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걸 일반연구원 <전력연구원 전력경영연구소 영업재무연구그룹> 필자 약력:인천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사/석사. 연구분야-요금제도 및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선연구

전통적으로 수직 독점적 체제를 유지해온 전력산업은 전력기술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공공부문의 규제완화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로부터 경쟁시장이 도입됐다.

1980년대 초반에 칠레에서 최초로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이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영국(‘89)과 미국(’97) 등의 많은 국가에서 전력산업에 대한 기능별 분할과 함께 경쟁시장이 도입됐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전력시장이 도입된 이후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나타났는데 캘리포니아 에너지위기(‘01)와 북미 대 정전(’03)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에너지위기 이후 일부 전력회사가 파산하고 전력거래소의 기능이 정지됐으며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써 시장참여자간의 장기계약을 통해 대부분의 전력이 거래되도록 했으며 시장운영자에 의해 운영되는 현물시장에서는 소규모의(전체거래량의 5%규모) 전력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에는 시장초기에 도입하였던 강제적 Pool제도에서 2001년도에 장기계약 위주의 NETA체제로 전환했으며 2005년도에는 스코트랜드 전력시장을 포함하는 BETTA체제로 변화했다. 이와 같이 전력시장은 각 국가나 경제적 특성에 적합한 체제로 진화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전력산업의 규모가 운영의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는 규모라는 연구결과와 한국전기연구소로부터 발단됐으며 구조개편의 사전검토를 위해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가 구성돼 2년간의 연구결과로써 ‘구조개편기본계획(1999)’이 수립됐다.

이에 따라 2002년도에 발전부문(6개 발전사)이 한전으로부터 분할됨으로써 제한적인 발전경쟁시장(CBP)이 도입됐고 민간 사업자에 대한 시장진입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송전망 사용에 대한 장벽을 없앴다.

CBP시장은 가격입찰제도가 아닌 용량입찰제도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로 전력을 거래하는 에너지시장과 설비용량에 대한 가치를 거래하는 용량시장으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다.

발전기별 변동비는 발전사업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회사들의 비용자료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자원배분의 차원에서는 경쟁시장이라고 볼 수 없으며 발전원별(일반/기저)로 차등된 시장가격을 적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시장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 지역별, 계시별 그리고 발전원별로 에너지 및 설비용량의 차등을 할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설비운영과 투자에 있어서 올바른 신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밖에도 CBP시장은 경쟁도입에 있어 다수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CBP시장에서 연간 19조원의 거래금액과 53만4,866GWh의 전력을 거래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이며 연간 8.4%의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시장운영에 대한 공정성 및 투명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시장운영규칙의 개정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전재돼야 한다.

이에 정부는 ‘변동비반영시장 평가진단 및 개선’용역을 수행, CBP시장에 대한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2006년12월에 1단계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했고 현재 2단계 시장운영규칙 개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1단계 개정사항은 단일에너지시장 도입, 기저발전에 대한 규제시장가격(RMP) 적용, 정적송전손실계수 적용, 용량가격 지급기준 개선 그리고 연료제약발전기의 처리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2단계 개선사항의 주요 내용은 지역별가격차등제도의 도입, 차액정산계약(V/C)도입 그리고 시장의 효율성제고를 위한 방안마련 등이다.

시장운영규칙 개정은 단순히 CBP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돼 있는 시장상황에서 최대한의 시장경쟁을 도입함으로써 에너지 및 발전설비용량의 정확한 시장 가치를 반영하여 지역별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발전비용을 저감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시장운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시장운영규칙의 개정을 위해 다수의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한 신중한 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환경을 고려한 장기적인 시장발전 로드맵 수립 및 공감대 형성
▲ 제도개선에 대한 정량적인 영향분석 및 시장참여자에 대한 재무적 위험감소 방안
▲ 시장에서 가격신호가 시장참여자의 투자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장구조의 설계
▲ 선진시장제도 도입 위한 인프라의 구축
▲ 소매전기요금과 도매전력시장가격과의 연계를 통한 합리적인 가격신호 제공

그러나 현실적으로 위의 모든 사항을 고려, 시장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시장을 개선해 나아가는 것이며 시장개선에 따른 영향의 분석이 다시 추후 시장개선에 피드백돼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개선의 영향은 단기적으로 시장가격의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설비투자와 관계되는 부분은 매우 장기적으로 그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시장개선으로의 반영이 필요한 것이다.

전력시장에서의 경쟁은 민간발전사업자의 적극적인 시장참여와 투자의 활성화와 함께 바람직한 국가차원의 규제가 이루어질 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시장진입 장벽을 없애고 시장참여자에 대한 위험(Risk)요소를 최소화시킴으로써 시장진입을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력시장운영규칙개정시에도 장기적으로 확실한 개선방향을 제시하면서 규제적 위험을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시장을 진화시켜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운영규칙 개정이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량적인 검토와 이 결과에 대한 시장참여자간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