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재명 한전전력연구원 환경구조연구소 구조건전성그룹 일반연구원=연세대학교 토목공학 학사/석사

자동차의 수명은 몇 년일까. 딱히 정해진 기간은 없다. 자동차회사는 ‘20만 km 까지는 엔진이 별 탈 없이 작동하도록 한다’는 설계 기준을 갖고 있을 뿐이다. 기간이 아니라 기계의 내구성이 수명을 결정한다는 얘기. 평소에 꼼꼼히 정비하면 같은 차를 오래 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977년 국내 처음 가동한 고리 원전 1호기를 수리해서 좀 더 사용할 것인지 영구 폐기할 것인지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 전문가는 “설계수명이 다 했다고 해서 실제 수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원전을 지을 때 갖다 부은 콘크리트가 30년 전의 것이지 시스템은 새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엔진만 괜찮다면 자동차처럼 부품을 새것으로 교환해 계속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콘크리트는 아무런 열화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전의 주요 구조물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안가에 위치, 염해 등의 열악한 사용 환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구조물은 수명관리(Life Cycle Management) 차원에서 볼 때 중대한 문제점 발생시 교체 등의 근원적인 조치 방안의 적용이 곤란한 장수명 수동형 특성을 갖고 있어 사용연수 증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경년열화 현상에 대한 사전 예방기법 및 열화현상이 발생했을 경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유지관리 기법의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리 1호기를 비롯한 원전의 사용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계속운전 및 안전성 확보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며 이때 성능 및 경제성이 입증된 보강기법을 적용, 계속운전 및 내구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 신규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건설비용 및 부지확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원전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수하는 시스템도 매우 양호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최근 전력연구원에서 수행한 연구과제인 표면침투보강제 개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원전구조물은 콘크리트를 외기에 노출시켜 콘크리트의 균열, 백태, 재료손상 등을 시각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그림1:기존 표면보호제의 열화방지와 내구성 유지효과

이런 경우 콘크리트의 열화를 육안조사만으로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어 열화 발생시 조속한 보수가 가능하지만 열화인자가 콘크리트의 표면으로부터 침투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자 일반 건물처럼 도막제 및 표면보호제 등을 적용, 콘크리트를 외부와 차단해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지만 이 또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도포제를 적용할 경우 콘크리트에 균열 등의 열화현상이 발생하여도 콘크리트 외부 표면을 육안조사 만으로는 조사할 수 없어 열화가 발생해도 보수시기를 놓쳐 콘크리트의 성능유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새로이 개발된 표면침투보강제는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표면침투보강제는 콘크리트에 침투, 콘크리트 내부의 특정성분과 반응해 물리 화학적으로 보다 안정화시키고 내부조직을 치밀하게 만들 뿐 아니라 콘크리트가 발수성능을 갖게 해 외부로부터 콘크리트 열화물질이 침투될 수 없게 한다.

▲ 그림2:새로운 표면침투보강제의 열화방지와 내구성 향상효과

미국, 일본, 호주 등 외국의 유사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외국제품의 경우 콘크리트 내부로 침투되는 깊이가 6~8mm에 그쳐 장기적인 열화에 취약하지만 개발된 제품은 최대 30mm까지 침투돼 콘크리트 자체에 발수 및 열화물질 차단층을 형성, 콘크리트의 열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다.

시공단계에서 표면침투보강제를 적용하면 구조물 사용기간 중 열화방지 및 내구성 증진을 통해 유지관리 및 계속운전에 필요한 열화부위 기능회복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현재의 원전 유지관리는 운영단계만이 고려된 사후대응적인 보수기법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의 특성상 전 수명기간 동안의 주요 예상 영향 열화요인에 대한 사전 예방적 대책으로 표면침투보강제 적용을 고려한다면 구조물의 내구성능이 개선돼 원전의 안전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