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책임경영이 사회적 책임(CSR) 핵심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아름다운재단이 펼치는 여성가장 창업지원 사업은 (주)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유지에 따라 유가족이 지난 2003년 6월 30일 기부한 ‘아름다운 세상기금’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7월 ‘희망가게 1호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5호점이 문을 열었다.

희망가게 창업주들은 무담보 빌린 창업자금을 창업 후 7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고 있고 나눔을 실천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1%의 이자는 낸다.

희망가게는 저소득 모자가정 세대의 자립을 위한 창업지원 사업. 빈곤 퇴치를 위한 대안적 방안으로 많은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유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나문의 실천은 선택 아닌 필수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권 최초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금을 출연해 상생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청과 재단은 신한은행의 출연금을 활용, 인력·판로·기술 등 대·중소기업간 다양한 상생협력 사업을 발굴·추진키로 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세계는 경기도와 팔당호 수질개선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는 도가 추진하고 있는 ‘1사 1하천사업’이 단순히 청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천관리 책임까지 맡는 등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뜻에서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마트도 사회적 소외계층인 조손(祖孫)가정을 지원,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25주년이 되는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일환인 ‘신혼부부 나무심기’는 국내의 대표적인 나무심기 프로그램이다.

포스코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아름다운 사랑 나누기' 행사를 공동 주관하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전자업체로는 가장 먼저 지속가능발전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환경부문으로 시작한 ‘에스파트너제도’를 점차 노동·인권·윤리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가 실시하는 ‘시각장애인 웨딩촬영’, 청각장애인에게 디지털 보청기를 제공하는 KT, 후원이 필요한 교육시설 선정부터 실제 후원까지 모든 과정을 네티즌의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에 맡기는 CJ, 2015년까지 1,000억원을 출연해 인재 육성과 저소득층 복지사업 등에 지원하는 GS, 미 프로야구단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이 홈런을 칠 때마다 1,000달러를 기증하는 삼성, 캄보디아 프라이벵에 펌프식 우물 13개를 만들어준 웅진그룹 등 국내 기업의 국내외 사회공헌활동이 최근 활발하다.

■ 거부할 수 없는 물결, CSR
지속성장 기업의 조건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기업들이 펼치는 활동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문제 삼을 수 있는가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기업이 사회 속에서 생존하고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보 전달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에는 기업의 행위가 훨씬 노출·전파되고 이는 곧 기업의 평판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브랜드파워는 이러한 평판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CSR은 소비자로부터 존경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곧 매출이나 호감도, 브랜드파워, 명성 등 유·무형의 자산 가치를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CSR은 한마디로 건전한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CSR 경영컨설팅 전문 업체 Cone Corporate Citizenship Study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가격이 동일할 경우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했다.

또한 특정 회사가 불법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와 연루됐음을 알게 될 경우 조사대상자의 90%가 ‘해당 기업의 제품을 멀리 할 것’이라고 답했다. 불건전한 행위를 하는 기업의 주식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0%에 이르렀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단순히 이윤의 일부를 돌려주는 ‘자선’내지는 ‘선행’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제고하기위한 필수적 요소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즉 CSR은 평판의 수호자가 임과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 CSR은 과시적 자선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지난 1998년 나이키의 아동고용사건이 드러나면서 대두된 것으로 어린이 노동착취 금지, 차별고용 철폐, 단체협상권 보장 등의 노동 분야뿐만 아니라 환경책임 활동, 뇌물수수 금지 등 환경과 노동, 인권보호에 있어 기업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일컫는다.

기업에게 있어 사회로부터의 신뢰는 그 가치와 효과를 숫자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이러한 점에서 CSR은 사회로부터의 신뢰를 획득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가 있다. CSR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무시하고 등한시하면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는 반면 잘 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직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지속성장 가능 여부를 뛰어넘어 생존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CEO들은 핵심경영전략의 하나로 사회적 책임을 지향해야 한다. 과거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던 CSR이 이제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 된 것이다. 하느냐 마느냐가 논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미국의 기업은 공식적이면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와의 원활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CSR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의 경우 CSR이 사회적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사주의 독단적인 결정이나 과시적 자선에 그치는 수가 많고 소유주가 바뀌거나 경기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아 지속성이 결여되는 경향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CSR을 단순한 봉사활동이나 불우이웃돕기 정도의 자선으로 여기는 것은 CSR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CSR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과는 달리 남이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기업, 눈치를 살피는 기업, 뒷짐을 지고 바라보는 무관심 기업, 투자를 손해로 인식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이 CSR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 가야할 길이지만 너무 멀다
사법처리 대상이 된 재벌총수의 ‘수천억 기부’ 등 기업이나 사주가 비자금 조성 등 잘못을 저질러 놓고 용서를 구하거나 국면전환의 수단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그린워시(Green-wash)’ 전략을 관행적으로 써온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이는 성실하게 CSR을 수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문제를 낳을 수도 있어 더 큰 문제다. 또한 CSR을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발상 또한 경계의 대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현재 202개 국내 주요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액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가 늘었다.

경상이익 대비 비율도 2005년 2.0%에서 2006년 2.7%로 늘어 그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아직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쉬움도 남지만 기업들의 실천방법이나 동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CSR의 핵심은 투명성과 책임감이다. 이윤의 일부를 ‘토해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 기업 윤리, 환경 보존, 기회 균등, 안전, 공정한 노동권, 봉사, 교육, 자선 등 CSR을 통해 해야 할 일은 다양하다.

초기 GE, HP, 토요타 등 다국적 기업들은 CSR이 기업의 가치평가와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 회사별로 자체 지침 및 표준을 제정해 활용했으나 나라별로 기준이 달라 국제적 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 2001년 사회공헌활동의 구체적인 틀과 내용을 표준화한 ISO 26000의 국제규격 제정 검토를 시작한 이후 공론화 하고 있다. 현재 적용 원칙과 조직에 관련된 내용, 운영 지침 등 기본골격이 구체화된 상태이다.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회의에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을 비롯해 케냐, 세네갈 등 아프리카 개도국들도 폭넓게 참가해 CSR에 대한 각국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ISO 26000이 경영간섭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면서 기업의 여건에 따라 차별적 적용, 개도국에 대한 배려 등을 주장하고 있어 기본골격의 마련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등 전반적으로 각국의 입장차가 커 2008년 최종 제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ISO 26000은 크게 환경·지배구조·공정한 운영관행·인권·노동관행·소비자이슈·지역사회참여, 7가지 핵심 분야로 구성돼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비록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각국의 이해 관계자 그룹이 공동으로 만든 지침인 데다 기업의 국제입찰 심사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적 압박 수위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ISO 26000이 ‘블루라운드(노동)’ ‘그린라운드(환경)’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의 모든 기업들은 부패방지와 인권보호, 환경 및 노동 분야 등에서 윤리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공든 탑도 무너지는 데는 한순간
모든 기업인은 그 기업을 오래가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최고(最高)도 중요하지만 최고(最古)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명이 연장되려면 품질과 탁월한 서비스, 공정한 거랠사업관계 구축이 3대 기본가치이다.

특히 사업뿐만 아니라 고객, 직원, 지역사회와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경영자가 확고한 CSR 마인드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환경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활동, 임직원 및 소비자 만족경영 등 종합적인 CSR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장수기업이 되는 정도(正道)라는 것이다.

기업이 정직성과 청렴성을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