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협의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국제간 이슈인 제네바 회담의 북한 핵불능화 선언 등 정치적 이슈 못지않게 남북한 화해무드를 조성할 경협에 새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전력업계에서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면아래에 잠재돼 있던 200만kW 송전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협의 물꼬를 틀 전력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도 전력계 내에서 재 점화될 것으로 보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대북 전력지원 및 협력방안 연구(선임연구위원 정우진)’라는 주제의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는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전력지원·협력 대안이 무엇인지 다시 짚어봤다. 

지속적인 전력지원방안 강구돼야

에경연은 대북 전력지원이나 협력이 단일 프로젝트에 의한 실행보다는 다양한 방식을 통한 포괄적 추진이 더 효과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대북 전력문제를 올골게 풀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단기간 졸속협상으로 서둘러 지원방안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남북 간의 협의체를 구성해 내재된 문제를 짚어보는 다각도 논의를 거쳐 대북 전력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북한과 전력문제를 협상할 때 큰 전제만 합의한 후 세부사항들은 남북 전력문제를 다루는 상설 기구를 만들어 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급박한 북한 전력난을 해소해 가면서 장기적으로 전력지원이나 발전소 건립 등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전력실정 잘 살펴야

북한 전력협력 시 고려해야할 사항과 관련 정우진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남한이 전력지원을 할 때는 공급전력과 함께 유효전력을 높이는 종합적인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배전을 통해 흘러간 전기도 전력이용 설비의 효율이 나쁘면 그만큼 유효전력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력이용 설비는 기술력의 미흡으로 효율자체가 낮은데다가 설비들도 노후화돼 누수 되는 전기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수용성의 문제로 북한에 전력설비 증강을 계획할 때는 해당 전력설비가 북한 전력 시스템 내에서 수용이 가능한가이다.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철도나 항만 인프라가 가능한가를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에서 무연탄의 철도 수송망이 노후해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만설비나 송유관을 갖출 수 있는 지 까지도 사전에 검토돼야 한다.

시간성도 북한 경제에의 전력공급 증강 속도와 규모는 북한 경제의 회복속도와 성장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반면에 전력부문의 투자 없이 전력설비의 노후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전력산업 복구비용도 더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동일한 경제회복에 필요한 추가 전력공급량도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남북경협이 성공하려면 초기부터 전력 공급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발전소나 송배전망 건설은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의 건설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력분야의 협력이 가능하게 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초기의 발전연료, 송배전 자재, 전력기술 협력단계를 넘어 송전선로의 연결단계까지 진전될 수 있다면 남북 간의 관계는 급속한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 전 송전선로에 의한 전력교류가 있었던 만큼 남북 간 활발한 전력교류는 남북경협을 증진시키는 기반 구축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북한 정치상황 고려해야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상황이 특수하단 점을 고려 북한의 정치상황별로 전력지원 및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준비단계는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고 남북 및 북미간의 긴장이 지속하는 정치 환경으로 보고 이 시기는 남북 간의 전력분야에 대한 인적교류를 실시하며 가능하다면 비록 제한적이라 해도 북한의 전력설비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적 여건이 다소 개선된 협상단계에서는 전력설비 건설, 개보수 등 포괄적 지원 안을 만드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점진적 개방이 이뤄지는 교류협력 초기단계에서는 전력설비 투자사업, 송전망 연계, 대규모 전력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교류협력 성숙단계는 외국기업의 대북 투자에 대한 정치적 제약이 현저히 감소하고 외국인 투자제도도 점진적으로 정비돼 제도적 장벽도 많이 낮아진 상황으로 공동 전력수급 계획, 남북 전력공사 설립 등의 남북 간의 전력융통을 본격적으로 추진, 상생하는 전력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에경연이 제시한 전력지원 방안은 신규발전소 건립, 기존 발전소의 개보수, 대북 송전망, CDM사업 방안 등 4가지이다.

#1 신규발전소 건립 방안=유연탄 발전은 상대적으로 다른 전원에 비해 적절한 전원으로 평가되지만 경제성을 가지려면 대규모의 전력단지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부두접안시설, 저탄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돼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반면 무연탄 발전소는 북한 내에서 연료조달이 가능하고 북한의 인프라나 기술 수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투자비가 화력발전 전원 중 가장 높고 현 북한의 석탄수급구조상 중장기적으로는 안정된 석탄공급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또 석유발전소는 수급조절용 전원이며 연료비가 높기 때문에 북한 내 신규 발전소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가스발전소 역시 연료비가 높고 배관망 등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남한과 연계되지 않는 한 북한에서 신규 발전소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전원방식을 떠나 북한 내 대규모의 발전소 건설은 북한의 낡은 송배전체계, 사고 등에 대비한 예비전원설비가 선행돼야 한다.

#2 기존 발전소의 개보수 방안=가장 현실적인 기존 발전소의 개보수를 통한 설비의 성능개선은 현 북한의 열악한 전력설비 시스템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신규발전소 건설보다는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다.

현재 2~30%로 추정되는 북한의 전력설비 이용률을 4~50%대로 끌어올린다면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 원전 규모의 마찬가지의 전력을 공급하는 셈이다.

현재의 북한경제는 장기간의 경제체질 개선과 성장기반을 다지는 것 보다는 응급대책에 의해 마이너스 경제를 제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볼 때 우선 작은 투자로 소규모의 전력이라도 북한 산업에 공급하는 것이 북한 경제 복원에 더 효과적이다.

특히 수력발전은 연료공급에 대한 부가적인 노력 없이 설비보수만으로도 빠른 시간에 발전소 가동이 가능해 북한의 전력난 완화를 위해서는 우선적 추진사업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론 북한 전력설비 노후도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현 시점에서 자본과 기술 투입의 효과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3 대북 송전망 방안=실제로 북한에서 전력을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남한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전력을 송전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도 남한 전력도매시장의 수급실적으로 대북 송전(200만kW)전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도매시장의 SMP(계통한계가격)를 kWh당 약 1원 상승시키고 전체적으로는 약 3,460억 원의 구매비용 상승요인을 가져온다.

또 200만kW의 대북 발전비용은 연간 1조 1,026억 원이 소요될 것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서의 송전은 손쉬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으나 대남 전력의존성에 대한 북한의 우려로 북한이 수용할지 의문이고 높은 공급비용으로 인한 한계점은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 북한으로의 송전망 연계 방안도 있다. 북한은 다른 사업에 비해 러시아에서 북한을 잇는 전력계통 연계 사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2002년부터 러시아와 북한은 전력공급방식 등 구체적인 실행 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송전될 전력 공급량은 15억~25억kW로 2005년 현재 북한 발전량의 7~12%를 차지하는 양으로 북한 동북부의 전력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양이다.

또 이 지대는 나진, 선봉 등의 자유무역지대와 선봉석유발전소 등이 있는 경제, 공업도시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동북아 전력연계망 구성에 대해 많은 구상이 있었지만 러시아~북한 송전사업이 가장 가시화돼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는 대북 전력지원뿐만 아니라 남한의 동북아 전력망 연계나 우리 기업의 극동 러시아 전력시장 지출 잠재력을 높인다는 점에 큰 매력이 있으나 실행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극동지역의 전력수요 급증에 의한 전력공급의 안정성, 러시아 측의 과다한 전력요금 제시 가능성 등 실제사업 실행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사전조사가 진행된다면 러시아 송전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4 CDM 사업 방안=근래 가장 각광받는 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거래 메커니즘의 하나인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은 남과 북이 모두 편익을 낼 수 있는 협력방안이다.

노후화된 송·배전설비 개보수 사업을 통해 손실률을 18%에서 6.69%로 개선해 유효전력을 확대시키고 북한 무연탄 화력발전소의 전력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인 CO₂배출을 감축하는 사업방안이다.

즉 노후화된 송배전망 개선사업을 통한 유효전력의 증가는 발전소에서 생산해야 할 전력생산량을 감소시키고, 화력발전소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