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63.9%가 환관리를 하지만 중소 수출업체는 29.9%만이 환관리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 산발적 수주로 전문인력 없어 ‘한숨만’
공기업 중기상생정책 ‘양과 질’동시 추진을

연초부터 정부가 환율 방어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으나 시장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기대감마저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다. “원화 강세로 수출을 하면서도 실속 없는 일”이라며 중소수출업체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환율 변동에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수출 포기해야 하나

전력선 모뎀을 생산, 수출 하고 있는 서울 구로동의 A사는 말레이시아에 물건을 공급했다 환율 하락으로 30%의 손실을 봤다.

A사는 “지속적으로 물량 계약이 돼야 환관리를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산발적으로 수주가 되다 보니 전문적으로 환관리를 하지 못했다”며 “환관리에는 무방비인 상태여서 실제 남는 것이 없는 장사였다”고 토로했다.

회사측은 “전문인력을 충원해 관리해야 하는데 이 또한 산발적으로 수주가 있는 업체는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이익이 감소하는 등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중소수출기업은 환율하락 앞에서 대책없이 발만 동동 거리고 있는 상태다.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63.9%가 환관리를 하지만  중소 수출업체는 29.9%만이 환관리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화 약세의 환율변동으로 인해 중소수출기업들의 경쟁력·채산성 악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수출기업은 무방비인 상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출보험공사가 국내 수출 중소기업 28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은 더욱 충격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수출 업체의 경우 환율 하락분을 수출가격에 거의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 사유로 ‘가격경쟁력 악화’가 50.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31.5%의 기업이 채산성 악화 대응방안으로 “이익이 감소하였으나 계속적인 수출 진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반면 “수출 축소 또는 포기”라는 대응책을 내놓은 기업도 10.5%에 달한다. 한국중소기업들이 환율하락으로 결국 수출 포기라는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 더욱 늘어난다면 국내 경기의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환차손 전가로 ‘이중고’

이런 가운데 국내 일부 대기업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납품대금 결제통화를 원화에서 달러화로 바꿔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환율 하락과 관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환차손 비용 전가를 위해 일방적인 단가인하(59.7%)를 요구하거나 대금결제 기일 장기화(16.1%)와 원화 결제를 달러 결제로의 일방적인 변경(10.5%) 등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계 수출중소기업도 일부지만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A사는 한전 KDN과 협력업체로 일했던 사례를 털어놓았다.

한전 KDN과 협력사로 해외 진출을 했다는 A사 관계자는 “KDN과 단가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사항에 ‘대금은 환율하락분을 반영해 지급하는 항목’을 달았고 결국 돈을 받을 때는 환 손실을 고스란히 넘겨 받았다”고 밝혔다.

중소수출업체에게 환율하락은 채산성 악화의 직격탄이다.

중소수출기업관계자는 “올해도 전문가들은 환율이 크게 오를 것 같지 않다고 하는데 걱정”이라고 한숨 지었다. 

또 “중소업체가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힘든 업체가 많다”며 “협력사업의 경우 현재는 공기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신용 등 환관리를 하는데 대응 능력이 뛰어난 공기업이 환관리에 적극 나서주면 협력 업체들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공기업이 협력사와 해외 동반 진출을 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중소업체가 해외 진출에 힘을 얻는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중소기업의 환차손을 덜어줘야 한다는 강제 의무는 없다.

하지만 사장부터 나서 대외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공동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공기업이 이러한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중기 상생정책의 질은 무시한 채 양적 팽창과 성과만 강조하는 것’이란 비난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KDN은 현재 재무업무 담당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감사부서장, 전략담당 부서장, 예산담당 부서장 등이 참석하는 환관리위원회가 구성 돼 있다.

하지만 KDN 직원도 “이는 유명무실한 존재”라고 말한다.

KDN은 자사 환위험관리지침에따라 10만달러 이상이 되는 계약일 경우에만 환관리위원회를 소집해 활동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달하는 큰 성과가 없었고 환율변동보험 등 환관리에 대한 대비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KDN측의 설명이다.

해외사업을 확대시키려는 움직임과 함께 환관리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KDN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대기업 환관리 발빠른 행보

대기업은 비교적 환관리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편이다.

현대중공업, LS전선, 대한전선 등은 올해 사업계획 환율을 910~930원, 900원, 930원으로 각각 설정했다.

기업들은 수출 비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환헷지를 미리해두거나 선물환으로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보자.

현대중공업은 70~80%선을 헷지하고 나머지를 선물환 계약을 한다.

LS전선은 기본적으로 사업계획환율을 기준으로 환관리를 한다. 경상적인 환관리 대상은 1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그 외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건에 대해서 프로젝트 수주 시점에서 헷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환율에 노출 돼 있는 금액에 대해 대외로 반대방향 거래를 해 영업이익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경상이익이 관리 될 수 있도록 한다.

LS전선은 ‘사내선물환제도’도 운영한다.

사업부의 요청에 대해 내부 매칭 이후에 익스포저 범위 내에서 대외 거래를 하고 대외 거래 방법은 연간 익스포저 중 일정비율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한편 구자열 LS전선 사장은 특히 금융의 흐름을 잘 알아 수시로 담당 직원들에게 이 부분을 체크한다고.

이러한 환관리에 따라 LS전선의 지난 한해 실현환차손익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익 385억, 손실 214억으로 이익이 더 크게 나타났다.

대한전선의 경우는 수출입이 거의 비슷해 환율등락시 한쪽은 손해를 봐도 다른 한쪽은 이익이 나므로 수출, 수입만 하는 기업과는 경우가 좀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퀘어포지션을 유지하려고 전략을 세워가고 있다. 대한전선의 경우 자산부채의 포지션관리를 매칭으로 가져가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현실적으로 포지션을 늘 0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때는 포지션을 플러스(외화자산을 더 크게)로, 내릴 때는 외화자산을 더 적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달러 관리를 한다.

헷지는 스퀘어포지션을 비롯, 매칭(matching.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것. 말하자면 수출대금과 수입대금의 만기를 일치하게 스케쥴링하는 것), 리딩(leading. 환율하락이 예상될 때 수출대금결재를 앞당기고 수입대금결재를 미루는 방식), 래깅(lagging. 환율상승이 예상될 때 수입대금결재를 앞당기고 수출대금결재를 미루는 방식) 등 그때 그때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매칭의 경우 선물환매수도 만기와 수출입대금 만기를 맞추어 관리하고 리딩은 포페이팅이라던가 O/A등으로 대금을 앞당겨 받는 경우, 래깅은 네고를 늦춘다거나 하는 경우라고 대한전선측은 밝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미리 수금일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장기계약건들은 가능한 모두 선물환매도로 헷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물환매수는 이외 옵션매수도로도 관리한다. 한 달에 어느 정도 포지션이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가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대충 수출입대금이 움직이고 나서도 일정금액이 남는다면 매달 그 일정금액을 옵션으로 매도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옵션(파생상품)에는 여러 가지 모델이 있으므로 현재상황이나 앞으로의 예상에 맞춰 은행파생딜러에게 이러이러한 조건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고 오퍼하고 그 모델을 받아서 실행하기도 한다고 대한전선은 밝혔다.

대한전선은 옵션의 경우 어느 범위 내에서는 선물환매수도보다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며칠 뒤 자금이 나갈 일이 있더라도 환율이 계속 하락중이라면 예금을 가져가지 않고 일단 매도했다가 자금이 나가는 당일에 매수하거나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