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민연대는 9일 프레스센터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내 에너지 세제 및 가격정책의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전력과 석탄 문제를 중심으로 산업용에 부과되는 에너지 세재와 가격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에너지시민연대측은 행사를 개최한 배경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 부문에 낮은 세제와 가격정책을 유지해왔으나 고유가, 기후변화, 수급안정 등 사회 경제 환경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기존 정책을 재고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인 한국에 대한 국제적 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에 대비한 정부 산업계 소비자 모두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정책토론회에는 강만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기후변화와 국내 에너지 가격정책의 개선 방안)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동북아 에너지정책 변화 동향과 국내 석탄가격정책 개선방안)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력 교차보조와 경부하 요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발제자로 나섰다. 에경연 정한경 위원의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현행 요금체계는 용도 구분이 우선되며, 용도별 구분 이후에 계약전력별, 전압별로 보다 세분화되어 있다. 용도별 구분의 취지는 용도별 부하 패턴의 차이에 따른 원가의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부하패턴이 유사한 소비부문별로 구분한 것이다. 부가적으로 특정 수용가 그룹에 대한 정책적 교차구조를 실행하기 위해 구분하는 측면도 갖고 있다. 저소득층 및 농어민 보호 차원의 복지 및 소득 정책, 물가안정과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에너지소비절약 등 이 그것이다.

  그 동안 공기업 독점체제에서 전기요금을 단순히 비용의 회수 차원을 넘어서 소비자 그룹간의 소득재분배나 특정 소비자 그룹(용도)에 대한 지원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교차보조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교차보조의 근거가 되었던 이들 정책의 실질적인 비용을 잡아내는 것이 어려워지고
 당초 목적한 바의 정책효과도 불분명해지면서 전반적인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번 만들어진 요금을 통한 교차보조는 이해관계 그룹의 형성으로 당초 의도했던 정책목적이 소멸된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소비자간의 형평성은 물론 전체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현행 전기요금체계 내에 잠복해 있는 여러 형태의 교차보조를 축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현행 용도별 요금체계에서는 각 용도별 요금이 해당 용도의 전력공급 원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회적 후생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06년도 기준 주택용, 일반용의 원가회수율이 각각 113.4%, 123.0%로 종합원가회수율(103.8%)을 초과하는 요금을 적용하는 반면, 산업용, 가로등, 심야전력의 원가회수율은 각각 97.6%,  89.6%, 57.3%에 그쳐 종합원가회수율에 미달한다. 

상이한 원가회수율로 교차보조를 초래하여 이를 부담하는 주택용과 일반용 소비자의 불만이 가중된다. 어느 특정 소비자 그룹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적정 이하의 요금은 필연적으로 여타 일부 소비자 그룹의 적정 초과 요금을 수반하게 됨. 이와 같이 원가와 괴리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지불하는 용도나 시간대의 소비자에게는 적정 이상의 과다소비가 발생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하는 소비자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 이하로 전력 소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양 방향 모두(적정 초과 요금 및 적정 하회 요금)에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사회적 후생 손실)이 나타난다.

용도간 교차보조 해소 방안

요금제도 상의 용도별 구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시행중이다.  소비자의 부하패턴의 용도간 차별성에서 연유하는 공급비용의 차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용도별 요금체계의 기본취지이나, 우리나라는 여기에다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소득재분배정책 등이 가미되면서 만들어진 용도간 교차보조 문제가 상당히 큰 편으로 그 동안 진행된 교차보조 축소 노력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용도간 교차보조가 없는 요금체계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용도별 요금체계를 전압별 요금체계로 통합ㆍ전환하여,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맞는 선택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여야 한다. 용도간 교차보조 완화의 핵심은 산업용 요금의 현실화로서 금년초의 산업용요금 상향조정에 따라 앞으로의 산업용 추가 상향조정 필요 수준은 약 5%에 불과하여 앞으로 2 - 3년 이내에 교차보조의 대부분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용, 일반용은 산업용, 농사용, 심야전력에 대한 교차보조 규모의 점진적 축소에 맞추어 인하해야 한다. 

1992년 교육재정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일반용으로부터 분리한 교육용을 먼저 일반용과 통합하고, 이후 교차보조가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을 하나의 전압별(사업용)요금으로 통합할 것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비중 증대 추세에 맞추어 제조업 중심의 산업육성정책에서 벗어나 저에너지형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이행을 도모할 수 있다.

농사용의 저가요금 우대에 대한 정책적 근거를 분명히 하여 그 실제대상에게만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요금을 설계하되, 장기적으로는 농사용 요금도 원가에 근접하게 단계적으로 인상해 가면서 추가적인 요금부담은 직접보조의 확대를 통해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용도별요금체계에서 전압별요금체계로 개선함으로써, 정책적 요소에 따른 왜곡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기초한 한계비용 기준 요금체계로의 이행이 가능하다.

실제 전력공급원가가 계절별, 시간대별로 차이가 나는 것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계시별 차등요금 제도는 전력생산의 경제적 비용을 가격화함으로써 (부하량이 집중되는 여름철, 특정 시간대의 전력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여) 부하패턴을 개선하고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매시간별 공급원가를 요금에 반영하기에는 매시간 전력량 계측과 실시간 원가변동 추적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따라서 각 시간대별 계통부하수준을 기준으로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로 구분하여 각 시구간별 평균적 원가변동을 반영하기 위한 요금제도로서 현재 계절별(3개), 시간대별(3개) 차등요금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계시별차등요금의 체계는 계통전체 또는 용도별?종별 수용가의 부하패턴 및 전력공급의 원가발생구조와 어느 정도는 부응하는 것으로 보이나  문제점도 내재하고 있다. 

용도가 다르더라도 여타 소비조건(전압, 지리적 위치 등)이 같으면 동일한 계시별 요금이 적용되어야 하나, 현행 계시별 요금은 수준과 시간대의 구분에서 종별간 차이가 난다. 시간대 구분은 용도별로 차별적이지 않은 계통 전체 부하곡선을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계절별 계통부하(한계공급비용)의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심야(경부하)시간대의 요금은 계절별 계통부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계절별 차이가 없다.

계시별 구분의 일관성 결여도 문제다. 시간대 구분은 용도별로 차별적이지 않은 계통 전체 부하곡선을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하지만 종별로 계시별 구분에서 차이가 있다. 동절기 경부하시간대의 일중 피크가 발생한다. 계시별 구분은 전체 시스템의 계통부하와 한계비용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에 종별로 다른 계시별 구분을 적용할 필요가 없으며, 계시별 구분을 부하수준에 따라 단순화하여 수요관리에 대한 전력 사용자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절별 계통부하(한계공급비용)의 차이도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아 시간대별 공급원가와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계통부하율은 과도하게 높은 편으로 시간대간의 계통부하수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부하수준의 차이에 비해 시간대간의 요금차등은 상대적으로 크게 설정되어 있어 차등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부하시간대 요금이 실제 공급원가에 비해 낮아 다른 시간대로부터 보조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심야전력요금제도와 더불어 과도한 계통부하율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동절기에는 경부하시간대의 일중 피크가 발생되기도 한다. 경부하시간대의 요금은 계절별 계통부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계절별 차이가 없다.

계시별요금제 개선 방안

계시별 요금은 요금부담의 공정성을 위해 시구간내 시간별 한계원가의 가중평균 기준의 가격차등 적용이 바람직하다. 계시별 요금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계시별 요금격차가 원가 차이에 근접할수록 계통운영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계시별 구분을 단순화해야 한다. 계시별 구분은 용도별로 비차별적인 계통부하수준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계통부하곡선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기적 계시 구분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의 수급여건을 반영해 계절간(하계, 동계간) 및 시간대간 차등폭을 축소해야 한다. 계시별 부하프로파일과 전력공급설비규모 및 전원구성 간의 불균형  조건이 반영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동계수요의 증가세를 반영하는 계절간의 요금 차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부하율의 증가를 반영하는 시간대간의 요금차등은 축소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동절기의 높은 일부하율과 적정 수준에 미달되는 기저설비규모에서 연유하는 심야시간대의 수급불균형과 이에 따른 심야시간대의 높은 도매시장가격 문제의 해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경부하시간대 요금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계시별요금 적용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일반용(갑) 고압수용가에 대한 계시별 요금 확대 적용을 검토할 시점이다. 심야전력요금제도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심야전력 신규 신청 잠정 중단이라는 방안을 선택할 경우 이의 대안으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일유형별 시간대별요금,  비상(상황)시 시간대별요금제, 실시간가격제 등 동태적 요금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