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5,000평 규모의 부지에 1,600평 규모로 세워진 제룡산업 대전공장 전경. 제룡산업은 올 연말을 목표로 공장증설과 연구소 신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후 6시, 제룡산업 대전공장. 작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소리가 길게 울렸다. 작업중이던 근로자들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사내식당으로 향했다. 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납품시기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제룡산업 대전공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권영목 생산팀장이 앞장을 서고 김태호 기술연구소 부장과 함께 생산라인으로 향했다. 공장 내부는 마치 아침에 갓 출근한 듯 자재와 공구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 심지어 직원들이 사용하는 음료수 컵조차도 한 줄로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변압기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흔한 쓰레기 하나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권용목 생산팀장은 “현장직원들에게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이 환경”이라며 “환경이 깨끗해야만 좋은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600여평 규모의 생산라인 입구 휴게실에는 97년도에 처음 생산된 각각 고효율기기 1호로 인정을 받은 주상변압기와 유입변압기(2000년 11월), 몰드변압기(2002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켠에는 지난해 개발시험을 완료한 25.8kV GIS 개발 시제품(6면)이 전시되어 있다.

현장을 안내하던 권 팀장은 “제룡산업에는 창고라는 공간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랑한다. 공장에 창고가 없다니? 무슨 말일까 생각하는 와중에 “공정별로 모든 자재가 작업자의 반경 5미터 안에 배치되도록 공정을 단순화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작업자가 출근 후에 각 개인별 쇼핑카트로 그날 사용할 자재를 수급, 작업자의 이동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제룡산업 대전공장에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색깔’들이 즐비했다. 권선반, 조립반 등 각 공정별로는 분임 토의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 토의장은 각 공정별 작업의 개선 등을 위한 장소로 작업자가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작업표준서가 부착되어 있는데, 텍스트가 아닌 사진으로 이미지화 해 놓아 작업자가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표준서에는 작업 복장은 물론, 자재, 사용공구, 작업결과물, 작업후 폐기물의 종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모든 공정과 공정이 만나는 장소에는 컨베이어 벨트와 레일을 이용해 이동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권선반에서 조립반으로 이동하던 권 팀장이 독특한 모양의 기기 앞에서 멈추더니 “다른 회사에는 없고 제룡에만 존재하는 기기”라며 진공주유기의 장점을 설명한다. 이 진공주유기는 변압기 내부로 절연류를 주입하는 동시에 변압기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장비다.

김태호 부장은 “변압기 내부에는 미세한 공기방울인 기포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제거하는 과정과 절연류 주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 저녁식사를 마친 제룡산업 직원들이 권선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제룡산업 대전공장에는 총 58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근무인력 전원이 타회사에서의 근무경험이 없는 자체인력으로, 제룡산업이 길러낸 ‘제룡맨’들이다.

대부분의 변압기 회사에서는 주유건으로 절연류를 주입하고 진공이라는 별도 공정을 진공이라는 공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 공정을 거친 완제품은 공장 한켠에 위치한 시험장으로 집결된다. 권용목 팀장은 “모든 시험설비는 공인인증기관에서 사용하는 외국산 최첨단 기자재로 구비되어 있다”며 “2층 시험센터에서 실시간 감시를 통해 검증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룡산업은 절연물을 자체 가공 파트를 둬 이를 자체공급, 변압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자급하고 있다.

절연물 가공 파트로 향하기 전 ‘통제구역’이라고 쓰인 공간이 눈에 들어 왔다. 김태호 부장은 “이곳은 향후 제룡의 미래를 이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며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1,400평의 생산라인과 분리된 200평의 이곳 통제구역은 최근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납품을 성공적으로 끝낸 12000/15000kVA 아몰퍼스 유입변압기를 개발한 공간이다. 제룡의 연구진들은 이번 쾌거를 통해 그동안 업계에서 제기돼 왔던 아몰퍼스 변압기의 설계 및 제작용량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태호 부장은 “일반 규소강판을 이용한 변압기보다 무부하손실이 75%이상 줄어들어 500kVA 한 대를 기준으로 연간 전력비용 절감효과가 1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기술개발로 교효율 변압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통제구역에서는 박종태 사장이 언급한  “향후 제룡산업의 얼굴”이 될 신병기가 개발중이다. 김 부장은 “올해안에 기존 지중변압기와 크게 차별화되는 ‘신개념 지중매설변압기’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북미지역으로의 수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기존 아몰퍼스 변압기를 대체할 차세대 변압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올해가 가기전에 결실을 볼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제룡산업은 중전기사업본부 발족하는 등 설립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서울 본사에 두었던 기술연구소도 대전공장으로 이전했다.

제룡산업은 지난 2005년 1만5,000평 규모의 대전공장을 마련하고 건평 1,600평의 공장을 증설했다. 이곳 대전공장에는 현재 생산팀과 연구소, 본사 품질팀 등 총 58명이 근무하고 있다. 

 생산규모는 한전납품용 주상변압기 1,500대, 민수용 유입, 몰드변압기 60대 규모다. 올 7월에는 한전에 가스절연개폐장치(GIS) 42면을 초도 납품한다.

제룡산업은 지난해 3월 25.8kV GIS 한전 공급유자격자로 등록했으며 총 28억원 규모의 25.8kV GIS 공급계약을 한전과 체결한 바 있다.

한편 박종태 제룡산업 사장은 “올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공장증설과 연구소를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개발 연구 인력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장과 연구소 건물 착공을 시작으로 여건이 되면 추후 본사 신축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 있는 본사를 대전으로 이전, 제룡산업의 새로운 20년을 맞이할 기반으로 대전을 그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 제룡산업(주) 박종태 대표이사

지난해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박 사장은 “대전을 중심축으로 향후 경영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제룡하면 아몰퍼스 변압기로 알고 있는데, 제룡의 대표 ‘브랜드’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향후 제룡의 얼굴 역할을 할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박 사장은 “남들과 차별화를 목표하고 있다”며 “아몰퍼스 변압기 외에 다른 대표 브랜드를 장착하는 것, 이것이 올해 경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올해 말 개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제룡의 야심작인 ‘지중매설변압기’는 오일을 사용하지 않아 절연유 폭발을 원척적으로 방지함은 물론 고장이라는 개념이 없어 보수가 필요 없는 신개념의 변압기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