이 줄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계획으로 신기술 개발과 저탄소형 에너지 공급,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의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어 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1월말 미국이 주도하는 배출국회의가 하와이에서 개최되고, 3월부터 공식적인 기후변화협상회의가 열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2년 동안 국내의 기후변화대책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협상의 진행사항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 수립과 동시에 역할 분담을 통해 NGO들 간의 공동 대응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