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압터빈 모습

에너지진단 컨설팅 전문 업체…소프트웨어로는 한계
감압터빈이라는 하드웨어 장착…신에너지시장 진출

“에너지절약 진단 전문 업체를 꿈꾸어 왔는데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안은 역시 하드웨어를 장착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통해 부가가치를 올리겠다.”

지난 8년 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에너지절약 진단 사업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해 온 (주)엑서지엔지니어링의 박명호 사장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엑서지엔지니어링’에 대한 진단 결과를 이같이 언급했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의 에너지진단부는 최근 기존 2팀으로 구성된 진단팀을 3팀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연말까지 진단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김승일 부사장은 말한다. 이처럼 엑서지엔지니어링의 ‘진단’이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김 부사장은 “일반적인 진단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의 에너지 진단은 단순히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잠재량을 측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체 개발한 에너지 진단 전문 소프트웨어를 통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방안 등도 포함된 진단보고서를 내 놓기 때문이다. 이 진단보고서를 통해 공정의 어떤 부문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진단 등을 ‘패키지’화 한 기업 에너지 및 환경관리를 통한 통합 관리 사업으로 경쟁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현재 기후변화 ‘아이템’은 기술연구소 산하 기후변화팀에서 주도하고 있다. 기후변화팀은 기업의 기후변화협약 대응 전략 구축,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 구축,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 분석 및 법정 의무 진단 대응, 온실가스 감축 사업 발굴 및 등록 관리,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개발 및 등록과 관리, 기후변화협약 대응 전문가 양성 교육, 배출권거래 시스템 구축 및 거래전략 구축 등을 전문 수행한다.

박명호 사장은 국내 에너지 진단 시장에서 엑서지엔지니어링이 경쟁력에 대해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결론을 내린다. 그는 이 같은 현장의 경험이 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과 정부정책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원천이라고 덧붙인다. 이러한 게이트웨이 역할이 컨설팅을 발주한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그것이 곧 엑서지엔지니어링의 경쟁력으로 비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국내 에너지절약 진단 시장에서 이처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에너지 절약 진단 시장을 개척해 온 박명호 사장이 에너지 진단은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흉내’를 내는 수준의 다른 경쟁 기업들로 인해 에너지 진단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진국과는 다른 컨설팅 문화의 ‘수준’ 때문이다. 기술보다는 비즈니스적인 경쟁이 강한 한국적 특성도 포함된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에너지 분야에서 ‘스타 컴퍼니’가 나오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 박 사장은 지난 주 김 부사장 등과 함께 인도를 다녀왔다. 새로운 성장 동력 분야로서 시장성이 있는 ‘하드웨어’를 찾기 위한 것이다. 발걸음도 분주하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은 올 해 스타 컴퍼니로 갈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세 가지 중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하나가 세계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 폐압발전시스템이며 다른 하나는 일반 업계 최초로 CDM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을 두는 분야가 쓰레기 소각장이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은 최근 금호석유화학 울산 수지공장에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페압발전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앞서 박 사장이 언급한 하드웨어가 바로 ‘이것’이다.

폐압발전시스템은 일반 산업체에서 감압밸브(PCV:Precision Control Valve)를 이용해 고압의 스팀을 저압으로 감압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스팀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감압밸브 대신 감압터빈(발전용 터빈시스템)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은 금호석유화학 울산 수지공장을 시작으로 여천 등 5개 사업소에 최저 80㎾에서 최대 1,300㎾ 용량의 감압터빈 17대를 설치해 총 5㎿의 규모를 가진 ‘발전소’를 만들 계획이다. 이럴 경우 금호화학은 연간 20~25억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어 투자비 60억 원은 3년이면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2만톤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유엔에 CDM사업으로의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다.

금호석유화학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논산시가 운영하는 쓰레기 소각장에도 감압터빈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김승일 부사장은 “20톤에서 50톤 정도의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스팀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며 쓰레기 소각장을 염두에 둔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에서 감압밸브 대신 감압터빈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은 보일러와 가열기 등의 생산설비와 중소형 소각로, 지역난방 열교환기, 천연가스 공급배관 등 다양한 분야서서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그동안 작은 유량과 낮은 압력차 등으로 산업체에서 감압과정의 스팀이 외면을 받아 왔다”며 “석유화학공단 등 경제성이 있는 규모의 국내 수요는 대략 1만~2만대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산업용 보일러 설비 2만3,000대 정도를 합산하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또 기존의 감압밸브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1조원에서 2조원에 달하는 스팀터빈 시장까지 감안할 때 시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은 더욱 늘어난다.

이를 위해 엑서지엔지니어링은 감압터빈의 핵심기자재인 브레이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의 터보텍(TurboTech)과 계약을 체결하고 브레이드와 로터가 일체형으로 된 브레이드를 들여올 계획이다.

박명호 사장은 “폐압발전시스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핵심 기자재인 블레이드의 가격을 낮추는 게 관건”이라며 “독일 등 기술력을 확보한 시장을 조사한 결과 가격과 품질이 우수한 인도의 터보텍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터보텍은 이미 인도 자국 내에서 100여 곳에 관련 제품을 납품해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가격 면에서는 독일 제품의 1/3 수준에 달한다며 낙점 이유를 설명했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은 중장기적으로 감압터빈의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기업의 투자비 회수 기준이 3년으로 볼 때 터빈의 국산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감압터빈 보급 활성화의 관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은 감압밸브를 대체할 분야를 스팀에서 가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명호 사장은 “국내 시장의 여건을 볼 때 50㎾에서 100㎾ 사이의 소용량의 시장 규모도 3만여 대에 달한다”며 “국산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엑서지엔지니어링이 컨설팅이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 아이템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하드웨어’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리더인 박 사장이 찾은 열쇠가 바로 감압터빈의 국산화인 셈이다.

감압터빈이라는 하드웨어를 장착한 엑서지엔지니어링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폐압을 활용한 발전시스템을 통해 스타컴퍼니로 향하는 디딤돌을 놓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