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금융인․전력경제신문 칼럼니스트)

시장의 오작동으로 인한 외부불경제가 코즈의 해법에 따라 또 다른 시장을 만든 것이 바로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그렇지만 과연 어떻게 생긴 것인지 간단한 설명이 용이치 않다.

무릇 시장이란 자연 발생적이어서 수요와 공급이 서로 키재기를 하면서 최적의 시장으로 거듭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제도는 중간중간 변화를 거듭하면서 시장의 올바른 중재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시장의 탄생에는 우여곡절이 아주 많았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그 존재에 대해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으나 2006년 하반기부터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이 자취를 감추고는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환경 오염권’이 하나의 재산권 행세를 하면서 그 동안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미국마저도 IB계의 Morgan Stanley, Goldman Sachs, Merill Lynch는 물론 CB계의 BOA 및 Citi까지 가세해 온실가스가 어엿한 투자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태동은 보잘 것 없었고 우리가 매일 들어오지만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은 분야로 남을 것이다.

Kyoto Protocol과 청정개발제도(CDM)

필자가 기억하건데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회의를 기획기사로 올린 TIME誌가 표지에 지구를 의인화,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한 지구의가 체온계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을 실었었다.

명칭도 긴 ‘기후변화에관한국제연합기본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줄여서 UNFCCC)’이 당시에는 ‘가칭’으로만 존재했었지만 이제는 이 약자에 대해 토를 다는 이가 없고 필자 역시 동 보고서에 즐겨 쓰고 있을 정도다.

그 이전에도 1972년 로마클럽회의, 1979년 제1차 세계 기후회의, 1985년 온실가스의 기후에 대한 영향평가회의,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설립, 1990년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구성 그리고 1992년 UN환경회의에서도 이른바 생물다양성 협약 채택과 더불어 기후변화협약이 이루어졌었다.

환경 운동하면 언뜻 떠올리는 것이 고래의 떼죽음과 이를 지키려는 그린피스가 목숨을 걸고 인간의 ‘잔인성’과 대결하는 것과 또 2006년3월 지울스님의 도룡뇽 지키기를 위한 부산 금정산 100일 단식 등 적어도 ‘선량한’ 소수와 ‘무책임한’ 다수의 대결구도였다.

때론 환경운동이 밥을 먹여주냐는 비아냥으로 선량한 소수들이 괴짜취급을 받으면서 배척까지 당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무책임한 다수마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경각심이 지구온난화의 기정사실화로 추인을 받고 앞서 언급한 외부불경제가 지구 곳곳을 병들게 하니 이제는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쩌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류의 지나친 풍요추구에 대한 반작용이요, 헤겔의 정ㆍ반ㆍ합 역사발전 과정에서 ‘반’에 대한 자각이리라.

교토협약은 그들만의 협약이었다. ‘그들만의’라는 수사는 기득권층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지구온난화라는 외부불경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반대의 개념으로서 그들의 ‘여집합’은 오히려 뜻하지 않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즐기자는 얘기다.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을 당사국이라고 하며 협약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협약의 진행방법 사안 등을 결정하기 위한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는 별다른 사안이 없는 한 일년에 한번 열린다.

교토환경회의는 제3차 COP로서 1997년12월에 열렸고 1차 베를린 회의 2차 제네바 회의의 완결판으로서 부속서 I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무화, 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제도, 배출권거래제도 등 시장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도입 등을 명시하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채택해서 지금까지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회의 참가국 모두가 온실가스가 얼마 만큼 지구의 안위를 위협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의무를 할당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저마다 사정을 내세우면서 어떻게든 원치 않는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감축의무를 질 ‘그들만의 리그’에 어떻게든 들어가지 않으려는 것이 곧 국익과도 연결된다는 얘기다.

애당초 55개국 이상의 협약당사국들이 의무국이 돼 적어도 199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이들 나라들이 모범을 보여야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련만 2004년4월 미국과 호주가 비준거부를 선언해 381/5%나 차지하는 양국이 리그에서 빠졌고 러시아 역시 탈퇴, 교토협약은 역시 ‘선량한 소수’의 의무사항으로 전락해버렸다. 이와 같은 선량한 소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Annex I 국가로서 지금 현재 40개국이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제외돼 있다. 그나마 이른바 ‘hot air’가 많아서 오히려 감축의무국으로 득을 볼 러시아가 2005년12월 극적으로 비준, ‘절반의 실패’가 ‘절반의 성공’으로 급반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하마터면 무임승차가 너무 많아 용도 폐기될 뻔했던 교토협약체제가 다시 회생했다.

여기서 말하는 ‘hot air’는 냉전대결에서 패배한 구소련의 해체와 위성국가의 붕괴 등으로 경제성장이 올스톱되었기에 ‘성장=오염’이란 등식에 입각하여 그만큼 추가온실가스배출량의 여유분이 많다는 얘기다.

이제는 신흥개발국인 중국과 인도 등이 가세하여 화석연료의 사용이 더욱 많아지게 되는데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환경규제는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본다. 교토의정서는 꼭 십년 전에 맺어진 동 협약에 지금의 탄소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기제가 다수 실려있음을 알 수 있다.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청정개발제도(Clean Development Mechanism), 배출권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ystem) 등 무수히 많다.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골격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토대로 오늘날의 탄소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장이나 전문가들 사이에 CDM이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외국의 사례를 조사하면서 ‘CDM project’ 운운하면 자연스럽게 언로가 확보됐음을 보았다.

교토의정서 제12조에 자세히 언급돼 있는데 온실가스감축사업의 다른 말이며 CDM의 기본정신은 뭐니뭐니 해도 현재의 성장을 되도록 방해하지 않고 환경도 신경 쓰면서 개발하는 sustainable growth가 골격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성장의 포화상태에 있는 선진국뿐 아니라 과거 화석연료를 마구 쓰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던 서방국의 성장모델을 본 받으려는 신흥국에게는 더욱 알맞은 개발방식이다.
특기할 것은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더 이상 줄일 여지가 없어 제3국가로 가서 자본과 기술을 대고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벌여 여기서 감축실적을 인정받으면 자국의 몫으로 인정해준다는 점이다.

이것이 CDM의 전부요, 공동이행제도 역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감축의무국들 대부분이 선진국이고 여기서 제외된 나라들이 미국, 호주 등을 빼놓고 대부분 신흥국들이므로 예를 들어 독일이 중국으로 가서 CDM사업을 벌여 감축실적을 인정받으면 중국의 오염문제도 해결하고 또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량도 이행하는 상생방법이 바로 공동이행제도인 것이다.

CDM은 이와 같은 메커니즘의 한 방편이라고 보면된다. 다만 공동이행제도를 뜻하는 JI는 감축의무국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CDM은 감축의무국과 비의무국 사이에 온실가스감축사업을 벌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