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인 일반연구원 전력경영연구소 전력산업연구그룹

지난 2월 2일,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제 1그룹(Work Group Ι)은 지구온난화를 과학적으로 분석·정리한 제4차 평가보고서 <기후변동 2007-자연과학의 논거>를 발표하였다.
130개국 2,5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보고서의 특징은 온난화의 원인이 인류에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미 발표 전부터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보고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교토협약에 불참한 국가들의 입지를 좁혀 온실가스감축에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할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스턴보고서(Stern Review)’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상당수 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의 위험성과 그 경제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지적하며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보고서의 요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비용과 온실가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경제적으로 비교하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늦더라도 현재시점에서부터 온난화에 대처하면 전 세계 GDP의 약 1% 비용만으로 파국을 막을 수 있으나 이를 방치할 경우 매년 세계 GDP의 5% 이상을 100년여 동안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상당수 학자들이 이 보고서가 온난화의 손실비용을 과대 추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과소 추정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의 차이가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입장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고서의 진실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지는 않는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존 보고서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른 논란의 소지를 보여 왔지만 이번에 발표된 IPCC의 4차보고서의 경우는 이 모두를 일축하고 있다. 다수의 과학자들이 참여해 까다로운 절차에 따라 확정하였기 때문에 내용이 보수적이고 엄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IPCC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온난화의 구체적 증거로 기온의 경우 1906~2006년 동안 0.74℃상승, 해수면은 1961~2003년 동안 매년 1.8mm씩 높아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온난화의 속도인데 특히 해수면의 경우 최근(1990년~2003년) 상승률이 연평균 3.1mm로 앞으로 발생할 온난화의 정도가 과거 100년 평균수준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21세기 기후변화 예상은 더욱 비관적이다. CO2예상배출량에 대한 시나리오별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21세기 동안 상승할 평균기온은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1.1~2.9℃, 최악의 시나리오는 2.4~6.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IPCC 제4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가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전하는 최종제언은 다음과 같다.

“온실가스가 대기에서 사라지는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배출된 그리고 앞으로 배출될 이산화탄소로 인해 적어도 100년 이상 기온 및 해수면 상승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메시지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이해관계만큼 복잡하고 다양하다. 최고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미국은 원칙적인 측면에서 동의와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에너지소비 체질 개선에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며 우리정부도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은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데 심지어 UN주도의 새로운  국제기후협약 체결의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정책은 전력산업에서 커다란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현재 전력부문에서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0%로 그 영향력이 상당하다.
따라서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가 직접적으로 시행될 경우 전력산업부문은 재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온실가스 규제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전원가로 반영되면 도매전력가격이 상승하여 전력구입비를 상승시키지만 소매가격은 규제되어 있어 판매를 담당하는 부문의 재무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온실가스 규제비용이 장기적으로는 전력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에너지, 특히 전력은 생산부문 전반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전력요금의 인상은 단일한 품목의 가격인상이 아닌 국민경제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나타난다. 결국 재화 및 서비스 전반의 원가가 상승하게 되면 소비자 경제가 감소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단기적으로는 경기불황,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정체 등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 유리한 협상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에너지 수급대책을 세우는 것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국가전체로는 저탄소형 에너지 산업구조를 향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하고 전력산업부문에서는 장기적 전원계획 수립 시 온실가스규제로 인한 비용구조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이산화탄소 저감은 기술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수단도 고려하는 등 온실가스규제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상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환경부문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오로지 비용으로만 인식되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Green is green”라는 말처럼 환경은 곧 돈이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환경은 공유지의 속성이 있기 때문에 몇몇 국가들의 참여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즉 환경에 대한 시장은 전 지구적인 규모란 뜻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모든 경쟁 국가들이 동일하게 감축해야하는 것이라면 보다 먼저 준비하여 에너지 체질개선을 이루어 낼 때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 많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온실가스가 전력산업에는 분명 위험요소이긴 하나 이제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 앞으로의 정책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할 때이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
- 전력경영연구소 전력산업연구그룹 일
   반연구원(현재)
   관심 분야 : 에너지경제, 환경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