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산자부장관이 국감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17대 국회의 마지막으로 1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리고 있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는 특별한 이슈거리 없이 맥 빠진 국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산자위 의원 대부분은 17일 산업자원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남북 정산회담 후속조치 마련을 비롯해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유류세, 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소신을 갖고 업무를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국회 산자위의 이번 국정감사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여야의 거센 충돌이 예상됐으나 차분한 과정에서 진행돼 다른 위원회의 국감장과는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이날 열린 산자부와 유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요약, 정리해 보며 향후 정부의 대처방안을 강구해 본다.

노영민(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열린 산자부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교류 주요현안 협의사항인 개성공단의 내실화 및 확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안변·남포조선소 건설,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공동이용 및 개보수 등과 관련, 산자부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남북경협에 있어 산자부가 가장 주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소한 개성공단 사례분석을 통해 산자부 소관 사업에 대해 경제적인 효과를 분석하고 사업추진에 따른 기본적인 로드맵을 준비하고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또 대중소기업상생협력은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에 하나로 지난 3년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제부터는 협력의 기반을 구축, 제공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성권(한나라당)은 지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범ㆍ일반보급 사업으로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시설은 총 460개소로 이 가운데?미가동 시설이 58개소, 설비고장 25개소, 철거 7개소, 가동중지 1개소 등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전체 보급시설의 18.5%에 해당하는?85개소가 제몫을 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예산지원은 크지만 실적우선주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설치 첫해부터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보급지원 사업을 계속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중간점검을 통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선택(국민중심당)은 “최근 5년간 정년을 맞거나 명예퇴직 또는?의원면직된 산자부 출신 공무원은 총 148명으로 이 가운데?유관기관 재취업에 성공한?공무원은 전체 퇴직공무원의 절반에?가까운 72명으로 나타났다”며 “정년을 맞은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의원면직된 공무원들까지 취업된 사례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자기발전이나 경제적 이유로 이직을 결심할 수 있지만 절반 이상이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의원면직 인사까지 챙기는 이들 기관이 상급기관인 산자부 출신 공무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상열(민주당)은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법상 30/100의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어 이를 적용할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441원, 경유는 리터당 317.8원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어 세금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정부가 고유가로 인한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유류세를 10% 인하하고 탄력세율 30%를 적용, 고유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여 주고 물가안정과 경기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며 따져 물었다.

이에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유류세 인하부분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를 적용시키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임종인(무소속)은 “가격고시제가 실시되던 10년 전 리터당 839원 하던 휘발유가 올해 1,477원 수준으로 43%나 인상됨 반면 주택용 전기료의 경우 지난 1996년 ㎾당 92.05원에서 지난해 93.7원으로?인상되는 데 그쳤고 가스요금은 ㎥당 214.83원에서 올해 487.74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이중 80% 이상이 구입비용 인상에 따른 것이어서 실제는 10%선에서 인상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또 “가격고시제 시절 10년 동안 33%가 오른 석유가격이 자유화 이후 10년간 43%나 올라 유가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민영화 추진에도 불구하고 산자부가 가격통제권을 갖고 있는 전기나 가스처럼 석유도 필수공공재로 가격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대통합민주신당)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전KPS,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은캐피탈 주식상장은 공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고 증시안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지역난방공사의 경우에는 헐값매각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또 한전KPS의 경우 설립목적상 이윤추구보다 ‘전력의 안정공급’을 위한 공익성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으나 증시상장을 통한 주식개각시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단기간의 이윤추구 경영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들 3개 기관 주식상장 규모도 1,800억원에 불과, 증시 안정화을 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와 함께 “현 상황에서 한국전력거래소 기능은 개설당시와 비교했을 때 증가하지 않았고 도매경쟁 도입은 중단됐으며 기능 확대도 불필요하기에 조직(인원)의 축소가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 거래소가 제출한 연구용역이 본래의 취지 및 객관성을 살리지 못했기에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석(한나라당)은 “지난 2005년 발표한 ‘대북 200만㎾ 지원’은 현재 비용 및 기술적인 부분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며 투명한 공개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지구온난화에 따른 세계 각국의 화석연료 감축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현재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선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산자부의 계획대로 오는 2011년까지 선진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를 줄일 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갑원(대통합민주신당)은 “산자부의 안전인증, 품질인증 등 현재 정부차원의 인증마크가 무려 23개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이에 국민들은 정부가 인증하는 것인지에 대해 파악도 명확하지 않고 신뢰성에도 의문을 갖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지난 5년간 안전인증 취소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증수여시 시험항목 누락으로 인한 인증의 무분별한 증가와 부실한 관리시스템이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이에 서 의원은 인증과 관련 범정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통일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산자부에서 부여하는 안전인증 마크는 통합하되 인증항목별로 관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곽성문(한나라당)은 45개 산자부 유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부발전, 남부발전, 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임원 3명은 대학을 중퇴하거나 제적당하고도 대학을 졸업했다고 학력을 기재했고 또 산업단지공단의 한 임원은 모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임원추천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했으나 실제는 수료증만 받은 것으로?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대학원 수료 등으로 지원서를 작성한 가스공사, 서부발전, 광해방지사업단 등의 각 임원은 고졸이나 전문대졸이 최종학력임에도 학위를 속여 기재했다가 이번 검증에서 꼬리가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학력 허위기재 사실이 탄로 날 것으로 걱정해 자료제출 요구 자체를 거부한 기관도?있었다”는 곽 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로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학력을 속여 기관의 임원이 된 자는 처벌을 강화하고 임원추천시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국(대통합민주신당)은 “대북 전기지원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자꾸만 ‘퍼주기’ 논쟁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며 “인도적 지원은 정치ㆍ군사ㆍ외교적 상황에 관계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한전은 남북경협 지원과 북한 주민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 대북 전력공급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경우를 대비, 200만kW 송전사업도 바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한전 사장 직속으로 한전과 발전회사 및 관련 전문가를 망라해 ‘대북 전기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 대북 전기지원 사업을 비교 분석하고 각 사업별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