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경오 상무는 70년 영남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77년 현대중공업 입사 92년 현대중전기 생산관리부서장 95년 현대중공업 외주지원부서장 97년 현대중공업 부산지사장 2001년 현대중공업 영업담당이사 2005년 현대중공업 영업총괄상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일 수출 증가 고무적
매출 2조달성 ‘할수있다’ 전직원 자신감 넘쳐

“강도높은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내년도에는 해외 매출 점유율을 50%대로 끌어올려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 영업본부가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이후 2조원대 도약을 향한 수출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붙었다. 1조원 돌파는 석경오 영업담당 상무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숫자가 부여하는 상징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되었죠. 특히 기존 체제하의 제반 인프라를 다시 보완하고 재구축함으로써 2조원 매출 달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의미있는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출부분의 강세에 힘입어 1조원 시대를 연 전전시스템 영업본부는 올 들어서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전전시스템 영업본부의 ‘영업 성적표’를 매긴다면 A플러스를 줘도 무방할 것 같다. 상반기에 이미 연간 수주목표의  80%선을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대비 80% 신장세다.

더욱이 석 상무를 고무시키는 것은 외국제품에 상대적으로 배타적인 경향이 강한 유럽과 일본지역에서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들 시장에서의 수주 증가는 수출 청신호의 반증이다.

석 상무는 “이처럼 수출이 호조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오랜 기간 해외시장에서 쌓아온 현대중공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력이 밑바탕이 되었고 특히 미주지역의 설비 교체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4~5년은 지속될 것”이라는 석 상무는 “ 바닥을 기는 국내 경기가 다시 살아나 시설 투자가 늘어나면 향후 10년간은 매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경기가 살아나면 해외투자 여력도 생길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석 상무는 미국 유럽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역별로 타겟 고객과 제품을 선정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석 상무는 “ 특히 현지공장 제품을 활용해 시장을 공략하고 고객 서비스 체계를 확고히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주지역의 경우 변압기와 고압차단기가 ‘간판 타자’로 등장, 맹활약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저압차단기와 소형모터 등 단품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구라파와 중동, 동남아에서는 각각 변압기, 고압차단기, 배전반 위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석 상무는 앞으로 거점별 특화 전략과 함께 품목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초고압변압기와 전동기 위주의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미주지역의 경우 138KV급 초고압차단기와 중저압차단기, 220KV이상 급 초고압차단기와 배전반 전력전자 제품을 장단기로 나눠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성장동력 역할을 할 신재생에너지분야 등 신규사업을 조기에 정착하는 것도 석 상무가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유의미한 매출 성과를 올렸다. 스페인 태양광 발전업체에 독자 브랜드인 태양광 발전 묘듈 4종을 1000만 달러에 공급키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스페인 수출로 태양광 발전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등과도 수출협상을 진행 중에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 동종 선진기업과 비교할 때 품질은 동급수준이고 가격은 오히려 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 가격만 놓고 볼 때는 중국 인도 남미지역의 후발기업에게 밀리지만 고품질을 무기로 고객을 설득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해외시장에서 차별화된 가격과 높은 품질 경쟁력을 내세워 유수의 중전기기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석 상무가 경쟁 상대로 여기는 기업은 ABB, 지멘스, 아레바 등이 꼽힌다. 전력변압기의 경우 확고부동한 선두그룹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석 상무는 현대하면 자동차를 떠올리는 것처럼 변압기를 자동차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유럽시장을 공략할 복안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선진기업이 현대중공업의 저력이 두려워 기술이전을 꺼렸기 때문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2000년 이후 기술연구소의 기반 기술 확보 노력과 사업본부의 응용기술 개발 투자 확대로 선진 메이커와의 기술수준 차이가 좁혀지면서 사업성장의 토대가 구축됐습니다. 2010년에는 반드시 글로벌 탑 5에 진입할 것 입니다”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세계시장을 누비는 오늘이 있기까지 숱한 우여곡절과 힘들고 긴 고난의 연속이었다. 현대중공업은 80년도에 신군부가 단행한 ‘중화학 투자조정’ 조치로 인해 ‘박해’를 받았다. 내수 시장에서 판로가 막힌 현대중공업은 선택의 여지없이 해외시장에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높은 파고가 몰아치는 망망대해로 내몰린 셈이다.

당연히 10여년간 적자에 허덕였다. 86년도에는 경영악화로 긴축경영이 불가피해 인력을 4분의 1로 줄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악조건에서도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이제는 세계적인 중전기 메이커와 어깨를 겨루며 국제적인 종합 중전기 메이커로 우뚝 섰다.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로 인해 순탄치 않은 많은 우여곡절과 고통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날 현대중공업이 해외시장을 주도하는 데 좋은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생각 합니다”
석 상무는 정부가 기초기술에 대한 개발정책을 좀더 강도 높게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국내의 이론적 바탕과 기반기술이 취약해 도움을 받으려 해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석 상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기업과 공동으로 기초기술에 대한 개발 드리이브를 강하게 걸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만 보고 뛰어왔다는 석 상무.

 ‘영업의 왕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제사회의 변화를 읽어내고 미래예측에 기초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며 항상 고객의 마음속에서 시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