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열 전 하나검사기술 고리사업소 노조위원장이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철회 및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선광원자력안전이 개별동의를 받지 않은 허위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허재열 전 하나검사기술 고리사업소 노동조합 위원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

선광원자력안전과 고용승계를 마친 A씨는 최근 “2월 7일 적격심사 서류제출 마감전까지 선광원자력안전으로부터 고용계약에 관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나중에 사업소장에게 제출한 고용계약서가 적격심사 서류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허재열 위원장은 지난 2월 11일 한수원 감사실에 방사선 안전관리 용역입찰의 적격심사 과정에서 허위근로계약서를 제출했지만 한수원이 이를 알고도 계약을 강행했다고 민원을 제기한바 있다. 2월 21일에는 같은 내용을 감사원에 제기했다.

허 위원장이 감사원에 제출한 관련 민원은 산자부를 거쳐 16일 한수원 감사실로 이첩됐다. 이에 대해 한수원 감사실 관계자는 “조사를 벌이겠지만 2월 11일 제출한 민원과 동일하기 때문에 3월 2일 민원인에 회신한 내용대로 한수원 적격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관련 내용은 한수원이 이미 적격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민원인이 사법기관에 고발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법적으로 소송을 진행해 시비를 가려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허 위원장 등은 고리원자력본부 정문앞에서 부당노동행위 철회 및 민주노조 사수 등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 위원장은 선광원자력안전이 이미 2월 15일 노조를 결성, 현재 고리에는 2개의 노조가 존재하는 셈이라며 선광원자력안전측에 의해 만들어진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조 조합간부라는 이유로 고용승계가 배제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1월 31일 고리원자력본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선광원자력안전은 당시 용역을 수행하고 있던 하나검사기술 직원들과의 고용승계를 추진하면서 협상 대표로 위임된 하나검사기술 노조와 협상을 벌였다.

고용승계를 위한 협상과정에서 하나검사기술 직원들은 노조에 자필사인이 첨부된 근로계약서를 위임했다. 기존 관례에 따라 협상이 타결되면 이 근로계약서를 선광원자력안전측에 넘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적격심사 서류제출 마감일 하루전인 2월 6일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선광원자력안전은 하나검사기술 직원들과 개별접촉을 벌여 99명의 근로계약서가 첨부된 적격심사 서류를 2월 7일 한수원에 제출한 바 있다.

선광원자력안전 관계자는 “130여명의 현장인력 중에 80%인 88명만을 적격심사 때 제출하면 되는데 99명이나 제출했다”며 “개별접촉을 벌여 근로계약에 동의를 구한 하나검사기술 소속 인력은 58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허 위원장은 하나검사기술 소속 58명의 인력중에 “일부는 인터넷과 유선상으로 동의를 구하고 일부는 전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광원자력안전이 임의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허재열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12일 하나검사기술 고리사업소장의 지시하에 20명의 간부들 모두가 2월 6일자로 소급된 근로계약서에 자필 사인을 했고 나머지 인력은 선광원자력안전이 직접 개별적으로 만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이는 명백히 불법을 감추기 위한 것인데 이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 두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허위 근로계약서라는 주장에 대해 선광원자력안전 관계자는 “직원 3~4명이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하나검사기술 소속 직원들과 개별협상을 벌였다”며 “동의를 구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와의 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노조에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 아니었겠느냐”며 “그래서 일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감사실 관계자도 “간부들과 노조원들이 작성했다는 확인서를 요구했지만 노조가 거부했다”며 “노조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선광원자력안전이 제출한 적격심사 서류에는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전기술처 관계자는 “이번 입찰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진행을 위해 많은 관계자가 노력을 해 왔다”며 “적격심사 서류의 적합성이외에 근로계약서가 가짜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선광원자력안전은 2월 16일 하나검사기술 고리사업소 133명의 인력중에 허재열 위원장 등 노동조합 핵심인력 3명을 포함해 정년 등에 따른 개별적 이유로 계약을 포기한 5명 등 총 8명의 인력을 제외하고 125명과 고용승계 계약을 체결했다.

고용승계 체결 전에 만난 선광원자력안전 관계자는 “고용승계나 임금 등의 노조원의 권리와는 전혀 무관한, 회사가 정상적으로 제출한 서류를 음해한 노조의 핵심인력과는 고용승계를 체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