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다른 다양한 형태 국내외 위험 상존
‘미래 전력산업 발전방향’ 고민을 시작해야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황금돼지해라는 2019년이 1분기를 넘어 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 비하여 일부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력산업의 주변 환경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및 탈 원전의 이슈에 지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 먼지 대책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설정과 연관되어 논란의 중심으로 초점을 받고 있는 석탄 발전의 감축, 1분기 한전의 적자 등이 더해져 더욱 복잡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력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급은 매우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 여름 111년만의 폭염에도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을 하였다는 점은 위안의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만약, 공급마저 불안정하였다면 전력산업계는 빠져 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을 것이고, 모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최근 올해 1분기의 원전 이용률이 75.8%로 발표되었다. 이는 지난 해 동기 54.9%, 지난 해 평균 65.9%보다 상당 수준 높아졌다. 2015년 85.3%, 2016년 79.7% 보다는 낮지만, 2017년 71.2% 보다는 높다. 원전 부품 비리가 발생한 2013년의 이용률인 75.5% 수준이다. 원전이 일정 수준의 이용률을 확보하는 것은 한전과 한수원의 수익성에 도움을 주며, 최종적으로 소비자 전기요금의 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한전의 전력 구입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원전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원자력 안전을 해하는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원전의 이용률 혹은 경제성을 낮추기 위하여 원자력 안전 규제를 남발하는 것도 법적 문제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즉, 독립적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 규제의 결정에 따른 결과가 이용률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안전 규제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의사 결정과 관련된 직간접 모든 자료는 보관되어야 하고, 가능한 최대 범위에서 일반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비용이나 전기요금을 담보로 안전이 거래되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배상 및 복구비용이 사고 초기 50조원 수준에서 2016년 220조원까지 증가하였고, 향후 얼마나 더 증가할지는 예측조차 힘든 상황을 기억하여야 한다.

한편, 운영허가를 받은 1.4GW의 신고리 4호기가 올해 상업운전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운영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신한울 1,2호기(총 2.8GW)가 올해 혹은 내년에 상업운전이 될 경우 원전 용량 4.2GW 순수하게 증가되어 공급력 확충과 발전비용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등도 2023년 정도까지 준공할 것이므로 원전의 발전량과 비중은 2023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안전 규제가 동일한 원칙아래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원자력 발전 사업을 수행하는 한수원을 한전 자회사의 형태를 지속할 것인지, 혹은 완전한 독립 공기업으로 변화가 필요한 지 등에 대해서는 향후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물론 이 들은 각기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발전과 판매가 간접적으로 통합되어 있으므로 재무적 위험 관리가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발전의 재무적 손실은 판매로, 판매의 손실은 발전으로 이전이 가능(물론, 수익의 이전도 동일하게 가능)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적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한전과 정부가 사고에 대하여 보증을 하고 있으므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매우 용이하다. 또한, 원전은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하여 765kV 또는 HVDC와 같은 송전선로의 건설이 필수적이며 현재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송전망 건설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현 구조의 가장 큰 단점은 동경전력이 경험한 바와 같이, 확률은 매우 낮지만 물리적인 원자력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 위험이 서로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비단 국내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원자력 발전 사업 등도 궁극적으로 두 회사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설, 운용 및 사후 관리 기간이 매우 긴 원자력과 화력발전 사업에 대하여 많은 해외 전력회사들이 직접 수행하기보다 제3의 발전사업자를 선정하여 운용, 보수, 폐로 및 폐지를 전담케 하는 이유의 일부를 위험 관리의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방식이 우리나라 전력사업과 원자력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고민은 시작해 봐야 한다.

과거에 비하여 다양한 형태의 국내외 위험이 상존하는 현재, 미래 전력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