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금융인․전력경제신문 칼럼니스트)

post-Kyoto라 함은 2013년 이후를 말한다. 과연 현행 교토환경체제가 그 때 가서도 계속 유효하고 2012년까지 GHG감축 의무국 대열에서 제외되었던 대한민국의 거취가 2013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가 초미의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감축의무국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과 인도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고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 만큼은 논외로 분류되고 의무국 지정여부 역시 논외에 부치고 있어서 거의 기정사실화로 굳어져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민간차원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고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기후거래소까지 만들 계획은 물론 절대감축량이 모자라 외국에서 CERs를 사오고 있는 입장이지만 온실가스에 관한 한 한국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우리나라 CDM과 산자부시행 탄소펀드

필자가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느낀 점은 “넓지는 않으나 매우 깊다”라는 것이다.
즉 은행을 포함한 금융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아주 초연해 하고 있고 그나마 산자부 주관으로 시행되는 탄소펀드 역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에 있지만 에너지산업 현장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CDM사업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미 완료되어 UNFCCC로부터 CERs를 발급받은 프로젝트만 10건에 총 12,370,928t CO2eq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05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벌어졌던 CDM사업이 건수로나 물량 면에서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의 순위를 자랑했었다.

UN등록 10건 사업중에서 로디아사의 온산공장 9백만톤 CO2eq가 가장 큰데 Societe Generale의 자회사인 Orbeo사가 상당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연간 9천만弗 상당의 수익금 중에서 많은 이익을 챙길 것이 예상된다. 더욱이 2013년 이후의 시장가격이 30弗을 웃돌고 있어서 ‘대박’이 예상된다.

CDM사업 중에서 상당 부분에 일본의 기술과 자본이 참여하고 있고 역시 일본계 은행의 ‘긴 손’이 뻗쳐 있어서 한국의 금융계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돈 되는 사업은 모두 외국계 금융사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실제로 세미나 및 강의를 다니면서 온실가스 배출업체 관계자와 얘기를 나눠본 결과, 그들은 금융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고 또 금융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으며 마치 돈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에서 오로지 GHG감축의 기술적인 면만을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CDM업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도대체 은행이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없어보였다.

이와 같은 현상을 몇 가지 이유로 추려보자. 첫째, 신용도가 웬만큼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은행엘 오지 않고 직접금융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그리고 ‘한국주식회사’가 가지고 있는 현금은 오히려 은행에 예금을 할 정도다.

둘째, ㈜한화에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아무리 금산분리가 되어 있다고 해도 자체 잉여자금을 가지고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에 편승하여 큰 이익을 내고 있었다.

셋째, 한국의 CDM시장이 이미 외국계 은행의 독무대였고 큰 규모의 CDM사업은 웬만한 ‘덩어리’가 이미 실행완료된 상태다.

넷째, 한국계 은행 자체의 문제로서 고위험ㆍ고수익 부문은 IB영역으로 생각하고 투자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CDM사업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특히 아주 오랜 기간이 지나야 투자원리금이 회수되므로 시간상으로도 ‘코드’가 맞지 않는다.

다섯째, CDM사업 자체가 아주 낯선 분야로서 여기에 집중시킬 인적ㆍ물적 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한국계 은행들은 개인 금융 및 중소기업 금융부문에 집중하여 기업투자금융 부문의 사업다각화 여지가 부족하다. 본절 모두에 밝힌 “넓지는 않으나 매우 깊다”란 느낌은 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관련 준비상태에서도 받았다.

온실가스란 국가적인 외부불경제는 민간차원보다는 정부차원이 더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논리가 환경보전에 훨씬 압도적이었던 지난 수십년 동안에는 국가 역시 외부불경제 조장에 눈감거나 동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친기업정책, 친성장정책의 필연적인 결과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위상이 세계1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지구온난화라고 하는 전세계적인 외부불경제에 대해 개도국 지위라는 면죄부를 그대로 움켜쥐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1997년12월 교토환경협약에서도 온실가스감축국가로 지정되지 않아 한숨 돌렸지만 계속해서 비의무국으로만 남아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일반인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각종 CDM사업을 벌여서 배출량과 프로젝트 건수별로 손꼽히는 국가로 세계에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필리핀 등 제3국가에 대한 발전시설 수출은 익히 알려져 있는 상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은행계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초연하다’는 것이고 한국계 은행이 무관심한 상태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그 동안 벌여 왔던 CDM사업을 독식했다는 사실이다.

정부 부처 중에서도 환경부는 재경부나 산자부를 누를 정도로 발언권이 높질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 된 일이 아니다. 미국의 환경부인 환경보호청(EPA) 역시 재무부나 통상부 만큼의 권력부서가 아니다.

때로는 미국 행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국가의 환경정책이 친기업으로 기울어도 결코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야 교토협약 탈퇴를 선언했을 적에 왜 EPA가 나서서 반대를 하지 못했겠는가?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지고 산자부 내에 TFT가 구성되면서 성장오염이라는 바다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섬 생활을 한 것이 문헌들을 뒤져보니 2~3년 남짓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교토협약 의무국들이 한국이라는 CO2신천지에 눈독을 들이고 프랑스, 일본 등이 기술ㆍ자본을 가지고 한국으로 와서 CDM사업을 벌이는 동안에 정부 관계자들이 허가하는 과정에서 ‘눈동냥 귀동냥’ 그리고 UNFCCC와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행정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필자도 산자부에서 파견된 강사들의 전문적인 식견을 듣고 국가 차원의 준비는 아주 많이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적어도 CDM사업에 관한 한 한국주식회사의 의지가 문제이지 기술 부족으로 여의치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산자부 에관공 관계자들은 국가와 일반인들의 전폭지지가 없는 상태에서도 묵묵하게 ‘환경지킴이’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만일 국가정책 1호로 정하고 재경부 등 힘있는 부처에 소속되었더라면 아마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가칭 ‘CDM금융’비즈니스에 뛰어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