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 각 국의 에너지 소비 패턴과 그에 따른 수요관리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았고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소비 패턴으로 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 소비 형태가 시급히 억제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지속 가능형의 에너지 소비 형태로 가기 위한 주요국들의 수요관리 체제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비교해 본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관리 체제는 크게 시장형 체제와 관리형 체제로 구분할 수 있다.
시장형 체제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으로서 자본주의와 자발적인 가치체계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은 관리형 체제를 갖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시행하는 일에 대해 국민들이 큰 반발 없이 순응해 따르는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체제를 철학적인 기반으로 보면 미국의 체제는 인간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경쟁적인 성향을 가진 이상적인 완벽한 시장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 가깝고 일본의 체제는 플라톤이 지향한 이상국가론에 입각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상적인 체제는 두 가지 형태로 집약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형태는 가정이 있는데 미국 체제는 개인 상호간의 이득을 추구, 이타심은 적고 경쟁적으로 이득만을 최고 가치로 두는 것이다. 여기에는 규칙(Rule)을 중요시하고 이를 어겼을 때는 엄중한 벌칙이 가해진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미국의 여러 주 중에서 수요관리 성과가 가장 좋은 캘리포니아주 현행 체제를 분석해보면 다문화주의적 사회로서 소속된 집단이 아닌 개성과 능력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분위기로 다양한 제도와 다양한 관련 집단이 존재한다.

전기기기 관리 대상이 주변 여건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며 이에 따른 각각의 제도와 수요관리 기준, 그리고 장려금도 주마다 다르게 존재한다.

PUC(Public Utility Commission)는 주정부의 기관으로서 기존의 시장을 연구, 앞으로 도입될 수요관리 프로그램에 적합한 시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PUC는 외부에서 전력회사, 연구시설, 시민단체 등 다양한 집단이 참여해 만든 수요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가지고 향후 시장 도입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PUC는 보조금을 지급, 다양한 집단의 성취동기를 충족시켜줘 앞으로도 계속적인 수요관리 프로그램 개발 참여 여건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수요관리 프로그램 개발하는 집단 중 전력회사는 성과가 제일 좋아서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정부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대가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 받아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요관리 이득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체제 이행에 관한 상벌이 분명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 미국 ACEEE(American Council for an Energy Efficient Economy)에서 PUC 소속 공무원과 전력회사 직원이 최고의 수요관리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칭송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한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시장과 제도를 미국 전역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발달된 시장전환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시장전환 기술의 수준이 낮으면 시행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시장 전환을 위해 기술융합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며 이러한 시장전환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입안 전문가가 대거 도입돼야 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관리형 체제를 수행하고 있는 일본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이타적인 성향을 강하게 띄고 상하 간 명령 체제가 뚜렷, 명예가 존중되기 때문에 적합하다.

그래서 개인이나 집단이 제도를 어겼을 때에는 명예가 손상되는 것으로 여겨서 이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규칙을 어긴 것보다 더 타격을 받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제도와 참여자들의 적극성을 가진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앞서 언급한 일본인들의 기본가치 등 사회문화적인 요소들이 작용, 그들만의 조직문화를 통해 공문만을 통한 일관성 있는 집행이 가능하고 어떠한 규정에 대한 성실한 대처로 신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각 기관이 서로 모여 합의 하에 진행하고 별다른 제도의 추가와 개정 없이 보급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도 또한 신사 문화가 있어 명예가 중시돼 일본과 마찬가지로 공문과 제도만으로도 보급이 용이하다. 즉, 이곳도 관리형 체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적으로 보면 일본의 관리형 체제가 좋지만 기본적인 국민적 성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려면 일본형 체제는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가 되지 않는 한 곤란하므로 당연히 시장 경제가 위주인 미국형 체제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 각 수요관리 참여자는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아이템을 시장에 보급시키기 위해 주력하게 된다.

이때 해당 아이템의 시장 보급은 미국 주정부의  장기적인 시장전환 전략의 협조 하에 이를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해야 가능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는 ESCO나 수요관리 컨설팅 업체가 정부에 수요관리 프로그램 계획을 제출하고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소비자들을 모집한다.

소비자는 이러한 업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요관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소비자는 자신이 참여하는 수요관리 프로그램의 효과를 한 눈에 알기 쉽게 파악해야 하는데 이들 업체는 자신들이 프로그램 계획 시에 그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이용하는 평가시스템을 통해 역시 소비자가 알아보기 좋도록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업체들 사이의 담합, 법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행위 등을 감시하기 위해 경쟁업체들 사이에 자발적인 감시조직이 생길 수도 있고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되는 감시조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적 상황은 과거 일본식에서 미국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미국형 체제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수용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인프라와 다양성이 부족한 문제점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한번 정하면 역동성 있게 빨리 변화가 가능한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올바른 체제를 준비하고 비정상적인 현상 발생을 막도록 조치하는 방향으로 체제가 정비되면 미국의 수요관리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체제 전환을 위해 다음 기고에는 우리나라의 수요관리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수요관리 관련경제주체에 대한 분석, 미래를 준비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