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설비 정기검사제도가 제2라운드 공방전에 돌입했다. 이 제도의 도입부분과 관련, 지난 몇 년 동안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 온 한국전력과 한국전기안전공사 간의 입장 변화가 전혀 없자 산업자원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산자부는 배전설비 정기검사제도 도입과 관련, 1차로 공청회를 열었으나 양 기관의 지루한 공방전 끝에 어떤 합의점도 도출시키지 못하고 아무런 의미 없이 끝마쳤다.

이에 산자부는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건국대 산학협력단에 ‘배전설비 정기검사제도 도입 타당성 방안연구사업’ 2차 용역결과를 주었고 같은해 11월 결과보고서를 받았다.

6개월여 동안 2차 용역결과를 분석한 산자부는 배전설비 정기검사 제도를 법제화시키기로 하고 두 개의 안으로 이달 중순경 2차 공청회를 갖고 합의점을 도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첨예하게 대립된 양상을 보여 온 이들 양 기관의 입장 변화가 전혀 없자 산자부는 또다시 공청회를 무기한 연기하고 우선적으로 양 기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안전이란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누가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허울을 쓰고 국민의 입장은 뒤로한 채 지루한 공방만을 앞세운다면 누가 봐도 잘못된 일처리일 것이다.

지금까지 제도 도입에 있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한전과 찬성 입장을 표출해 온 전기안전공사가 주장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전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국민부담 가중, 인력 및 경제적 낭비 등등.

전기안전공사가 제도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타당성에 있어 정확한 답변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안전’이라는 말만을 내세우고 있어 ‘자기 배 불리기’와 ‘안전을 앞세워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정부는 한 가지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함에 있어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입안한다는 생각과 예지력을 가지고 모든 일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에 있어서도 산자부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제도 도입이 안전에 필요한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검토,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지난해 졸속으로 거칠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인 부담 없이 철저한 안전대책이 강구된다면 제도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에서 추진한 많은 잘못된 정책들을 놓고 본다면 대부분 국민들의 생각과 판단을 무시한 채 정부가 독단적으로 고집만 내세운 대가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공방이 있었지만 산자부가 올해 안으로는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배전설비 정기검사제도에 대해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기대를 갖고 있으나 졸속행정 처리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