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시작은 서류위조
부동산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에 들어갈 만큼 우리의 삶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부동산거래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실제로 그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부동산 사기는 사기범들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고 피해자들 또한 눈뜨고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세월 애써 모은 재산을 날리기도 하고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인 서민들이 사기범의 마수에 걸려 졸지에 길바닥에 나앉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집을 매수하려는 계약자를 상대로 사기를 칠 요량으로 사전에 사기꾼들은 집주인과 월세로 계약하고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기까지 한다.

부동산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중개업소를 고를 때 허가된 중개업소, 공제조합에 가입, 그 지역에서 오래 영업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계약 시에는 매도자의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대조하고 등기권리증까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부동산사기를 치기로 맘을 먹은 사기꾼들에게는 원론적인 이론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각종 증빙서류 등을 위조하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만큼 쉽다. 중개업자와 매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집을 보여줄 때 화목한 가족으로까지 위장하기까지 한다.

부동산거래에 있어 공인중개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따르기 때문에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의 과실도 일정부분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또한 영세한 공인중개사가 많고 공제조합 가입한도액도 5,000만~1억원밖에 되지 않아 손해액이 클 경우에는 전액을 보상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눈뜨고 당한 사기수법
▷부동산사기의 역사 : 부동산사기의 원조라면 신라의 네 번째 왕에 오른 석탈해를 꼽을 수 있다. 탈해는 호공(瓠公)의 집을 차지하기 위해 집 옆에 몰래 숯과 숫돌을 묻어놓은 뒤 ‘대장장이였던 내 조상이 대대로 살던 곳’이라며 그 증거로 제시했고 결국에는 그 집을 빼앗을 수 있었다.

영국의 경제 대공황 시대에 아서 퍼커슨이라는 사기꾼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국회의사당과 버킹엄궁전, 넬슨제독의 동상을 팔아먹었다. 1925년에는 프랑스 통신부 차관보를 사칭한 체코계 미국인 빅터 러스틱은 에펠탑을 매각한다며 입찰사기극을 벌이기도 했다.

▷서류위조 : 토지전문사기범 K는 수원에 시가 6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으려 한다며 주민등록증, 인감증명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수사관 출신의 법무사는 K가 대화도중 눈을 피하고 대출금액도 갑자기 몇 배를 올리는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K의 주거지 동사무소에 확인, K씨 명의의 인감증명서가 발급된 사실이 없으며 제출된 서류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토지사기임을 확신한 법무사는 검찰에 제보한 뒤 K에게 서명을 빠뜨렸다며 다시 사무실로 오게 해 체포되게 함으로써 부동산 사기를 막았다.

세입자가 신분증을 위조, 주인행세를 하면서 계약체결 뒤 임대보증금을 받아 도망가는 사례도 있다. 아파트에 세 들어 살던 A는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부동산에 전세물건으로 내 놓았다. 중개업자와 함께 집을 보러 온 J씨는 A와 전세계약을 하게 되고 A는 보증금을 챙긴 뒤 잠적했다. 원래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없게 된 J씨는 소유자를 제대로 학인하지 못한 중개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자신도 20%는 책임을 져야했다.

▷이중계약 :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한 L씨는 전 주인이 사채업자에게 이중계약을 하는 바람에 수 천 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전 주인 J씨는 L씨에게 중도금을 받은 뒤 사채업자에게 돈을 꾸면서 사채업자명의로 가등기를 해줬다. L씨는 2,000여만 원을 들어 리모델링을 했던 탓에 하는 수 없이 빚을 내 사채를 대신 변제했다.

이처럼 중도금을 주고 난 이후 집주인이 이중계약을 할 경우 구입자가 사전에 알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각종 부동산 분쟁을 막기 위해 집주인에 대한 철저한 파악 등 세밀한 사전준비가 각별히 요망된다.

▷계약 후 경매 :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뒤 이상이 없어 전세 계약을 맺은 S씨는 입주일에 맞춰 잔금을 지불한 뒤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인터넷으로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한 S씨는 입주 며칠 전에 경매절차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집 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도망을 갔고 이제 와서 권리를 신청해봐야 선순위 채권자에 밀려 배당금을 받기도 어려운 상태.

이 경우 공인중개사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S씨는 입주 직전 등기부등본을 열람하지 않았던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했다.

▷경매물건 소액보증금 우선변제를 노린 사기 : 융자를 안고 집을 산 K씨는 은행이자를 연체를 하게 되면서 은행으로부터 경매처분 위협을 받았다.

K씨는 융자 많은 빌라를 매입한다는 광고를 보고 브로커를 만났다. 매매를 해도 융자도 못 갚으니 경매로 넘기라는 브로커의 말을 듣고 K씨는 경매 허용 계약서를 작성하고 700만원을 받았다. 브로커는 경매개시일 이전에 소액보증금을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을 위장전입 시켜놓고 경매를 넣어 3,700만원에 경락되자 소액임차인에게 나온 1,400만원을 가져갔다. 나머지 2,300만원은 은행 측이 가져갔다.

당초 은행융자 5,000만원 가운데 남아있는 2,700만원은 여전히 K씨가 갚아야 할 빚으로 남아있다. 브로커는 K씨에게 700만원을 주고 1,400만원을 챙긴 것이다.

▷더 비싸게 팔아준다며 서류비용 사기 : 생활정보지에 매물을 올린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금방이라도 팔아줄 것처럼 하며 더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감정평가서 등 각종 서류가 필요하다며 서류발급비용을 입금시킬 것을 요구하고 시세확인에 필요한 광고비용 등을 요구, 받은 후 자취를 감추는 것도 사기꾼들의 수법이다.

▷무심코 도장을 빌려줬다가 : 친척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무심코 명의를 빌려준 한 할머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동산 구입 계약을 한 것으로 돼 있었고 계약 후 잔금과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 문중 산까지 압류당한 사건이 있었다.

▷기획부동산의 농간 : 기획부동산업체의 이사인 L은 서해안에 있는 폐염전을 평당 4만6,000원에 구입한 뒤 텔레마케터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L은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땅을 전원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투자가치가 높은 땅이라고 속여 다섯 배가 넘는 가격에 팔아 40억여원이 넘는 폭리를 취했다.

잔존 금매장량이 3억원에 불과한 몽골의 폐광을 ‘하루 생산량 8∼15㎏(시가 9,000만∼1억7,000만원)에 이르는 금광’으로 둔갑시킨 뒤 ‘소유 및 개발허가권을 취득, 지질탐사를 마치고 금을 캐고 있다’며 신문에 허위광고를 100회에 가깝게 내고 바람잡이 40여명을 동원, 전국순회 투자설명회를 열어 투자자 300여명으로부터 70억원을 받아 챙긴 사건도 있었다.

이 사기범들은 투자자들의 현지방문을 대비, 몽골에 사무실까지 차리는 등 치밀한 계획하에 사기를 쳤다.

부동산업자 K 등은 강원도에 있는 땅을 구매한 후 조만간 스키장과 전철역이 들어서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300여명에게 산 가격의 20~30배에 되팔았다.

이들이 판 땅은 도로가 없고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사실상 개발 자체가 어렵고 공동 등기로 돼 있어 소유자 개인의 재산권을 행사하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