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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기술, 새로운 가치 창출 위한 도전은 계속돼야”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특별 기고<원자력연구개발 60년 성과와 미래 비전>
2019년 05월 26일 (일) 07:10:56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앞만 보고 달려오던 전진적 관습서 벗어나
‘안전’‘혁신’ 등 그간 조명하지 않았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찰 통해 새 시대가 요구하는
원자력의 새로운 역할을 다짐해야 할 때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10진법은 전세계의 인류가 널리 사용하며 잘 알려져 있지만 고대에 수학이 발달한 바빌로니아에서는 60진법을 썼다. 현재에도 시간, 방위에는 60진법이 남아있는 이유이다. 중국에서 비롯된 60갑자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원자력이 60년의 해를 지났다. 
  60년전 자원도 없고 전쟁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가난한 한 나라는 당시의 선진국의 특권이던 원자력을 꿈꾸었다. 원자력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길로 보고 1956년에는 정부에 원자력을 담당하는 부서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1959년에는 원자력원을 설립하고 원자력위원회와 원자력연구소를 두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미국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TRIGA MARK-II는 미국의 무상 원조와 우리나라의 재원으로 건설되게 된다.   
  1962년 연구로의 가동과 함께 수행된 원자력 이용개발은 원자력 태동기인 60년대에 물리학, 화학, 생물학, 원자로공학, 전자공학, 보건물리학, 의학 및 농학 분야의 연구를 착수하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으로 본격화 된다. 고리1호기는 턴키 방식으로 미국의 원자로를 도입한 것으로 1971년 착공하여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하게 된다. 이 사업은 당시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5%에 해당하는 사업비를 투입하는 1970년대의 역사상 최대 국책 프로젝트로 국내 전력설비의 1/10의 차지하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통해 에너지자립에 기여하였고 이후에 추진한 기술자립을 통하여 한국형 원전인 OPR1000, AR1400, APR+ 등을 개발의 기반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현재 23기의 원전을 운전하는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으로 OECD 국가중 가장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1970년대는 원자력이용개발의 기반조성기로 정부는 ‘원자력연구개발이용 장기계획’으로 발전용원자로연구개발, 핵연료기술개발,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의 산업적 이용연구, 종합에너지조사 및 환경과학연구를 중점연구 분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원자로의 설계, 핵연료주기기술 개발을 추진하게 되어 핵연료주기기술에 관련된 핵연료가공·재처리기술, 방사성폐기물처리기술 연구 등을 추진하는 한편, 연구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과 협력을 추진했다. 본격적인 원자력발전시대를 열기 위한 토대를 닦은 시기이다.
  우리나라가 원전 운영국이 된 1980년대는 원자력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과 함께 원전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핵연료의 국산화와 발전로의 계통 설계의 기술자립을 이룩하게 된다. 국산화 기술은 원전 건설과 운영에 바로 적용되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원전 운영국이 되는데 바탕이 된다. 1980년대에 시작된 경수로와 중수로 핵연료 국산화 사업과 원자로계통 설계기술 자립 성공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중장기 원자력 연구개발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1992년부터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을 국가 차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연구개발의 주요 성과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원자력을 시작한 연구용 원자로 분야에서는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자력 설계·건설(1995)하고 의학적 이용이 가능한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상과 함께 중성자 산란장치 등 과학적 진보를 가능하게 한 다양한 이용 시설과 기술을 개발하였다.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는 개량핵연료 분말 개발(1999)과 고밀도 저농축우라늄 핵연료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 U-Mo 판형핵연료 시작품을 개발(2015)하였다. 연구용 원자로 자력 건설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 원자로인 요르단연구용원자로(Jordan Research and Training Reactor: JRTR)를 성공적으로 건설(2017)하고 첫 시험 생산한 의료용 동위원소 현지 병원에 공급 인도하였고 네덜란드 연구로(HOR)의 연구시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장치, 동위원소 추적자 관련 장비 등을 세계 10여국 수출하였다.
  원전 기술 자립 계획을 시발점으로 하여 중수로 핵연료 국산화(1987), 경수로 핵연료 국산화(1988)로 국내 가동 중인 모든 원전에 핵연료 양산 공급 체제를 구축하였고 한국표준형원전 개발(1996)로 한국표준형원전(KSNP, 현재 명칭 OPR1000)의 원자로계통 설계로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루었고 고성능 지르코늄 신합금 ‘HANA(하나) 피복관’ 독자 개발(2003)하였다. 원자력 미래 시장을 위한 기술로 3세대형 중소형 모듈형원자로 SMART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 획득(2012)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SMART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과 SMART 건설전설계(PPE: Pre Project Engineering) 사업 완료(2018)하였으며 미래형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로 순환형핵연료주기시스템과 원자력수소생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원전 안전성 향성 연구를 통하여 신형경수로 APR1400 신안전개념의 실증 인허가 지원(2002)으로 검증 실험 수행으로 중대사고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고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 ATLAS를 구축(2007)하여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고장을 실제 압력과 온도로 모의하고 OECD 원전 안전성 평가 및 향상을 위한 공동연구를 주관(2014)하였다. 원전 안전해석코드를 개발하여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 전산코드 KIRAP(1995), 원전 냉각계통 분석코드 ViSA(2004)를 수출하고 원전 실시간 모사 시뮬레이터를 IAEA 제공(2012)하였으며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원자로 안전계통'과 ‘안전등급 제어기기’(PLC)를 각각 공동개발한 기업에 이전(2010)하였다.
  방사선기술로 개발한 의약품과 건강 증진 식품을 상용화하여 주사용 신개념 간암 치료제 ‘밀리칸주’ 개발(국내 신약 3호, 방사성동위원소 신약 국내 1호 승인)(2001)와 소아암 치료용 희귀 방사성의약품 131I-mIBG을 공급(2018)하고 ‘헤모임’ 건강기능식품 면역기능개선 부분 제1호 인증(2006), 연구소기업 1호 자회사 콜마BNH 설립 기술 출자(2006)를 하고 수용성 프로폴리스 제조공법 개발 및 기술이전(2009)을 하였다. 기술개발을 통해 한빛레이저 등 24개 기업이 창업하여 대덕 원자력밸리 등에 입주하였고 4개 연구소기업을 설립하였고 창업보육센터 등을 통한 보육기업 중 매출 발생 기업은 25개사로 기업지원의 전체 규모를 보면 창업·연구소기업·보육기업 53개, 일자리 1,356명, 연 매출 5,512억원(‘17년 결산기준)에 달한다. 이와 함께 연구용원자로 외에도 양성자가속기, 싸이클로트론, 방사선조사시설 등 대형인프라시설의 운영을 통하여 국가 과학 발전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명실 공히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의 중심엔 원자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날, 원자력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인해 연구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원자력계는 유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웃나라인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줌과 함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일어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바람과 4차 산업으로 명명되는 기술 혁명의 도래 등은 지금껏 국가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대형 연구개 중심의 원자력 R&D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의 안전과 환경 중심의 미래 지향적 연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날 눈부신 성과를 뒤로 하고, 원자력 기술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성과와 발전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오던 전진적 관습에서 벗어나 ‘안전’, ‘혁신’ 등 그간 우리 사회가 조명하지 않았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통해 새 시대가 요구하는 원자력의 새로운 역할을 다짐해야 할 때이다.
  먼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과학기술로 거듭나고자 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제 정부와 대중이 요구하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R&D로의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원자력 연구개발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우리 연구원은 안전 한국이라는 오늘 날의 지향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원전 발생 폐기물의 안전 처분과 시설 내진 성능 강화, 방사능 방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으로 원자력 안전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사회현안 해결에 앞장서는 과학기술로 거듭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진, 미세먼지 등 과거에는 경험한 적 없는 여러 자연적, 환경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원자력 기술 연구의 최전선에 위치한 연구원을 비롯한 원자력계 유관 기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사용후핵연료의 이송 및 처분에 필요한 기술과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기술 개발 등은 원자력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생명공학 등 첨단 과학 분야 성과 창출에 힘씀으로써 원자력의 기술적 가치를 사회 발전에 환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끝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는 진취적인 과학기술로 거듭나고자 한다. 그동안 원자력 발전이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여 왔다면, 이제는 원전이 수출 효자상품이 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향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경쟁력의 국제적 우위를 지속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기술적 수요가 예상되는 대양(大洋)과 우주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을 진행하고, 연구개발에 돌입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원자력이 지나온 60년은 개발을 통한 성장의 시기였다면 현재부터 펼쳐질 미래는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원자력 연구개발은 깨끗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 생활하는 때가 온다면 원자력이 인류에 주는 혜택이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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