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자라난 아이가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 아이는 폭력적인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해 줄 부모가 있는 훌륭한 새 가정으로 가게 됐습니다.

혼자 쓸 수 있는 방과 혼자만의 텔레비전까지 갖춘 좋은 집에서 살게 될 텐데도 아이는 그 말을 듣자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나쁜 상황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새로운 집은 알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했습니다.

아이는 너무 오래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는 미래를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아이와 같습니다. 두려움 속에 자란 우리는 미래에도 두려움만 볼 뿐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의 [인생수업] 중에서

위 이야기가 이해되시나요? 우리는 흔히 좋은 관심과 보살핌을 나눠야 만이 유대관계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학대가정을 보면 놀랍게도 아동들이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에 대해 강한 충성심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학대가정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아이들은 종종 새로운 보금자리를 거부하고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익숙한 나쁜 상황이 오히려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왜 나는?상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요? 누군가 물어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 역동적인 이해가 필요하지만 우선 상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정서적 친밀감 때문입니다. 정서는 깊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부모에게서 자라난 아이들은 그 부모의 정서를 함께 호흡하고 자라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우울감과 불행감이라는 정서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들은 오히려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낄 때 부모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반대로 행복하고 편안해질 때는 단절된다는 느낌을 느낍니다.

누군가의 애정과 관심으로 행복감이 찾아오면 이들은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이것은 내 인생이 아니야!’라는 강한 거부감으로 인해 확 밀쳐버립니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 사람과 만나 익숙한 불행관계를 맺어갑니다.??언젠가 주말 양일동안 펼쳐지는 세미나에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이튿날 가장 늦게 도착했는데 30여명의 사람들이 전날 앉았던 자리에 똑 같이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지만 그 일은 저에게 큰 충격처럼 와 닿았습니다. ‘하루 몇 시간 앉은 의자에도 이렇게 우리는 익숙해지는구나!’ 그게 어디 자리뿐이겠습니까?

우리는 삶에서도 늘 익숙한 곳에 앉아 익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익숙한 행동으로 반응하려 합니다. 익숙함은 분명 편안함을 줍니다. 하지만 익숙함은 고인 물과 같습니다. 결국 우리의 정신을 녹슬게 하고 판단을 흐리게 하고 도전을 위협하고 삶을 시들게 합니다. 이놈의 익숙함을 어찌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