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참석자>

사회
-김홍섭 전력경제신문 편집국장

토론
-박상삼 기술표준원 연구관
-황만한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본부장
-박종화 LS산전 전력시험기술센터장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이사

WTO의 무역상기술장벽(TBT)협정이 이후 비관세장벽의 핵심요소로 표준이 등장함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표준의 중요성이 경제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 호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표준이 국가 GDP의 1%를 향상시키고 노동생산성은 13%나 향상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산자부 기술표준원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진국의 보건, 환경, 안전 관련 기술표준이 무역장애 요인으로 인식하느냐의 질문에 65%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국가간의 국제표준 확보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표준전쟁’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미국 등 주요국은 표준정책을 국가 정책의 우선 순위로 책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표준정책은 특허나 과학기술 정책에 비해 아직도 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탄식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이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전통산업인 하드웨어 중심으로 표준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규범, 복지, 지식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본지가 주체한 표준 전쟁 리딩전략을 찾아라는 좌담회에서 박상삼 기술표준원 연구관은 “표준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표준에 대한 관심이 이동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너무도 일천하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표준이 호환성, 최저품질, 통일·단순화를 통한 품질향상 도구에서 무역규범과 경제주체의 사회적 책임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책임 표준에서는 윤리, 노동, 환경, 공정관행 등의 국제적 비즈니스 규범을 규정하고 있어 기업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박 연구관은 “경제·산업부문은 물론 지식기반 서비스, 무역규범, 사회적 책임을 거쳐 문화, 노인복지, 에너지·자원, 지속가능발전 부문까지 표준의 영역이 확장하는 추세”라고 표준의 환경변화를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국가표준 발전방향으로 국제표준 대응역량 강화를 천명하고 표준전문가활동 프로그램, 국제표준화 협력프로그램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국가표준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다각도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신성장산업에 대한 산업별표준화계획을 수립, 추진해 국가연구개발 계획시에 반드시 표준화 계획을 포함토록해 표준경영의 도입을 촉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제조업과 전통산업 중심의 표준정책에서 서비스와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발전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각하고 있는 신수요분야로 표준의 업무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결집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가표준기관의 위상 강화도 핵심과제다. 표준정책이 경제, 사회전반에 걸쳐 비용절감과 효율향상에 기여해 국가혁신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지는 최근 국가간 표준 전쟁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표준의 중요성과 관련해 국내 표준전문가를 모시고 ‘표준 전쟁 리딩전략을 찾아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회= 기술이 앞서도 표준을 선점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정설로 자리를 잡았다. 산업 각 분야별로 전쟁을 발불케 하는 표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표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먼저 표준이 왜 중요한 건가?
 
박상삼 = 95년 체결된 WTO/TBT에서 국가간 기술무역 장벽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국제표준 준수 표준을 제시함에 따라 선진 각국에서 시장선점을 노리는 표준전쟁이 본격화됐다. 표준이 기술개발 과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하면서 표준전쟁에서 밀리는 기업은 시장경쟁에서도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가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표준이 먼저 정해져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오늘날의 표준은 국가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민복지 증진, 안전 확보, 미래산업 활성화를 통한 먹거리 확보 등 국가정책 추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기업의 체감온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김인현 대표이사=표준은 산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표준을 채택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불가능 하다.  시중에 통용되는 규격으로 채택도지 못하면 공장 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들인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발한 기술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산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도 표준이 우선 고려된다. 특히 IT 분야에서 유사한 사례가 많다. 특히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에서 표준을 고성능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기술·제품 개발을 사전에 주도한 채로 표준화를 병행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기업이 국제표준을 근거로 국내 산업계의 표준화와·산업화 노력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앞으로도 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박종화= 전통기술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수동적으로 표준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술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표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를 하지만 전력처럼 오래된 분야에 대해서는 직접 기술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과 연구원들의 어려움은 첫 번째로 원천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가 직접 나서서 기술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두 번째로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보니 기업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일상 업무 외의 일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회사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보는 인식이 요구된다.

김인현 대표=IT업계에서 우리는 후발주자다. 원천기술이 없는 기업에게 표준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원천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회사를 꾸려갈 것인가 분석해본 결과 표준만이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장활성화에 있어 표준의 역할은 매우 크다. 표준 자체를 가지고 간다면 시장점유율은 높아진다고 본다. 우리회사는 국내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데 올해는 30%까지 목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표준을 밀어붙이면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쪽에서 표준화된 것을 요구했다. 국제적으로도 표준화 된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한 계기가 됐다.

박상삼=시장에서는 특히 R&D가 활성화되지 않은 곳에서 표준이 더 중요하다. 표준이 기업의 R&D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김인현= 표준이란 무기를 가지고 간다면 시장선점에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전력산업의경우는 표준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황만한=전력산업이 표준화되기 어렵다는 부분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전력IT를 보면 기존 전통적인 전력부문에 IT기술을 접목해 송변전 기술, 배전 등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보면 WTO체재 하에서 유럽과 미국이 표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전력산업 기술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전력산업은 상당히 유망한 국제 표준화 정책 분야다. 우리도 많은 준비를 해서 대응을 해야 한다.

사회=표준에 대한 국내외 이슈와 쟁점을 짚어보자
 
박상삼 연구관=과거에는 하드웨어적 측면만을 중시했다. 제품위주로 표준이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글로벌 마켓이 일반화되면 서비스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도 표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소홀히했던 서비스나 문화적인 부분, 사회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은 노약자, 복지, 장례, 육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높이 인식하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력분야의 경우 지난해 PLC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전력산업분야도 IT와 접목하면 아직도 개척할 분야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분야는 RFID다.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데 앞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황만한=표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에 동의한다. ISO 9000부터 시작된 경영시스템에 관련된 표준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표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점차 커지고 국제표준이 다양화되고 있다. 표준의 외연이 확대됨에 따라 표준화 작업에 소비자를 비롯한 소비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미국의 단체표준도 국제표준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ASTM, ASME, IEEE 등은 이제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지위를 확보해 가고 있다.

박종화=선진국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표준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지금까지는 주로 제품의 특성과 성능, 안전에 관한 표준화가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세세한 부분까지 표준화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소프트웨어적이거나 시스템적인 부분을 표준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실질적표준(de Facto)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기술, 신제품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
 
사회=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박상삼= 전문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기업도 비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보고 배척하고 있어 안타깝다. 표준과 관련된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박종화= 많은 기업들이 단시간내에 그 효과를 내기 어려운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어렵고 또 여기에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술자들 스스로도 이러한 환경에서 표준화업무에 전력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표준화 업무에 훈련된 인력이 부족하다.
 
사회=우리나라가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가

박상삼=먼저 표준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표준전문가 육성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장기 비전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 국제회의에서 휴먼커넥션은 최소 7~8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속적으로 참여,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정부, 사회 전반에서 아웃 풋을 강조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표준 환경에 대한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가시적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표준 활동이 업무 실적으로 인정되는 인센티브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국가 표준과 관련된 기관들의 역향을 더 키울 것이 요구된다. 교수들 위주의 국제 표준화 활동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인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표준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가능성이 있는 주요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해야 한다. 또 표준관련 기관을 통해 표준 전문가의 표준화 노력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상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표준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실무자가 표준화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문호를 제공해야 한다.

박종화=기업도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자들이 표준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자에게나 기술자들에게 정량적이고 가시적인 표준화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주효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정책이나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기업이 표준화활동에 직접 참여해 기여하는 물꼬를 정부가 열어줘야 한다. 그리고 표준화관련기관과 전문가들이 효율적으로 네트워킹하는 여건 조성도 시급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표준 전문가 풀도 실질적으로 표준화에 기여할 인재가 선별적으로 뽑혀야 한다.

김인현=독자적인 기술 표준화 노력도 중요하나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본 산업과 관련한 각종기술을 패키지 형태의 표준으로 동시 다발적인 표준화 노력이 더 중요하다.

황만한= 표준의 영역이 확대되고, 표준의 이해당사자가 복잡해지고 있어 국제적으로 대체해야할 표준화 기구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정부의 힘만으로는 표준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기업 나아가서는 소비자를 비롯한 여러 이해 관계자가 표준화 작업에 참가해야 한다.

사회=표준을 만들어 규격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급하고 확산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도 요긴하다. 정부에서는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박상삼=민간의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민간이 표준안을 개발하고 이를 국가표준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표준개발협력기관 지정제도를 운영한다. 민간기관의 표준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표준이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작동하기 위해 우리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 표준협회도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표준협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보이는 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황만한=민간표준의 활성화를 담당하는 표준협회는 교육을 통해 표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기업에서 표준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에게 표준제정 능력과 국제표준에 대처 능력을 배양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미래 산업 기술 인력에게도 표준을 교육하고 표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협회, 진흥회, 협동조합, 포럼, 협의회 등의 사업자 단체가 중심으로 업종별 표준화를 더욱 활성화 시켜 나갈 계획이다.

사회=민간차원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인현=앞으로 표준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서비스는 시장에서 급격히 도태될 것이다. 신규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도 표준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걸로 본다. 이러한 여건을 놓고 볼 때  기업의 마인드가 바뀌어져야 한다. 각 기업은 신규제품. 서비스 개발에 있어 관련 표준을 먼저 고려하는 습관을 키워야 할 것이다. 협력업체간에 관련표준을 공유하면서 효율성을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신규표준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 표준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표준원의 역할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그 위상이 낮다. 앞으로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종화=정부차원에서 준비하고 추진하는 여러 정책과 활동의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 따르고 동참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계획하고 추진하는 정책과 활동들의 당위성이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실증적 예시를 통해 민간부문을 이해시키는 유효한 홍보를 통해 적재적소에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