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연도가 1978년도 제품인 계량기가 서울 서초동 모 아파트에 아직까지 설치돼 있다

정부가 5층이상 고층아파트에 설치되어 있는 전력량계의 관리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방치, 정확한 계량은 물론이고 기기 노후화로 인한 사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어 사회 문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계량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기술적 근거없이 기존 전력량계의 검정연한을 무리하게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정책실패의 우려를 낳고 있다.

0...현재 단독주택이나 5층이하 아파트의 경우 관리주체인 한전이 전력계량기를 설치 · 관리하고 있어 문제 발생 소지가 없다.

이에 반해 고층 아파트 550만세대에 부설되어 있는 전력량계는 관리주체가 없어 검정기한이 끝나도 재검정이 이뤄지지 않아 계량 오차가 발생하는 등 민원의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의 경우 제품 연한을 넘긴 전력량계가 그대로 부설되어 있는 등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정부의 관리 감독 부재로 인해 검정을 받지 않은 불법 계량기를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본의아니게 법을 어기고 있는 행태가 연출되고 있다.
현행 계량법에는 제품 설치후 검정기한이 끝나면 제품을 수거해 수리하거나 신품을 구입해 재검정을 거친 후 부설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판수 산자부 표준품질팀 사무관은 “제도 개선을 위해 방안을 강구중이다”며 “금년 말이나 내년 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의 전력량계의 관리주체를 한전이 되든, 아파트 세대주가 되든 명확히 정해 법제화 하겠다”고 밝혔다.

0...산자부는 최근 전력량계의 검정연한을 전자식전력량계는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기계식전력량계는 7년과 15년에서 15년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전력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수준이나 제품의 완성도를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검정연한만 늘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전문가는 “한전이나 민수시장에서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저가의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어 고장률이 높다”라고 전제하고 “기술력이나 성능이 일본보다 못한 데 굳이 일본보다 검정연한을 늘려잡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사 B사장은 “일본 정부가 검정연한을 연장할 때는 오랜 기간의 필드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가혹시험을 추가로 실시하는 검증절차를 거쳐 비로소 정책을 결정했다”면서 “최근에 정부가 검정연한을 연장하려는 근거자료로 제시한 자료는 한차례 부품 샘플 테스트에 그친 것이며 그나마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라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