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공된 KSTAR 모습

과학기술부와 국가핵융합연구소는 9월 14일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 Advanced Reserch,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를 완공식을 했다. 한국형핵융합발전소 건설의 초석이 될 KSTAR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토카막(핵융합장치)형 핵융합연구장치다. KSTAR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진보된 토카막 차세대 연구 장치를 국내기술로 제작한 것으로 이로써 우리나라도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한다. 핵융합반응은 초고온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물질(플라즈마)상태에서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감소되는 질량이 막대한 에너지로 변환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 한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가장 발달한 핵융합장치인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력선 그물망을 이용하여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고 핵융합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토카막 안에서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로 나타나는 핵융합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어 증기를 가열하고 터빈을 돌리면서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원으로 사용가능하다.

뒤늦은 출발=1960년대부터 핵융합 장치건설과 운영을 시작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뒤늦게 핵융합 연구에 뛰어들었다. 지난 1970년대 말 서울대에서 SNUT라는 소형 토카막을 개발했고, 1989년에는 원자력연구소에서 KT-1이라는 장치를 제작했다. 이후 KSTAR 건설계획을 진행하면서 핵융합연구의 도약을 시작했다. 구리선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운전 중에 엄청난 열이 발생했던 기존의 토카막과 달리 초전도자석을 사용해 장치를 제작함으로써 진보된 형태의 토카막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KSTAR는 ▲95년 개념설계 및 기반기술 R&D 수행 ▲98년 장치개발 인프라 구축 및 공학설계 ▲2002년부터 장치제작·설치 및 조립과정 등 12년간 사업기간을 거쳐 올해 완공됐다. 총 3,090억 원의 사업비, 연구소·대학·대학 등 39개 기관이 참여한 KSTAR는 기존의 핵융합 연구 장치와 달리 전체가 고성능 초전도자석으로 제작된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핵융합 연구 장치다. 완공된 KSTAR 주요성과로는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체 제작기술 개발, 3차원 곡면형상의 진공용기 제작과 단열차폐기술 개발등과 대형 초전도자석, 초전도자석 극저온 실험기술 등 핵융합건설 핵심기술 국산화 성공 등이 있다. 국내산업체의 세계적 기술 경쟁력 강화 및 향후 파생기술활용을 통한 신산업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KSTAR는 높이가 8.6m, 지름이 9.4m이며,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개발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의 3분의 1크기다. KSTAR는 ITER의 설계사양을 적용하여 건설됐으며 우리나라는 KSTAR에 적용된 핵심설비와 부품을 ITER에 공급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뛰어난 국내기술력 바탕으로=핵융합발전 연구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뒤늦게 시작해 불과 15년여의 역사에 그치지만 핵융합연구장치의 초전도자석 분야는 순수 국내 기술로 일궈낸 것으로 선진국과 비교우위에 설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KSTAR 건설과정에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24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를 통해 미래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초전도 선재, 초전도 전송시스템, 진공기술 및 단열차폐체 기술, 토카막 정밀조립 등은 세계 최고의 기술로서 수입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핵심기술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시장선점을 위한 응용기술도 확보해 생산유발효과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왜 핵융합에너지인가=현재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화석에너지원의 고갈 문제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의 개발이 시급한 상태이다.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85조원에 달하며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화석연료의 가격이 해가 갈수록 급등하고 있어 에너지비용 절감차원에서 국내 기술에 의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다.

핵융합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원자력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방사능에 의한 중·저준위 폐기물만이 발생한다.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로 운전이 자동정지해 발전소 폭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다.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삼중수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게 매우 유리한 에너지이며 1g의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로 시간당 10만kW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300g 삼중수소와 200g 중수소만으로 100만kW급 발전소 2기를 하루 가동 가능할 정도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선진국들과 함께=KSTAR 개발을 통해 핵융합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ITER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은 국제협력 하에 핵융합발전 실험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ITER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실험 장치들이 이루어 낸 실험결과들을 종합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공학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이후 실증로를 거쳐 상용화 발전에 돌입한다는 목표이다.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핵융합 선진국과 대등하게 참여함으로써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며, 첨단 핵심기술 및 대량 생산기술을 확보해 에너지 종주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ITER 운영단계에서도 운영과정 참여를 통해 한국형 실증로 및 상용로 개발 운영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 ITER 참여는 핵융합 선진국들이 20년간 축적한 핵융합로 공학적 설계기술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TER 조달품목 납품을 통해서 핵융합로 제작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한국 부담의 9.09% 현물조달분에 대한 ITER 조달품목을 우리 기업이 ITER 국제기구에 납품함으로써 산업체의 첨단기술 이전효과도 크다. 한국 투자분 외에 다른 참여국에 할당된 ITER 조달품목에 대해 우리기업이 수주해 추가적인 수해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제작과정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회도 엿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핵융합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면 세계 시장선점과 응용분야의 산업창출을 통한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이제까지 자원을 보유한 국가가 에너지 강국으로서 부를 누렸다면 미래는 에너지 기술 보유국이 에너지 패권을 주도해 나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앞으로 2008년까지 주장치, 부대장비 및 부대설비의 종합 시운전을 통해 시스템 전체 운전시험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최초의 핵융합장치를 가동할 계획이다. 2035년경에는 시범적으로 핵융합발전소 운영, 2040년경에는 한국형 핵융합발전소 건설로 대용량 전기 생산에 들어간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