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협력업체 가운데 연간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 중견협력업체가 계약된 제품을 납품하면서 규격인정 품목이 아닌 부품을 납품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 지적됨으로써 한전의 납품업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이 업체에 대해 부당 취득금 회수에 나선 한전은 이 업체가 수억원의 취득금 회수를 하지 않아 다른 품목의 부품을 납품받아 상계 처리하는 방법으로 부당 취득금 전액을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관계자는 부당 취득금을 환불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소송까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진행되는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사건의 발단은 이 업체가 지난 2005년 11월 규격인정 품목을 한전의 변경승인 없이 수입 또는 제조, 납품하는 등 부당이익을 챙겨오다 다른 중소기업의 민원제기로 조사가 시작됐다.

특히 이 업체와 거래해 오다 이번에 민원을 제기한 업체는 발주한 물품을 찾아가지도 않고 아무런 하자도 없는 제품에 대해 대금결제를 해 주지 않고 있는 등 상도의상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계약을 위반, 물품을 납품했다면 분명히 잘못된 일일 것이다. 잘못한 사실이 있으면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업체의 행위만 놓고 본다면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은 한 가지도 없다는 주장이다.
업체의 민원제기가 없었다면 끝까지 한전을 속이고 물품을 납품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잘못이 드러난 만큼 잘못을 시인하고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업체의 잘못이 없다면 한전이 왜 환수조치를 내렸을까? 업체 관계자의 뻔뻔한 태도를 고쳐 놓기 위해서라도 분명하게 잘못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 한전은 광역정전, 과천 송전선로 화재사건 등 지난해 발생한 송배전 대형 사고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 사고방지를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하겠으며 불량설비 공급자에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등 ‘송배전 대형사고 재발방지 다짐대회’를 가졌다. 여기에서도 불량자재를 납품한 업체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소재를 묻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전은 규정대로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길 바란다. 또다시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이번 사건에는 한전 관계자의 책임추궁도 확실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전이 협력업체로부터 납품하는 물품에 대해 제대로 검수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체 했는지 등 모든 과정에서 한전의 허술한 납품업체 관리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이든 한전의 허술한 관리가 문제가 된 만큼 향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전기 관련 업체들은 가장 큰 수요처인 한전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깨끗한 뒤처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