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강달마, 종이에 먹, 69 x 44.5, 1998년작

2000년 늦가을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에서 중광스님의 달마도 전시가 열렸다.
전시의 부제는 “괜히 왔다간다”였다. 그리고 전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02년 이른 봄 걸레스님으로 통하였던 중광 스님은 자신의 마지막 전시에 화두로 던진 말처럼 괜히 왔다 가듯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누더기 옷에 고장난 시계나 울긋불긋한 뱃지를 달고 유유자적 거리를 활보 하던 스님에게 사람들은 괴승, 광승등 여러 이름을 붙이는데 주저 하지 않았다. 스님 또한 자칭 걸레스님이었다, 자신의 몸으로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닦아내는 그런 걸레를 꿈꾸고 사신 분이었다.
중광의 달마도는 날카로운 눈매나 위엄 있는 수염을 갖춰 온갖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달마도가 아니다.  그가 그린 달마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그림이다.

1935년 제주생인 중광은 1960년 양산의 통도사에서 출가 했다.
대영박물관, 록펠러재단,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1986년에 그의 삶이 김수용 감독이 연출한 영화 “허튼소리”로 제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