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의 중국법인 개소 장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굳이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 개척에 전력투구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급변하는 국내 전력시장 환경을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10%대였던 국내 전력수요 성장세는 국내 경제성장의 둔화와 전력 저소비형 서비스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전력수요증가율은 4% 수준이며 2010년 이후에는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력직거래, 구역전기사업자 등 민간부문의 전력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오는 2015년에는 국내전력시장의 10%를 민간발전사업자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전이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대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수 십 년간 국내전력산업에서 쌓아온 경험과 경쟁력을 발판삼아 국내 전력시장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전력시장 진출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전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발전시장 입찰시장에 뛰어들어 지난 1995년과 1996년 필리핀 말라야화력발전소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과 당시 세계 최대의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이었던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 화력발전사업을 국제경쟁 입찰시장에서 잇달아 수주했다.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과 전력수요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중국 진출을 적극 추진하게 된다. 그 결과 지난 2003년 하남성 무척현에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한 중국 정부의 사업 비준을 획득함으로써 중국 발전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필리핀
필리핀은 한전이 최초로 해외사업을 시작한 국가이며 필리핀 전체 전력공급의 12%를 한전이 책임지고 있다. 말라야(65만kW)와 일리한(120만kW) 지역에 185만kW에 달하는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고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조만간 휴양지로 유명한 세부지역에 200MW 규모의 발전소를 착공할 예정으로 있어 필리핀 내 한전의 시장지위는 더욱더 공고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레바논 등 중동
세계 전력회사의 관심과 경쟁이 집중되고 있는 중동지역에서도 한전은 지난 2006년 레바논에 발전소 2기에 대한 운영권을 수주, 발전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 발전소는 총 87만kW 규모로서 레바논의 전체 발전용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지난 2006년 이 지역의 전쟁 발발시에 다른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한전이 운영하는 발전소가 레바논 전력 공급의 80%를 맡기도 했다.

특히 전쟁기간 동안 한전 직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에 끝까지 남아 발전소를 운영, 레바논 정부의 큰 신뢰를 얻기도 했다. 또 현재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발전설비 확장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지에서의 입찰사업 수주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국내에서는 무척열병합발전소를 비롯한 내몽고 풍력발전소, 감숙 풍력발전소 등 총 53만kW에 이르는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42만kW는 풍력발전소로서 9개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 운영함으로써 중국내 최대 외국 풍력발전사업자로 도약했다.

한전은 이를 기반으로 자본금만 13억5,000만달러의 대형 투자사업인 산서성 석탄연계 발전 사업에 제2대주주(34%)로 참여, 사업 승인을 획득하고 지난해 12월에 현지법인 개소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24개의 발전소와 9개 탄광으로 구성되는 최대 규모의 합자사업으로서 개발 완료시 933만kW의 발전설비와 연간 6,000만톤 생산규모의 석탄광 9개를 보유 운영하게 된다.

▲나이지리아, 아제르바이잔
한전은 지난해 7월 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최대 규모 발전소인 나이지리아 액빈 발전소(132만kW)의 보일러 복구 및 지분참여 사업을 수주하고 지분참여(30%)도 결정함으로써 아프리카 발전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또 지난해 9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시에서 한전과 아제르바이잔 정부 간에 70만kW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 추진을 위한 주요 사업조건 합의서에 서명하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착수함으로써 중앙아시아 발전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시장반경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미국, 러시아
한전은 발전소 건설 및 운영뿐만 아니라 기존발전소에 대한 M&A시장에도 진출을 적극 꾀하고 있다. 특히 한전은 세계 3대 전략거점 확보를 위해 미국의 발전소 설비복구 운영 및 M&A 시장과 러시아 국가 소유 발전사의 민간 매각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 GE사와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미국의 전력 M&A 시장 진출을 위한 정지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 열병합발전설비(TGK-4 지역) 인수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 입찰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 2006년까지 해외사업에서 거둔 경제적 수익은 총 1조원을 넘어섰으며 순이익은 5,000억원 남짓한 규모이다. 한전이 해외사업여건이 민간기업과는 상이한 공기업이란 점과 10년 남짓한 한전의 해외사업 역사, IMF 이후에 겪은 침체기 등을 감안할 때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전은 과거 발전사업 위주의 사업영역을 자원개발, 원자력, 수력, 송변전, 배전 및 통신사업 등으로 다양화함으로써 사업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첫째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추진 중인 석유광구 탐사와 연계된 발전소 및 가스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팩키지딜’ 형태의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팩키지딜 사업은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 발전소를 지어주는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사업 방식이다.

한전의 주요 전략적 진출대상인 동남아,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지하자원은 풍부하지만 전력 인프라는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프라 건설과 자원개발이 결합된 팩키지딜 사업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최적의 자원개발 사업모델이자 해외에너지 시장 개척의 새로운 돌파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전은 지난해 5월 에너지 관련 공기업과 ‘에너지 공기업 CEO 클럽’을 결성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전문 공기업들과 공동으로 패키지딜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자원개발 및 플랜트 수출의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둘째 한전은 발전연료의 안정적 수급을 도모하고 국가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기 위해 우라늄 및 석탄 등 안정적 수급처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자원광산 M&A 및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셋째 우라늄 자원 개발 사업은 우라늄광 탐사사업 참여, 광산지분 인수, 광산업체 지분인수 등 3개의 전략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추진 중에 있다. 먼저, 탐사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10월, 캐나다 우라늄 개발 전문회사인 캔알라스카社와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캐나다 지역의 크리이스트 우라늄 탐사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피션社와는 워터베리 레이크 우라늄 공동 탐사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했다.

또 우라늄 광산 지분 인수를 위해 캐나다 피션社의 디어터 광산 및 스트라스모어社의 미국지역 개스힐 광산 지분인수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에 있으며 광산업체 지분인수를 위해 호주의 마라톤社와 정밀실사 진행 등 우라늄 자원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구축 중에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우라늄 개발 전문회사인 포시스社와 신흥자원부국인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우라늄 광산 공동개발 추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아프리카 자원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몽골 및 우크라이나와도 우라늄 공동 개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에너지 선도 기업으로서 우라늄 자원개발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석탄의 경우 지난해 10월 호주 시드니에서 광산개발 전문기업인 코카투社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기본계약을 코카투社와 체결했으며 광진공, 한화 및 발전5개사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물라벤 유연탄광에 대한 지분인수 사업은 순조로운 실무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광산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넷째 한전은 세계 6번째 규모의 원전설비를 보유하고 30년 가까운 원전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전은 해외 원자력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현재 ‘선택과 집중’ 전략에 의거, 인도네시아와 터키, 중국 등을 전략적 수주국가로 선정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다.

다섯째 한전은 4% 수준에 불과한 송배전 손실률 등 뛰어난 송배전망 운영경험과 전력 관련 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 기술 수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 몽골,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송배전 컨설팅 사업을 수행중이며 특히 지난해에는 파라과이, 가나 등 아프리카 14개국(WAPP)을 연결하는 송배전망의 운영 개선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남미와 아프리카의 송배전 사업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성과를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한전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력발전사업영역에서도 해외 진출 사업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라오스와 파키스탄, 네팔사업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으로 사업대상국을 확대하고 있으며 남미의 볼리비아, 에콰도르, 칠레와 아프리카 지역의 코트디부아르, 우간다, 콩고, 잠비아 등 지난해 2월 해외수력사업을 시작한지 8개월 만에 권역별 핵심 수자원 개발대상국을 중심으로 거점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네팔수력사업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전 최초로 해외수력사업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해외수력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이를 계기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계곡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네팔 수력발전사업을 본격화 될 전망이다.

▲2015 해외사업 비전 및 마스터플랜 수립
지난해 4월 새롭게 부임한 이원걸 사장은 해외사업을 통한 한전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뜻임을 밝혔으며 해외사업 중장기 비전 및 로드맵 수립을 통한 체계적인 해외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약 7개월간의 실무 작업을 거쳐 한전은 지난해 11월 해외사업 비전 선포식을 갖고 미래 해외사업 청사진과 아시아 No.1 전력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실천 로드맵으로 ‘2015 Asia's Best Value Developer in Energy Service’를 해외사업 비전으로 공식 발표했다.

‘2015 Asia's Best Value Developer in Energy Service’는 전력서비스 뿐 아니라 자원개발 확보 등 에너지 전 서비스 분야에서 최상의 전력서비스를 제공, 글로벌 가치개발 및 창출에 공헌함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전력회사로 성장 발전함은 물론 프랑스 EDF와도 견줄 수 있는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자는 한전의 야심찬 해외사업 의지를 담고 있다.

또 2015년 해외사업 추진목표로서 해외사업 매출 3조8,000억원과 해외 발전지분용량 1,000만kW 확보를 공식화했으며 해외사업에 회사역량을 집중, 현재 2,000억원 규모의 해외사업 매출과 150만kW 규모의 발전 지분용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전략인 해외사업 추진 마스터플랜을 설정, 해외사업 환경 및 경쟁요인 분석과 한전의 해외사업 역량 진단 및 추진 단계별·조직별·인력별 목표수준 설정, 사업 부문별·시장별 중장기 로드맵 및 추진전략 등의 계획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