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고 있다. 본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단독 보도하자 안정기를 납품받아 온 대형 건설회사 등 수요처뿐만 아니라 고효율기자재를 관리·감독하는 에너지관리공단, 한전 등 공공기관에서도 이들 업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등 업계 정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만 놓고 본다면 불법 안정기를 만든 업체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구조상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안정기를 공급받아 조명기구를 수요처에 납품한 등기구 업체들이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문제가 됐던 서울시교육청 조도개선사업은 조명기구 가운데 부품의 하나인 안정기가 잘못됐다고 지적됐으나 정작 교육청에 납품한 것은 저가 불량제품을 납품받아 공급한 등기구 업체들의 잘못이 큰 것으로 나타나 알맹이가 빠진 감사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같이 불량제품이 납품된 연유에는 계약에서 납품까지 많은 구조적인 모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따른 문제점이다. 단체수계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교육청과 계약을 맺은 것은 전등기구조합이다. 이에 조합은 등기구 회원사들을 상대로 물량배정규정에 따라 물량을 배정했으며 이에 따라 배정을 받은 업체들이 조명기구를 각각 납품해 왔다.

그러나 조합이 계약한 서울시교육청의 물량은 서류상으로는 물량배정규정에 따라 바르게 배정됐으나 업계가 다 알고 있듯이 5-6개 업체가 주 배정업체로 물량을 배정받은 후 소위 ‘돌려치기’로 물량을 배정했던 것으로 알려져 수의계약의 맹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등기구 업체는 ‘갑’이 되고 조명기구에 들어가는 안정기 생산 업체는 ‘을’이 되면서 ‘갑’이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을’에게 단가를 낮춰 제품을 공급하게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낮은 단가에 맞추기 위해 몇몇 안정기 업체들은 고효율기자재 제품이 아닌 효율이 떨어지는 일반제품을 납품하거나 아예 제품을 빼 먹고 납품한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본지의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한 보도로 안정기 업체 가운데 몇몇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고효율기자재로 인정받을 당시 제품을 납품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 당시 확인 과정에서 서류상 잘못으로 부적합판정을 받아 수요처로부터 많은 제재조치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변하는 몇몇 업체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궁극적으로 엉터리 제품을 만들어 납품했던 업체가 많았다는 차원에서 자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엉터리 제품을 공급하게 만든 등기구 업체들 또한 각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조명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또한 정상 제품으로 우리나라 조명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로 업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