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범 전력경영연구소 전력산업연구그룹 연구원

현재 사용되는 전력기술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1990년 초반부터 전 세계 전력산업 변화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전력시장자유화, 기후환경변화협약과 같은 환경규제 강화, 기술발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및 분산전원의 경제성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기술 개발과 전력산업의 여건변화는 전통적인 전력회사와 소비자간의 상호관계, 전력계통망의 기능과 역할에도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력은 다른 재화와 달리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이루어져 저장이 불가능한 특성을 가진다. 즉 발전과 동시에 송전망과 배전망을 거쳐 수용가(주택, 공장, 빌딩 등)에서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현재까지의 배전계통의 역할은 송전망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이를 관할지역 수용가에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전계통은 앞서 언급한 전력산업의 여건변화와 정보통신 및 전력전자 기술의 발달과 분산형전원(DER：Distributed Energy Resources)의 출현 그리고 수용가의 시장참여가 가능하게 돼 지역적 소규모 전력계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래의 배전계통은 단순히 전압감시, 신속한 선로고장 복구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의 개념이 아니라 송전망에서 이용하는 유연송전기술(FACTS:Flexible AC Transmission System)과 같은 전력전자기술을 이용한 전압제어, 주파수제어, 분산전원들의 발전량 최적배분, 선로자동화(고장구간 최소화, 부하평준화를 위한 선로 최적재배치 등의 기능추가) 및 배전용변전소감시, 그리고 IT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가격정보제공 및 원격검침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하나의 독립된 소형 전력공급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미래형 배전계통으로 발전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장거리송전망의 손실과 계통혼잡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송전계통운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압제어, 부하추종(주파수제어)과 같은 계통운영보조서비스를 배전계통에서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해외 전력시장에서 발생한 광역정전사태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송전계통에서의 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지역별로 일어났을 때 전력공급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지역은 광역정전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은 송전망계통에서 배전망을 분리하여 분산전원을 이용, 독립적인 배전계통운전을 시행한다면 전력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전력계통에서는 수요가 줄어들어 정상상태로의 복귀가 용이할 것이고 독립적인 운전이 가능한 배전망에 연결된 수용가는 정전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소비자의 전력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도매가격의 변화가 소매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재 국내전력시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우나 변화하는 시장여건고려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예견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전력망은 규모에 의해 경쟁력이 좌우되는 ‘규모의 경제’에서 네트워크의 유용성에 따라 가치(Value)가 결정되는 ‘네트워크 경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해외 선진국과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개발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우리의 배전계통시스템도 독립운영이 가능한 소규모 전력공급시스템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시장제도 변화 등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우선되어야할 것이지만 그 보다 미래를 인식하는 안목과 미래형 배전계통의 효율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약력: 고려대학교 전기공학 학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