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祈禱)는 신이나 부처 등과 같은 종교적 대상과의 소통·교제·회화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신앙자에 대한 대화자로서의 신은 초월적 존재이기는 하나, 주관적으로는 신앙자의 의식(意識)에 내재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는 통화·회화가 아니라, 신앙자의 독백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며 말하자면 신적인 대상에 대한 일종의 호소(呼訴)이다.

종교의례(儀禮)로서는 공희(供犧:신에게 희생물을 바침)나 성찬(聖餐)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들이 직접적으로 물질을 매개로 하는데 대하여 기도는 성도 혹은 송도(誦禱)이든 염도(念禱:묵도)이든 어느 것이나 심적인 의례(儀禮)로서 그 형식은 구두의례(口頭儀禮)나 언어의례에 속한다.

기도의 동기나 내용에 의한 종류를 보면, 강제의 기도·교환(交換)의 기도·청원(請願)의 기도·감상의 기도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도와 주문(呪文)의 관계를 보면, 기도를 실리적 효과를 기원하는 뜻으로 한다면, 주문은 다분히 주술적인 의미가 포함되게 된다. 주술적 기도의 방법에서는 영적 존재를 강제하는 수단이 취해지는 수가 있지만, 그러나 강제는 하지 않되 기도의 말씀에는 주력(呪力)이 발견되고 있다.

주술의 힘, 주력(呪力)을 수반하는 말씀은 일반적으로 주문(呪文)이라고 불린다. 이깉은 주문과 기도의 유사(類似)한 점과 차이에 대해서는 학설적으로 보아 여러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주문은 주술적 행위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사실상 강제적 행위이다. 하지만 이것에 실패하면 주술적이고 강제적인 효과에 대한 불신이 일어나고, 강제가 희망에로 진화하고 동시에 주문은 기도로 된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진화주의적 입장의 인류학자라든가 민속학자 가운데는 이와 같은 견해를 말하는 학자가 적지 않지만, 이에는 많은 이론(異論)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주문이 기도보다 앞서 간다고 하는 사실과 주문이 기도로 되는 일과는 별문제라고 단정 지었다. 또 기도로부터 주문으로 전개(展開)되는 수도 있으므로 양자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원시종교에 있어서의 기도는 특정한 예배 형식은 아니고, 위험한 순간에 정령(精靈)에게 애소(哀訴)한 것이라고 한다. 주문과 기도의 차이는 명확하지 않고 양자가 함께 행해지는 것은 고대 종교에서도 비일비재했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종교에서는, 한편에서 죄를 고백하는 정신적 태도가 있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주문이 신(神)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근대사회의 종교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드물지 않다. 미국의 철학자·심리학자 제임스(William James;1842~1910)는 ‘종교적 경험의 제상(諸相)’에서 주장하였다. 기도는 일종의 인간의 활동인 것으로서, 이것에 의해서만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다. 도덕이나 예술과 종교가 다른 점은 이 기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종교현상에 있어서 기도의 의미는 깊지만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주관적 가치로서 한정하여 규정짓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미개사회에 있어서의 주문의 주술적 효과와 결정적인 차이는 없다고 한다. 현대의 대부분의 종교에서도 주술적 형식을 갖는 것이 없다고는 잘라서 말할 수 없다.

기도에는 구두로 발성 외에도 흔히 신체적 자세나 동작이 따른다. 폐안(閉眼)·궤좌(꿇어 앉음)·평복(平伏)·합장(合掌:두 손바닥을 마주 합침) 등 기타 여러 가지 동작이 있다. 특정한 교단(敎團)이 인정하는 일정한 형식도 있다. 다른 종교 의례(儀禮)와 마찬가지로 신앙자의 마음의 외침도 형식화되며, 의례화되어 가는 추세인 것 같다.

염주(念珠) 등과 같은 기도를 위한 용구도 쓰인다. 그러나 기도할 때의 신체적 동작에 대해서, 민속학자 가운데는 그것이 종교적 수행(修行) 특히 고행(苦行)의 영향에 의해서 형성됐다고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평복을 복종·무저항의 자세이며 동시에 지하세계에 대한 신앙에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각 종교에 있어서의 기도를 살펴보면, 우선 기독교는 기독교에서의 기도는, 말하자면 종교적 의무이며 매우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다. 신에의 감사·찬탄(讚嘆)·고백·희구(希求) 등을 내용으로 하나, 카톨릭은 마땅한 기도나 장소나 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기도문은 정해져 있으므로 개신교에 비교하면 다분히 의례적(儀禮的)인 경향을 지닌다.

그러나 교리적으로나 개인적인 기도는 일종의 일과이기는 하나 규칙은 아니며 그렇다고 실행치 않으면 죄가 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복음서는 예수의 기도에 대해서 많이 기록되어 있다. 기독교의 기도의 대표적인 것은 누가 뭐라해도 <주기도문>이다. 《구약성서》에서 보게 되는 기도가 물질적 요구를 주로 하고 있음에 비하여 《신약성서》의 그것은 다분히 정신적이다.

원초적(原初的)으로 기도에는 공양으로 바치는 희생, 곧 공희(供犧)가 결부돼 있었다고 한다. 구약시대, 신성한 전당 곧 예배당이나 성당 같은 성전(聖殿)이 마련되기까지는 사람들은 산정(山頂)이나 옥상(屋上)에서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하루에 3회나 7회의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기독교의 기도는 그리스도를 매개(媒介)로 해서 하나님에게 빌지만, 신의 의지를 움직이기 위한 것이 아니란 점에 특색이 있다.

기도의 심리적 효과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기도는 말씀으로써 신을 찬미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 표현이 형식화하고 신앙자가 그 의미를 이해치 못하고 사용하면 기도는 주술적으로 된다. 집단적이고 의례적(儀禮的) 기도에는 그 같은 성격이 다분히 나타난다.

어찌해서 사람은 비는가라는 점에 관해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래야 않을 수 없는 욕구(欲求)에서부터 라는 설명도 있지만, 특히 서구에서는 유아기(幼兒期 )로 부터의 습관에 의하여 생활화하는 수가 많다고 한다.

그것은 식사의 전후라든가 취침 전에 행하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 습관은 기원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종교적 태도를 형성한다. 지금까지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빌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빈다>와 <신이 들어 주시니까 빈다>라는 2종의 태도가 있다.

그러나 신이 들어 주시지 않으면 기도는 중지돼버리고 만다. 기도에의 회의(懷疑)는 불안의 청년기에 나타나기 쉽다. 기도의 심리적 효과는 신과의 소통과 융합에 의해서 의식(意識)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불안이 평안으로, 비애가 희열로 변한다. 이 변화는 자기암시에 기초를 둔다고 설명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특히 염도(念禱)나 명상에 의한 경우엔 기도라고 하는 행동의 결과는 신인합일적(神人合一的)인 신비체험에 가까운 것으로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비주의자는 일종의 기도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기도의 효과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인정됐으나, 그 심리학적 설명에는 아직까지도 각인각색이다. 제임즈는 기도를 집단적 의례의 부가물(附加物 )로서 거기에 주력(呪力)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신경과 의사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 등은 양친에의 의존과 쾌락의 원리로부터 기도는 유아(幼兒)의 심리와 같은 것으로서 해석하였다. 기도는 ‘신명에게 빎’ 즉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빎, 기구(祈求)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