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중공업이 지난 2003년 12월 준공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후자이라 담수플랜트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후자이라 담수플랜트에서 생산되는 물은 하루 45만 톤으로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이 발전, 담수 중심의 수주 호조가 향후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두산중공업이 2007년 4조 8,000억원을 수주한 데 이어 국내외 전력 수요 증가로 꾸준한 신장세가 기대될 뿐 아니라 그동안 부진했던 담수부문의 신규수주도 2008년에는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3년간 총 23조4,000억원의 신규수주가 예상 된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12월 말까지 해외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57억 7,800만 달러로 국내 기업 중 해외 플랜트 수주 1위를 기록했다.

1월 오만 바르카 2단계 발전담수 프로젝트를 5억1천만 달러에 수주한 두산중공업은 3월 11억4천만 달러의 UAE 두바이 제벨 알리 M 복합화력발전소, 5월에는 12억2천만 달러에 인도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등 1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만 두 곳을 수주한 바 있다.

하반기에도 수주행진이 이어졌다. 7월 5억 달러에 카타르 카탈룸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고 9월에는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를 5억4천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처녀 입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플랜트를 수주한 나라들은 유가 상승으로 넘치는 오일머니를 산업화에 투자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태국 등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까지 포괄하고 있다”며 “또한 친환경 발전소인 CFB(유동층 보일러) 발전소, RO(역삼투압)방식의 담수플랜트, 부가가치가 높은 발전소 성능개선 공사 등 그 범위도 넓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거침없는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또 “그동안 주력해왔던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 발전, 담수 플랜트는 발주 규모가 1,000㎿급 이상으로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발주 방식도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제작, 설치,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EPC방식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뛰어난 EPC 사업을 해외 발주처들이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EPC사업은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도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지난 2004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라는 전략적 목표아래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단품을 제작, 공급하던 방식에서 설계·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EPC사업 추진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EPC 사업을 하려면 설계, 엔지니어링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플랜트에 들어가는 모든 설비의 최종 목적인 성능을 보증하고 제대로 운전이 되도록 제작과 설치, 운전과 관련된 모든 사양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설계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EPC 사업역량의 강화를 위해 국내외 유명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한편 관련 기술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4년 인도 최대의 시파트 화력발전소를 보일러 Island EPC방식으로 3억7천만 달러에 수주함으로써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2005년에는 세계 최대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를  8억 5천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세계 담수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06년 말부터는 핵심 시장인 중동, 인도 등에서 잇따라 발전 EPC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두바이 제벨알리 M 발전 프로젝트 수주를 주도한 두산중공업 해외영업담당 윤석원 상무는 “과거 단품 위주의 사업을 할 때에는 수주를 하려면 원가를 낮춰야 했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낮았다”며 “EPC 사업에서는 발전설비는 제 값을 받으면서도 파이낸싱이나 구매 등 다른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주 가능성도 높아 진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해외 수주의 호조세가 연말까지 지속돼 총 수주실적은 당초 목표로 했던 5조7,66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수주잔고도 10조원을 넘어 향후 3년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은 EPC사업 뿐만이 아니다. 원천기술 확보가 그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선진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2006년 11월 1,600억원을 투자해 보일러 설계, 엔지니어링 등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미쓰이 밥콕(現 두산밥콕)을 인수한 바 있다.

두산밥콕은 미국의 B&W, 포스트휠러, 프랑스의 알스톰과 함께 보일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4대 기업 중 하나로 세계 화력발전소 보일러 시장의 주력 제품인 미분탄 연소보일러의 설계, 엔지니어링, 제작 등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 밥콕의 인수로 보일러 원천기술 확보를 확보함으로써 두산중공업은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또 이에 앞서 지난 2005년에는 미국 AES社의 미주 지역 RO(역삼투압 방식) 수처리 사업 영역을 인수해 두산 하이드로 테크놀로지社를 설립함으로써 RO 사업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 한 바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7월에는 1억8천만 달러 상당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쇼아이바 RO 담수 플랜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또 늘어나는 해외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2006년 6월 루마니아 최대 주단조 업체인 두산 IMGB사를 인수했고 지난해 2월초에는 발전 및 담수설비 해외 생산기지가 될 베트남 쭝꿧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 완공될 베트남 생산기지는 2009년 초부터 HRSG, 담수설비, 운반설비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12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5월 16일 인도 뭄바이 현지에서 발주처인 타타파워社 프라사드 메논 사장(왼쪽)과 두산중공업 이남두 사장이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초 두산 계열사 CEO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글로벌 마켓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박용만 두산 부회장이 글로벌 두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회의 장소를 두산의 글로벌 전초기지인 중국으로 옮겨 개최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두산 박용만 부회장은 각 사 CEO에게 올해 경영 목표인 ‘Globalization 가속화’를 위해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사업을 축으로 지속적인 성장 포트폴리오를 발굴하는 등 글로벌 경쟁 기반 마련을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용만 부회장은 “올해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변신과 성장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그 어느 해보다 빠른 스피드를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