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함정에 빠졌어.” 

“이건 굉장한 기술이니까 원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야” 1999년 8월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스티븐 스나이더는 자신이 다니던 RPS社의 영업비밀을 절취한 뒤 네바다에 사는 친구 렉터에게 전화를 건다. RPS社는 의약품·화장품·약물전달시스템 등의 분야 선두기업으로 첨단 기술을 보유한 유수기업. 스티븐은 이 회사에서 빼돌린 페인트볼 컬러제조비법 65건과 젤라틴제조비법 108건, 실험 데이터 등이 담긴 바인더를 렉터에게 우편으로 보낸다.

렉터는 조심스럽게 구매자를 물색했다. 하지만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는 아주 절실한 기술이었지만 막상 구매자를 구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어렵사리 미시간주 킹스포드에 있는 넬슨페인트볼社의 생산담당 매니저와 선을 대는데 성공한 그는 젤라틴제조비법을 넘겨주는 대가로 5만 달러를 요구했다. 매니저는 못 믿겠다는 투로 확실한 증거자료를 확인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뜸을 들였다. 렉터는 매니저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관련서류 몇 장을 팩스로 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매니저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2만5천 달러를 줄테니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다 넘기라는 것이었다. 렉터로서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액수였지만 자료를 가지고 있어봤자 자기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기에 매니저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

렉터는 스티븐이 보낸 바인더를 가방에 넣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은밀한 일을 하는 만큼 긴장되고 떨렸다. 매니저 대신 약속장소로 나온 넬슨페인트볼社 직원은 바인더의 내용을 확인한 후 매우 만족해하며 약속된 돈을 렉터에게 주었다. 거래를 끝내고 렉터가 문을 나서려는 순간 건장한 남성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을 경제스파이법 위반혐의로 체포합니다” 당황한 렉터는 안에 남아있던 넬슨페인트볼社 직원에게 눈을 돌렸다. 그때까지도 렉터는 그를 넬슨페인트볼社 직원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은 함정수사에 걸려든 거야. 나는 넬슨페인트볼社의 신고를 받고, 그 회사 직원으로 위장한 FBI 요원이고. 우리가 만난 모든 과정은 몰래카메라로 촬영되었으니 혐의를 부정할 생각은 마시오”

같은 시각, 플로리다에서는 스티븐 스나이더가 FBI에 의해 전격 체포되고 있었다. 렉터와 스티븐은 영업비밀 절취 및 영업비밀의 불법이송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렉터는 14개월간의 구금형(7개월간의 공공교정센터 봉사 포함)과 2년간의 보호관찰을, 스티븐은 10개월간의 구금(5개월간의 공공교정센터 봉사 포함), 2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미국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방첩공동체’
미국은 자국의 경제·군사력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첨단기술의 불법적인 유출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주요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방첩공동체(Counter Intelligence Community)를 운용하고 있다. 다음은 방첩공동체의 주요기관과 활동내용이다.

▶국방성산하 방첩팀(CIFA : The Counterintelligence Field Activity) CIFA는 ‘연구·기술보호전담부서(RTP)’를 운영하면서 국방부나 다른 정부기관에 ‘중요기술유출위험평갗등 방첩정보를 제공한다. RTP의 보고서는 특히 연구결과·첨단기술·프로그램·시설 등 미국의 국가안보상 중요기술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방위협경감국(DTRA : The 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 DTRA는 방첩·보안인력을 투입, 기술시험 및 평가 등을 전담하도록 하며 기술개발 구상부터 구현까지 全단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DTRA 산하 시험부서에서 주관하는 브리핑에도 인력을 투입, 방첩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민감한 기술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경우 부주의한 기술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들을 강구하며 신기술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정부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국방보안국(DSS : The Defense Security Service) DSS는 미국 전역의 보호대상기관에 위해·방첩정보를 제공하는 등 국가산업보안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왔다. 해당 기관들로부터 보고되는 정보에 근거하여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위협을 추적,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러 지역의 기관 간 업무협력공동체를 운영·지원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 The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는 방첩국 산하에 경제스파이 대응전담조직을 편성, 외국기관원에 의한 영업비밀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특정 위해정보를 민·관에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의 경제스파이행위에 관한 교육용 영상물도 제작하였고, 영업비밀 절취에 관한 신고전화를 개설했다. 인프라가드(InfraGard)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민간기업과 협력체를 구성하여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악의적인 활동을 막기 위해 각종 정보 및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지리정보국(NGA : The 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 NGA는 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기술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민감한 기술과 연구과제 등을 선별, 위협요소를 다각적으로 평가, 방첩관련 지원계획 등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기술유출 및 외국의 기술절취기도에 대응하기 위해 방첩담당직원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왔다. 외국인을 초청한 직원 및 컨퍼런스·무역전시·심포지엄·에어쇼 등에 참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보안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첨단기술평가보고서’ 및 ‘기술평가통제계획’을 작성, ‘새로운 기술’이 지리정보국 내의 절차에 빠르고 안전하게 편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정찰국(NRO : The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NRO는 수행중인 작전·정보시스템 및 직원 등을 대상으로 스파이활동 적발능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외국 정보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방첩담당부서는 현재의 위협정보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공지하고 개인·기관을 대상으로 메일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관기관 및 보안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CINet이라는 유관기관 간 전산망을 확보, 정보보고를 받음과 아울러 정부기관 보안담당자 등에게 위해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자들의 방첩서비스 관련 요구사항을 수렴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