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향 곡선을 연일 긋고 있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는 가운데 서머타임제도(일광절약시간)의 부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광산업특위가 11일 심포지엄을 열고 에너지 절약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서머타임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실질적인 근무시간 연장을 가져오고 생활 리듬의 변화로 불편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서머타임제도를 4월부터 9월까지 시행할 경우 원유 도입가 기준으로 9,170만달러의 수입절감 효과와 함께 2조원이 넘는 생산·소비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제시됐다.

이 제도는 지난 1987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 제5공화국 정부가 도입,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처럼 여름철에 표준시를 1시간 앞당겨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명분으로 이 제도를 시행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사실 서울올림픽 중계시간대를 의식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 서머타임제도를 시행했으나 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슬그머니 이 제도를 폐지해 버렸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행했다면 계속적으로 시행돼 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중계라는 하나의 실익만을 위해 이 제도를 이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에서 밝힌 긍정적인 평가로서는 당장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서비스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침체된 경기를 되살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무엇인가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리듬이 변해 불편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서머타임제도가 국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모호한 입장이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최근 시큰둥한 반응으로 물러서 있다.

올 연말에 시행될 대통령 선거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온 뒤 보자는 심산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자원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든 에너지 자원정책이 형 시점에서 우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에너지 절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어떻게 보면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채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 에너지 절약 부분만은 국민의 여론을 따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