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금융사기단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황당한 사기사건은 방심과 순간의 판단 착오로 자기도 모르게 말려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는 입찰수주와 무역거래, 투자, 대출을 미끼로 한 사기수법과 그 대응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 입찰 수주 사기
입찰사기의 경우 ‘천문학적인 입찰 금액제시, 고위층 측근이나 친척임을 강조, 비밀표식이 있는 정부기관 레터헤드용지를 위조해 사용, 연락처로 휴대폰번호 제시, 증빙서류 등을 팩스·이메일 등으로 쉽게 송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3월 ○○산업 대표 S는 대만총통의 ‘아태지역 고문’이라는 한국인 K로부터 대만정부가 발주한 수십조 원 규모의 대형공사에 공동으로 입찰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S는 대만 기업의 대리인인 K가 한국인이고 대만 정부의 중요직책을 맡고 있어 수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S는 K의 주선으로 대만 측 대행사 대표인 M과 300만 달러에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수차례에 걸쳐 송금을 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공사를 발주한 사실이 없었다. 대만 당국이 사기범들을 체포해 조사한 결과 K는 한국인을 유인하기 위해 고용된 자였으며 피해금액을 환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 무역거래 빙자 사기
전혀 모르는 해외 기업으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수입하겠다는 제의를 받으면 사기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무역거래를 빙자한 사기범들은 휴대폰, 컴퓨터 등 단위가격이 높은 물품의 대규모 거래를 제안하며 정부기관의 샘플검사 등의 이유로 사전 샘플을 요구, 사취하는 수법을 주로 쓴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사는 카메룬의 C사로부터 정부에 납품할 휴대폰 1,4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하겠다는 이메일을 접수했다.
○○사는 아프리카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적극적인 교섭에 나섰다. 그러자 C사는 납품물품 등록비용으로 5,000 달러를 요청하였고 ○○사는 아무런 의심없이 송금해 주었다. 그런데 C사가 선적에 앞서 세관통과절차비용을 또다시 요청해 오자 사기로 의심하며 거래일을 조금 늦추자 연락이 두절됐다.

☞국내 투자·대출 사기
외국은행의 대출과 투자유치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절차와 노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다. 일면식도 없는 외국은행에서 또는 그 대리인이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대출해 주겠다고 제의해 온다면 사기라고 간주,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2월 해양플랜트 제작업체 K대표는 자칭 美CIA 동아시아담당관이라는 한국인 H로부터 CIA가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 30조원으로 한국에 펀드회사를 설립, 투자할 계획이라며 투자 참여 요청을 받았다. K는 H가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큰 의심없이 리베이트 및 활동비 명목으로 19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H는 이미 한 조선업체에 도 같은 방법으로 피해를 입힌 바 있는 전형적인 사기꾼이었음이 밝혀졌고 결국 K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파산하고 말았다.
섬유회사 K사장은 베냉공화국 펀드투자가 S로부터 베냉은행에 예치돼 있는 1,300만 달러를 한국에 투자할 계획인데 투자처 물색과 자금인출에 도움을 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이메일로 받았다. 이에 K는 투자금을 자신이 직접 활용할 목적으로 자금인출에 필요한 서류 발급비용 및 활동비 명목으로 6만 7,000달러를 송금하했으나 이후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 특혜성 제안은 사기다
국제금융사기단은 아프리카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미국·한국 등 지역을 불문하고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신종 사기수법을 개발, 끊임없이 범행을 시도하며 나날이 새로운 수법을 쓰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피해자들이 수치심과 범죄조직의 보복 등을 우려, 신고를 기피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기조직들에 의해 발송되는 이메일 중 당국에 신고 되는 건수는 전체 0.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최근에는 국제금융사기단이 국내 범죄단체와 연계하거나 교포들을 고용하여 범행을 시도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우선 사기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이 요구된다.
정상적인 절차나 방법을 무시한 일확천금이나 불로소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기관을 사칭하거나 고위층·유력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거액 투자나 대출, 금융거래 등 특혜성 제안,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는 것은 일단 사기로 봐도 무방하다.

☞ 안 속는 것이 최상의 대응책
나이지리아 선불사기는 처음에는 소액을 요구하다가 점점 요구액을 높인다. 어떤 이유로든 돈을 미리 지불하거나 신용거래를 확대하는 순간 사기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무역사기단은 대규모 거래를 제안하며 샘플 등을 우선 요구하는데 대금을 받기 전 샘플을 미리 보내지 않으면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사기단의 방문 초청에 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의심하는 기색이 보이면 사기범들은 신뢰감을 주기 위해 현지 방문을 유도하고 현지에서 현물을 보여주거나 공장 견학, 브로커를 내세워 정상적인 거래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지를 방문할 경우 사기조직에게 돈을 강탈당하고 폭행당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 해당국 정부 도움 안 된다
나이지리아 등 해당국 정부도 금융사기 척결을 위해 특별법안 제정, 상설 전담기구 설치 등 나름대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국제사기범죄를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피해를 입고 현지 당국에 신고를 해도 유령회사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사기범들을 추적하기란 사실상 어렵고 치안당국도 소극적이어서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비공식적인 채널로 금품 등을 지불할 경우 ‘뇌물증여’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설사 사기범을 검거해도 피해자가 해당국을 방문, 피해사실을 진술해야 하고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보상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은 물론 금전적 손해도 감수해야한다.
해외에서 사기피해를 당하거나 의심이 가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재국 우리 공관에 신고하고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커미션을 제공하겠다는 제의 등을 받을 경우에는 일단 금융사기로 판단하여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로 문의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