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분노(噴怒)의 포도(葡萄)(The Grapes of Wrath)는 미국의 작가 스타인벡(J.E.Steinbech)의 장편소설이다. 1939년에 간행하였으며 다음 해에 퓰리처(Pulitzer )상을 받았다. 1930년대의 텍사스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광활한 대평원(大平原)을 무대로 하고 있다. 대 사풍(砂風)으로 인한 피해와 대자본에 의한 농업의 기계화에 의해 하루 아침에 경작지를 잃은 오클라호마의 힘없는 농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드 일가(一家)가 낡은 자동차에 일체의 가재도구를 싣고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풍족한 토지를 향해 이주(移住)한다.
그러나 꿈에도 그리던 자유의 땅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착취와 기아, 질병 등이었으며, 그들 일가는 결국 이산(離散)되고 사별(死別)해 간다.
고난 끝에는 아들 톰이 스트라이크에 가담하여 끔찍한 살인을 범하게 되지만, 노동자의 투쟁에 한껏 힘 입은 모친은 힘차게 살아갈 것을 소리높이 외친다.
공장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을 ’구약성서‘의 출애급기의 구성을 빌어서 그린 일대 서사시적(敍事詩的) 작품이며, 그래서 우리를 일층 감동케 한다. 이 작가의 소설 중 사회주의적 경향이 가장 강한 걸작이다. 발표와 동시에 크게 독자들의 반향을 일으켜, 포드(F. Ford) 감독에 의해 영화화(1940)되었다.
필자는 1960대 초 대학교에 다닐 때 용산 미8군 프로테스탄트교회 기도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때 담당 군목이 저에게 이 책의 일독을 진지하게 권해서 이 책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 흥미가 없었는데 그 후에 재차 읽을수록 흥미를 갖게 되었다. 몇 번 읽을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 읽고 또 읽었다. 그리하여 나의 긴 신앙생활을 관통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미국 소설가 스타인벡(1902~1968)은 1962년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캘리포니아주 살리너스(Salinas) 출신으로 소위 로스트 제너레이션 다음가는 1930년대의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2면성(二面性)을 지녀 사회의식의 강렬한 작품과 동시에 온화한 인간미 넘치는 휴머니즘(Humanism) 작품으로 대별된다.
군(郡)의 출납관리였던 독일인 부친과 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아일랜드계의 모친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정이 부유하지 못하여 고등학교 때부터 농가에서 일하며, 장학금을 얻어 스탠포드 대학에까지 진학하였다. 그러나 1925년 학자금이 없어 퇴학하고 곧장 문필(文筆)생활로 들어갈 결심을 하였다.
일단 뉴욕으로 나와 리포터·인부·페인트상·과수원 노동자 등을 전전하다가, 캘리포니아로 다시 돌아와 별장(別莊)지기를 하면서 처녀작 ’황금 술잔(Cup of Gold)‘ (1929)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영국의 해적 헨리모건을 중심으로 한 로맨틱한 소설이었으나 의외로 별 반향이 없었다.
이 와중에 1930년에 결혼하여 가난과 싸우면서 캘리포니아 농민의 이상한 생활을 테마로 한 단편집 ‘하늘의 목장(The Pastures of Heaven)’ (1932)를 발표하였다. 이어서 한 농민의 토지에 대한 신비한 집착(집착)을 테마로 한 ‘미지(未知)의 신(神)에게(The a God Unknown’ (1933)를 발표하였으나 예상 밖으로 그리 주목을 끌지 못하였다.
1935년의 ‘토르티야 플래트(Tortilla Flat)’에 의해 일단 작가로 인정되었다. 1936년 과수원의 스트라이크를 리얼리스틱(Realistically)하게 묘사한 ‘승부 없는 싸움(In Dubious Battle)’를 썼고, 다음의 ‘생쥐와 인간(Mice and Men“ (1937)의 출판에 의해 그의 명성은 결정적으로 확고한 것이 되었다. 이는 두 노동자의 우정을 묘사한 것으로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뒤이어 자신이 희곡화해서 호평을 받았다.
1938년 그의 굴곡진 소년 시절을 묘사한 단편집 ‘긴 계곡’을 발표하였고, 다음 해에 야심있는 대표작 ‘분노의 포도’에 의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후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통조림 골목’(1945), 풍속 소설 ‘변덕스런 버스(The Wayward Bus)’(1947), 멕시코 민화와 관련하여 ‘진주(The Pearl)’(1947), 공상적 희곡소설 ‘벌겋게 타오르고(Burning Bright)’(1950) 등을 차례로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1952년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이 발표되었으나 이는 ‘분노의 포도’ 이후의 최대의 대작으로 평가된다. 그가 전력을 기울여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였다. 에덴의 화원을 희구하며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이야기로, 처음으로 그 자신의 가계(家系)에도 미친 일대 야심작이다.
기타 ‘통조림 골목’의 속편 격인 ‘즐거운 목요일(Sweet Thursday)’(1954), ‘피핀 4세의 치세(The Short Reign of Pippin Ⅳ)’(1957) 등이 계속 발표되었다. 드디어 또 1961년 출판되어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우리네가 불만인 겨울(The Winter of Our Discontent)’은 그가 그동안 잃고 있었던 사회와의 연대감(連帶感)을 회복한 것으로서 특히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